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토왕 좌골 ♪

저산너머. 2013. 9. 14. 13:11

 

 

 

 

 

 

♣ 토왕 좌골 탈출기

 

오늘 드디어 그곳에 간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꼭 한번 찾고 싶었고, 궁금증으로 갈증이 쌓여만가던 토왕 좌골.

 

검색하기도 귀찮고, 미리 김빠지는 듯한 느낌이 싫기도 해 요샌 인터넷에서 산행정보 검색을 거의 하지 않고 지도만 들고

다니는 탓에 토왕 좌골에 대해서도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20여m 폭포(실제론 30m) 하나와 10여m 폭포 두세개 있다는

정보 뿐 세세한 정보없이 오게 되었다.

 

설악에서도 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토왕골 상류의 지류요, 그 중에서도 국내 거벽의 상징인 토왕폭 좌벽에 기댄

골짜기이므로 물론 만만치 않은 곳일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했었다.

 

 

 

 

>> 토왕좌골 가는 길

 

 

 

 

토왕좌골이 깊숙이 정체를 숨기고 있다.

 

 

 

 

토왕폭 최상단부의 너럭바위.

 

 

솜다리와 소년들.

 

 

이곳에서 보는 조망도 선녀봉 못지 않은 것 같다.

울산암과 달마봉, 노적봉의 배치가 기막히다.

구도상으론 선녀봉보다도 더 좋은 듯...

 

 

 

 

 

 

 

 

 

 

>> 토왕 좌골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곰취와 당귀 등이 지천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촬영한 토왕 좌골의 첫인상.

협곡 너머로 노적봉이 날카롭게 솟아있다.

 

 

능선에서 족적이 전혀없고, 시야도 열리지 않는 숲속을 트래버스하듯 헤쳐 나왔기 때문에 정확한 현위치 파악도 하고,

암반 시작점이 어디인지 궁금하기도해 상류쪽으로 좀더 올라가봤다.

혹시라도 30m 폭포 아래쪽으로 내려오건 아닌지 우려했는데, 다행히 제대로 내려온 것 같다.

아마도 저 윗부분에서 토왕 좌골 암반지대가 시작되는 듯...

이 부근은 한낮에도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곳인데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이끼 낀 암반이 젖어 있어 매우 미끄러웠다.

 

 

 

폭포를 향해 내려간다.

 

 

 

문득 뚝 떨어지는 듯한 지형.

그 폭포일까?

 

 

높이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게 아마도 맞는 것 같다.

 

 

거대한 협곡을 이루고 있는 토왕 좌골.

폭포의 높이를 확인하려해도 아래쪽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폭포 위에서 일단 휴식을 취한 후 하강 준비 시작.

폭포위 나무에 하강용 슬링이 걸려있어 그곳에 7mm 보조자일을 걸었다.

평소 배낭 무게와 부피를 줄이려 궁리를 하다보니 외줄 하강에 자일 회수를 위한 3mm 코드 매듭 방법을 두어가지 생각해

두었는데, 둘다 뚜렷한 장단점이...

 

폭포는 상단부가 45도 내외의 경사에 중하단부는 직벽 또는 오버행으로 보였다.

하네스(하네스 대용 슬링)에 하강기를 걸고, 상단부를 내려가다보니 직벽으로 꺾이기 직전에 오래된 하켄 하나와 좁은

테라스가 눈에 띈다.

그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남은 자일을 던졌는데, 30m 자일이 부족한건지 자일끝이 보이지 않는다.

너댓번 자일을 끌어 올려 좀더 멀리 던져봐도 여전히 자일끝이 확인되지 않아 포기하고, 다시 올라가 나무에 걸었던

자일을 풀어 이번엔 하켄에 자일을 걸었다.

하켄엔 5mm 가량의 자일로 만든 하강줄이 있었는데, 낡아서 불안해보여 하켄에 슬링 하나를 추가로 걸어 이중으로...

