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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이야기] 칠형제봉은 어디에 있을까?

저산너머. 2012. 12. 4. 16:52

 

 

 

 

오래전부터 칠형제봉과 관련해 속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는 궁금증이 하나 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칠형제봉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칠형제봉능선은 사전지식이 충분한 경우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설명하기 꽤나 복잡한 곳이다.

칠형제봉이라고하면 현재는 일반적으로 칠형제봉리지 구간의 암봉들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칠형제봉의 위치가 표시된 왠만한 지도는 물론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도 칠형제봉리지상의 870m봉이 칠형제봉으로

표기되어있다.

(물론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가 설악 지형에 정통한 전문등산가가 만든 지도도 아닐테고, 실제로도 지도에서 각종 오류가

많이 발견되므로 절대 100% 믿을 순 없지만...)

 

 

형제봉이라는 명칭은 보통 규모가 고만고만한 연봉 형태의 봉우리들에 붙게 마련이다.

실례로 동일한 명칭인 남설악 칠형제봉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남설악 칠형제봉

 

 

 

 

그런데, 현재 외설악 칠형제봉으로 인식되고 있는 칠형제봉리지 구간의 봉우리들은 인근의 천화대, 화채릉, 공룡릉,

용소골 좌릉 등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형제봉이라는 명칭의 단서를 찾는것은 물론이고, 일곱개의 봉우리를 정확히

구분해 내기조차 쉽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칠형제봉리지 1봉에서 2봉까지는 20~30분의 워킹구간이고, 2봉~3봉 사이도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

서로 동떨어진 봉우리들인데다 봉우리들간의 고도차도 꽤 크다.

이 점이 칠형제봉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칠형제봉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우선 궁금증의 주범인 칠형제봉능선을 지도와 사진을 통해 해부해 보자.

크게 3개 구간으로 구분해 설명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다.

 

 

 

 

1. 칠형제봉리지 구간(도상A~B) : 하단부

2. 칠형제연봉 구간(도상B~C) : 중단부

3. 천불동옛길 구간(도상C~D신선대) : 상단부

 

 

 

 

1. 칠형제봉리지 구간(도상A~B) 

 

천화대에서 바라본 칠형제봉능선 중하단부

 

 

칠형제봉리지 구간

 

 

 

2. 칠형제연봉 구간(도상B~C)

 

용소골 좌릉에서 바라본 칠형제(연)봉

 

 

칠형제(연)봉

 

 

 

3. 천불동옛길 구간(도상C~D신선대)

 

 칠형제봉능선 상단부인 천불동옛길 구간

 

 

 

 

칠형제봉능선은 험한 암릉위주인데다 현재 비정규로 묶여있어 워킹 구간인 3번은 물론 리지구간인 1번도 인적이 극히

드문 곳이다.

특히, 난이도가 꽤 높은 리지구간으로 예상되는 2번 칠형제연봉 구간은 인적이 아예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칠형제봉이라는 명칭이 탄생하게된 계기는 바로 칠형제연봉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용소골좌릉의 조망대에서 칠형제(연)봉을 바라본다면 누구나 칠형제봉이라는 명칭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칠형제봉의 형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유일하게 용소골 좌릉뿐인데, 이곳은 현재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라는 점.

(화채릉 일부에서 칠형제연봉을 바라볼 수 있긴 하지만 거리도 먼데다 다른 능선에 상당부분이 가려지거나 겹쳐지며

인근의 만경대나 화채봉, 칠성봉 등은 각도상 일곱형제의 형태가 제대로 관찰되지 않는다.)

 

   

 대청봉~화채봉 구간 조망처에서 바라본 칠형제봉능선.

 신선대 우측 아래편으로 칠형제연봉이 겹쳐 보인다.

 대청~화채봉 구간에서 망원렌즈로 당겨본 칠형제연봉.

 .

 

 

   
 화채봉에서 바라본 칠형제봉능선 방향 조망

 화채봉에서 바라본 칠형제봉능선

 

 

   

 외설악 만경대에서 바라본 칠형제봉능선

 칠성봉 방향에서 바라본 칠형제봉능선 

 

 

 

 

 

세곳중 그나마 드문드문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 칠형제봉리지 구간인데, 혹시 이 때문에 칠형제봉리지 구간의 봉우리들이

칠형제봉으로 굳어진게 아닐까?

칠형제연봉이 칠형제봉의 기원인 오리지널 칠형제봉이 맞다면 말이다.

 

만일 칠형제봉이라는 명칭이 칠형제봉리지 개척 이전에도 있었다면 칠형제봉=칠형제연봉일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할

수 있다.

칠형제봉 최초 명명자에게 물어본다면 가장 정확하고 속시원하게 답을 확실히 구할 수 있을텐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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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봉, 2봉, 3봉.. 5봉..... 7봉

봉우리의 순서는 어떻게 정해지는걸까?

 

산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히말라야에선 거의 예외없이 해발고도 순으로 봉우리의 순서도 정해지는 듯하다.

(안나푸르나1~4봉, 가셔브룸 1~2, 거네스1~4 등...)

아마도 히말라야 지역은 원주민들이 부르던 고유의 명칭이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외국 등반대에 의해서 고유의 명칭이

잊혀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봉우리들의 해발고도순으로 명칭이 붙여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고유의 명칭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공식적으로 1봉 2봉으로 불리는 사례는 흔치 않은 것 같다.

국내의 산들은 봉우리들간의 연속등반이 쉽지 않은 히말라야의 특수한 경우와 달리 연속등반이 이루어지므로 높이와

무관하게 능선에 도열한 순서대로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

(ex. 팔영산 등 = 고도와 무관하게 오르는 순서대로 1~8봉)

 

리지 코스에서는 리지 개척당시의 등반 순서로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리지 등반의 경우 고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등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보통 이 순서대로 정해지게 된다.

물론 도봉산 오봉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면 칠형제(연)봉은 그 순서가 어떻게 될까?

칠형제연봉도 초등 당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진행했을테고, 정상적이라면 칠형제연봉의 정상이 칠봉으로 불리는 게 

맞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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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았다.

도서관급의 방대한 산서와 설악에 관한 귀한 자료들을 소장하고 계신 설악 브레인 기절거미님에 의하면

1955년 서울대 문리대팀이 초등 도전했을 때 같은 모양의 봉 7개가 겹쳐있는 봉우리를 발견하고는 칠형제봉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당시 문리대 초등팀은 천당폭을 넘지 못하고 양폭에서 음폭골로 들어가 만경대 사면으로 올라 화채릉으로 해서

대청봉에 올랐다고 한다.

대낮에도 햇빛없는 계곡이란 표현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용소골에서 칠형제(연)봉을 바라보고는 이름을 붙인 게

아닌가 한다.

 

 

칠형제봉 리지 개척이 1968년이니 한참 전의 일이고, 칠형제봉리지 개척 이전에도 칠형제봉이란 이름이 이미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칠형제봉 리지 개척의 장본인이신 나경봉 형님에 의하면 당시의 정식 등반명칭이 "고갈봉 및 칠형제봉연봉 개척 등반"

이었다고 한다.

 

 

칠형제봉 = 칠형제연봉, 즉 오리지널 칠형제봉은 칠형제연봉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