하켄이 오래되 보이기도 하고, 하켄으로 하강하기는 처음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불안했다.

중간중간 회수용 코드는 왜 자꾸 꼬여대는지 그거 푸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고...

다시 자일을 걸고 아래로 던지니 드디어 끝자가 확인된다.

 

예전에 집에서도 해봤고, 산에서도 낮은 곳에서 실제 테스트 한 적 있지만, 코드로 자일이 제대로 회수되는지 최종적으로

테스트했다.

회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만큼 자일이 잘 유통된다.ㅎㅎ

 

심호흡 한번 하고 드디어 하강~~

 

 

 

 

 

>> 너의 자일을 끊어라

 

 

폭포는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길이가 20m는 훨씬 넘고, 30m 내외인 듯하다.

이런 완전한 직벽+오버행의 폭포이리라고는 생각못했는데...ㅡㅡ

 

 

 

 

보조자일

불안한 하켄

가냘픈 회수용 코드

임시 하네스

무거운 박배낭

암갈색 이끼로 덮힌 미끄러운 직벽

 

그야말로 악조건속이라 하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초반 경사가 약해보이는 오른쪽으로 약간 이동해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오버행으로 바뀌어 허공에 매달리게 되면서 하중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더 커져만 간다.

그러다 발 아래를 확인하려 고개를 숙인 순간------ 기절할 뻔 했다.

 

헉~~ 저건 뭐지?

뱀.. 시커먼 반동굴 구덩이의 모래위에 낙수를 피해 있는건지 까치 살모사가 또아리를 튼채 빠짝 고개를

쳐들고 있다.

그것도 한마리가 아닌 두 마리가...

뱀과는 3m 가량의 거리에 그대로 하강할 경우 뱀 바로 앞으로 떨어질 것 같다.

 

힝~~ 나 그러잖아도 힘든데 니들은 또 왜 이러는거니.ㅜㅜ

왜 하필 거기 있는거야!!!

 

내려가자니 내려올테면 함 내려와봐라 뱀이 기다리고 있고...

올라가자니 다리는 이미 허공에 떠 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꿈일거야.

이건 분명 꿈일거야.

꿈이 아니고서야 이런 곳에 어떻게 뱀이 있을 수가 있겠어.

난 지금 지옥 불구덩이나 뱀구덩이 꿈을 꾸고 있는게 확실해.

눈만 뜨면 이 악몽에서 깨어날거야.

자 이제 눈을 떠야지? ㅠㅠ

 

 

이 난국을 우쨋든 돌파해야지.

일단 하강기에 자일 한바퀴 꼬아 고정시키고, 다리가 닿는 위쪽으로 낑낑대며 올라간다.

카메라까지 배낭에 넣어서 그런지 배낭이 넘 무겁다.

뱀도 무섭지만 더 겁나는 건 자일, 자일이 휘청휘청거릴 때마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다리가 벽에 닿는 곳까지 간신히 몸을 끌어올려 왼쪽으로 약간 이동한 후 빠르게 하강해 뱀구덩이 앞의 촉스톤처럼

걸린 바위에 발끝이 닿자마자 재빠르게 다시 하강.

뱀이 쫒아올까봐 얼마나 겁나던지...ㅎㅎ

 

 

그 놈의 뱀 두마리는 도대체 어떻게 그곳에 있었던 걸까?

뱀이 올라갈 만한 곳도 아니고, 뱀이 잡아묵고 살만한 것도 없는 공간일텐데...

불어난 계류에 떠내려온 걸까?

아니면 위험한 애정행각을 벌이다 위에서 추락하기라도 한 걸까?

 

아무튼, 뱀도 피하고, 자일도 버텨줬고... 무사히 하강했다.

큰 고비를 넘겼으니 이젠 별일 없겠지?

그러나,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이 정도로 끝났다면 그냥 해프닝일 뿐, 진짜 문제는 다음이었다.

 

 

일단 먼저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누룽지 하나 끓여먹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 같다.ㅠ

 

 

4시 가까운 시각.

하강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다.

이제 자일을 회수하고 내려가야지.

그런데, 자일을 회수하려 코드를 땡기니 꿈쩍도 않는다.

헐~ 얘는 또 왜 이러지?

 

몇번을 땡겨도 미동도 하지 않아 우측 벽쪽으로 올라가 땡겨보고, 내려와서 다시 땡기고,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올라가서 또 땡겨보고...

여기서 1시간반 가까이 시간을 잡아묵었다.

 

자일 없인 이 거대한 협곡을 빠져나가기가 불가능할지도 모르는데, 이 난관은 또 어떻게 헤쳐 나가야될지...

온갖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비공 대원에게 구조요청을 해야하나, 친구들을 부를까?ㅠ

일단 쉬면서 생각을 정리해본다.

 

최종 결론은 자일 포기..

이젠 최후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올라갈 수 있는데까지 최대한, 뱀구덩이 가까이까지 올라가 아미나이프로 자일과 회수용 코드를 끊었다.

길이가 대략 8m 가량 되보인다.

(집에 와서 재보니 정확히 10m)

 

 

 

 

30m폭포 아래로 곧바로 이어지는 10여m 가량의 폭포.

 

 

폭포 위쪽 바위더미에 하강슬링이 두개 있는데, 위쪽 슬링은 내 잘린 자일로는 턱없이 모자랐고,

아래쪽의 자일은 이게 바위에 고정된건지, 위에서 떠내려온 흙더미에 묻힌건지 확인할 수가 없어

제대로 하강을 하지 못하고 자일을 잡으며 클라이밍다운하듯 내려왔다.

(좌골엔 위에서 떠내려온 슬링이나 하켄, 아이스 스크류 등이 꽤 발견되는데, 이 골짜기에서 모두

꽤 고생들 한 것 같다.)

마지막엔 자일 길이가 부족해 미끄러운 암갈색 이끼부분에선 온몸으로 버티며 간신히...ㅎㅎㅎ

 

그곳을 무사히 내려온 후 자일을 회수하려는데, 이번에도 역시 유통이 안된다.

원인이 궁금하기도 하고, 더이상 자를 자일도 없으니 어떻게든 회수해야겠기에 맨몸으로 올라 확인해

보니 테스트땐 원할하게 유통되던 것이 바로 앞에서 아무리 땡겨도 안땡겨진다.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혹시 30m폭포에서 물을 흠뻑 먹은 자일이 하강용 슬링줄을 적시면서

낡은 슬링 표면에 있는 미세한 요철의 마찰력을 높이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외줄 하강에 대해선 좀더 생각해야봐야할 듯...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긴 하지만, 이제 더이상 자일은 무용지물인 것 같다.

나머지는 모두 클라이밍다운으로 내려왔다.

 

 

내 목숨같은 자일이 저기에...ㅡㅡ

 

10m폭포 이후 아주 짧게 비교적 편한 구간이 이어졌다.

 

 

 

 

참으로 엄청난 협곡이다.

골짜기 양사면이 깍아지른 듯 드높은 암벽이라서 중간 탈출이 불가능한....

 

 

 

이 구간은 오른쪽으로 내려온 것 같은데, 이곳도 꽤 까다로웠다.

 

 

이 부근에서 완만한 와폭이 시작되 경사가 점점 급해지다 끝부분에서 직폭 형태로 연결되는 것 같았다.

하산방향 왼쪽으로 미니 골짜기가 있는데, 그 쪽으로 하강포인트가 있었지만, 내 자일로는 불가능인데다

아래쪽에서 다시 하강해야하는데, 높이가 확인되지 않는다.

중간의 작은 능선을 타고 내려가 확인해보니 역시나 그쪽도 아래쪽은 절벽인 듯...

 

 

 

아... 협곡에 완전히 고립된 듯한 난감한 상황.

일단 만사 제쳐두고 다시 쉬면서 생각을 정리해본다.

오른편 사면을 자세히 훑어봤다.

처음 도착했을 때 그쪽이 얼핏 가능성이 있어보이긴 했는데, 위험해보여 왼쪽을 기웃거렸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쉽진 않겠지만 불가능해보이진 않는다.

또 저 부분만 무사히 통과하면 토왕 좌골 리지 정상 오른쪽 안부쪽에서 흘러내리는 골짜기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토왕골을 오가면 바라보던 기억엔 그쪽은 암반 계곡이 아니고, 협곡 홈통부분이 돌더미로 채워진 골짜기였던 듯...

 

계류를 건너 그쪽 사면으로 붙어 잡초와 나무, 미세한 홀드 등 손에 잡히는대로 잡아채며 간신히 통과해 바위턱

하나를 넘고, 숲지대를 지나니 그 골짜기가 나온다.

예상대로 그쪽은 암반계곡이 아니라서 어렵지 않게 내려갈 수 있었다.

 

여기서 골을 타고 위로 오를까하는 생각도 슬몃 들었는데, 골짜기 상단부가 어떤 곳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날도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는데, 자칫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대로 골을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골짜기 합류지점에 도착하니 마지막 부분이 내려서기 힘든 짧은 절벽같은 곳이라 좌측 부쉬 지대를 통과한 뒤

다시 토왕 좌골 쪽으로 우회해 내려갔다.

 


 

 

 

합수점에 도착해 올려다본 토왕 좌골.

 

 

토왕 좌골 리지 오른편 안부 골짜기와 토왕 좌골(오른쪽)의 합수점.

 

 

마지막 고비.

이곳은 토왕폭을 오가며 자연스레 눈에 익은 곳이다.

V자 협곡의 홈통에 촉스톤이 걸려 10여m 내외의 폭포로 변한 곳이 있는 구간.

자일없인 골금을 그대로 타고 내려오기 어렵고, 자일로 내려올 경우에도 폭포수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을 곳.

 

 

 

저녁 7시 12분.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직전이라 이젠 카메라 촛점도 잡히지 않는다.

 

 

 

왼쪽 사면을 조심스레 클라이밍다운해 내려갔다.

이곳도 꽤 살떨리던 곳..

 

드디어 토왕골 본류 합수점.

그런데, 아래쪽으로 직벽 협곡 사이로 깊이가 확인되지 않는 소가 있는 것 같고, 통과가 어려워 보였다.

자세히 확인해려해도 이미 어두워진 후라서...

토왕 우골 오른사면은 경사가 심해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왼사면으로 오르다보니 너무 높이 우회해야

할 것 같았다.

포기하고 계류를 건너 오른편 가파른 우사면을 타고 올랐다.

가파르긴하지만 의외로 홀드가 괜찮아 어렵지 않게 토왕폭 조망바위 위에 무사히 안착.

 

휴~~~ 드디어 끝났다.

 

 

이미 완전히 어둠이 내렸지만, 이제부턴 익숙한 길이니 안심이 된다.

간식을 먹으며 한참을 쉰 뒤 헤드랜턴을 비추며 트래버스 구간을 통과해 등산로로 접어 들었다.

 

 

 

 

예전에 찍은 사진.

어둠속에 봤던 소가 아마도 사진 아래쪽 소인듯.

 

 

 

 

 

 

>> 토왕 좌골 가지마라

 

헤드 랜턴을 밝힌 채 트래버스 구간을 무사히 통과한 후 토왕골 본류에서 휴식을 취한 뒤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아래쪽 어둠속에서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를 향해 소리친다.

 

"아저씨! 길 이쪽 아니거든요. 옆으로 돌아가세요!!!"

 

길이 꺾이는 곳이라서 잠시 그 쪽으로 향했을 뿐인데...

4인의 우정길 등반팀 아니었을까?

 

우씡~~ 나 무시하지마~~~

5.몇몇 급의 등반을 한건 아니지만, 나 토왕 좌골에서 자일 끊고 살아돌아온 사람이란 말이여~~ㅎㅎㅎ


 

 

 

산을 내려오며 의문부호가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그 뱀 두마리는 고난의 전조였을까, 아니면 혹시 안전한 하산을 지켜주려는

수호신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지난밤 삼선녀와 희롱한 죄값일까? ㅋ

죄값이라면 우리 토왕님은 참으로 대자대비하신 존재임에 틀림없다.

 

토왕골을 완전히 빠져나오면서 식겁했던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첫날밤 머물었던 곳을 다시 찾았다.

 

 

 

 

토왕 좌골은 골짜기 양사면이 드높은 암벽으로 형성된 좁은 V자 협곡이라서 중간 탈출이 불가능하므로

혼자서는 매우 위험하며, 하강 포인트가 애매한 곳이 여러곳 있으므로 팀인 경우에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특히 북사면의 협곡이라서 골짜기가 젖어있을 경우 미끄러운 곳이 많으며, 폭우시에는 절대 출입을 금해야

할 곳일 듯...

 

 

 

아무튼------

설악은 아름다운 이면에 극도의 위험을 도처에 내포하고 있으며, 그러기에 더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나의 앵글 속에 뛰어든 그대, 내 마음속에도 뛰어들어봐~~ㅎㅎ

 

 

목숨같은 내 자일.ㅠㅠ

 

 

 

 

 

 

 

 

 

매표소앞 첫째집.

힘든 산행을 마치고, 이렇게 여유롭게 산 아래에서 식사겸 막걸리 한잔에 도토리묵이나 감자전 먹는 이 시간이 너무도 좋다.

산 아래에서 막걸리 마시기엔 이곳이 가장 적당한 것 같다.

적벽이나 장군봉을 바라보며 산행을 피로를 씻을 수 있는 비선대도 괜찮고...

 

노적과 권금성, 그 사이로 드높이 솟은 소토왕골에 하얗게 빛나는 소토왕폭을 멍때리기하다보면 술에 취하기 전에 먼저

설악에 취한다.

그놈의 설악.. 참 징그러울만도 한데...ㅎㅎㅎ

굳이 안주도 필요없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신 잔과 병이 비어 있곤 한다.

 

 

 

 

집에 돌아와 잠을 자려 눈을 감았는데 눈앞에 뭔가 자꾸만 어른거린다.

첨엔 감을 잡지 못했는데, 헉~~ 뱀.. 뱀 두마리가 천장을 향해 꿈틀꿈틀..

아니다.

자세히 보니 살아 몸부림치는 생명체인 뱀이되 겉은 울긋불긋한 자일인 것 같다.

대가리가 잘린 두마리의 자일뱀.

이 놈이 좌골에서 본 뱀 두마리인지, 아니면 몸뚱아리가 두동강이나버린 내 자일인지...

(이 정도면 노이로제 아닐까?ㅋㅋㅋ)

 

늦은 시각까지 한시간 반여 눈만 감으면 동일한 증상이 반복되어 슬몃 겁이 나기도 하고, 이러다 밤새 잠못 이룰 것만 같다.

누웠다 앉았다, 불을 켰다 껐다 수십차례 반복하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음악을 잔잔하게 틀어놓고는

그동안 산행중 즐거웠던 추억들과 사람들, 설악의 황홀한 풍경을 눈앞에 두고 느끼던 행복감, 5월의 연녹빛으로 물든 산 등

내가 산에서 좋아하던 것들을 억지로 하나하나 떠올리려 애쓰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그

놈의 자일뱀이 서서히 희미해져간다.

생각해보니 좋은 추억들과 아름다운 기억들이 너무도 많았댔다..^^

 

오늘밤은 그 추억과 기억들만으로 충만한 밤이길......

부디 뱀꿈 꾸지 않길......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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