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겨울, 공룡능선

저산너머. 2014. 2. 15. 13:54

 

 

 

 

 

♣ 설악동~비선대~천불동~무너미고개~신선대~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

 

지난 1.18~19 다녀온 곳

 

 

 

유난히 눈이 귀한 올겨울.

잘하면 태극종주도 가능하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마음뿐.. 몸이 영~~ㅠ

 

암튼,, 곰팅아!!

이제 겨울잠에서 깨어나야지.ㅎㅎㅎ

 

 

올 첫 설악산행은 공룡능선이다.

심설기에 공룡능선이 개방된 것도 꽤나 오래간만인 것 같다.

한겨울 공룡릉에서 맞는 밤은 과연 어떨까?

 

 

 

천불동을 거슬러 오르다 눈에 들어온 용소골, 칠형제릉.

 

 

심설기엔 언제나 수북한 눈으로 순백의 설사면을 이루던 곳인데, 올핸 정말 눈이 없다.

 

 

공사는 끝났지만 아직 정식으로 개방하지 않은 양폭대피소.

 

 

근데 우리나라의 산장은 왜 대피소로 불리게 되었을까?

대피소라면 말그대로 비상시에 대피하는 곳일텐데, 그런 대피소를 예약까지 해야한다니...

산장으로 불리던 곳을 대피소로 명칭을 바꾼건 혹시 비상시에 일종의 면피를 위함이 아닐까?

전부터 궁금증이 풀리지 않던...ㅎㅎㅎ

 

암튼 9시경 양폭에 도착해 대피소 안에서 산빛형님이 준비하신 고본주에 장어구이, 베이컨으로 요기를 한 후 무너미고개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만경대.

 

 

신선대.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쉬는동안 근처 나무에 박새 한마리가 날아왔다.

팔을 뻗치고 휘파람을 부니 손바닥에 살포시 내려와 앉는다.

네가 설마 십몇년전 오세암의 그 박새는 아니겠지?

뭔가를 바라는 듯한 눈빛.. 과자 부스러기를 선물로 주니 감사인사하듯 물고는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죽음의 계곡이 눈으로 뒤덮혀 식수를 보충하지 못하고, 희운각대피소에서 물을 구입한 후 돌아오는 길에...

 

 

11월 중순쯤 명성산에 다녀온 후 제대로된 산행은 처음이다.

산행은 물론 워낙 두문불출 지내서 그런지 거의 저질체력화된 듯...

오련폭포 오를 즈음 다리가 풀렸을 때 드는 느낌이 살짝 오는가 싶더니 무너미 고개 막판엔 꽤나 힘들었다.

이래서야 공룡을 어떻게 넘을지...ㅜㅜ

 

신선대에 오르기 직전 서서히 한계상황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질체력에 무거운 박배낭으로 한겨울 공룡릉이라니.....ㅎㅎ

 

 

신선대의 뷰.

새삼 말해 무삼하리오.

 

 

 

공룡능선.

참 대단한 능선이다.

엄연히 설악주릉(속칭 북주릉)의 일부임에도 북주릉이 나날이 쇠락해가면서 이제는 왠만한 지도에선 존재조차 묘연한

반면에 공룡능선은 북주릉을 제치고 그 위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뻗어만 가고 있으니...

하긴 북주릉 아래 화암사도 자신은 금강산 소속이라고 우기는 판이니 북주릉은 이래저래 처지가 불쌍하게 되었다. 

(조만간 금강산과 설악산 사이에 화암사를 두고 친자확인 소송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ㅎㅎ)

 

해석이나 판결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만약 공룡릉이 평범한 육릉이었다면 공룡릉이 북주릉을 밀어낼 수 있었을 것이며, 금강산이 그저그런 육산이었다면

화암사가 절대로 금강산을 들먹였을 리가 없다는 말이다.

건봉산이나 까치봉에 올라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면 더 간단하고...

 

무슨 한겨울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공룡릉에서 찬바람 좀 맞았더니 뇌에 보톡스 맞은 듯 머리가 이상해진 듯하단...ㅋㅋㅋ

 

암튼, 결론은 그만큼 공룡릉이 대단하고, 멋진 능선이란 야그다.

굳이 공룡릉 후기라서가 아니라 누군가 설악에서 풍광이 제일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설악 제1경은 신선대요, 제2경은 마등령이라 대답할 것이다.

만약 공룡능선이 인적이 드문 한적한 코스였다면 아마 난 부단히도 이곳을 찾았을 것 같다.

 

 

신선대엔 날선 바람이 몰아치고 있어 오래 머물기 힘들었다.

신선대의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잠깐 아이젠을 했더니만 영 불편해 이후론 생략했다.

 

 

 

 

 

 

 

 

노인연봉을 향해...

 

 

1275봉.

 

 

범봉.

 

 

 

샘터에서 잠시 휴식.

이제 공룡릉 최고의 고비라 할 수 있는 1275봉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이곳을 오를땐 정말 넘 힘들었다.

막판엔 열걸음쯤 뗀 후 쉬고, 다시 열걸음 걷다 쉬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딘가 익숙한 상황이라서 떠올려보니 고쿄 리 오르던 때.ㅠ

 

'혹시 또 알아?

천지가 개벽해 1275에 오르면 에베레스트와 로체, 마칼루, 아마다블람이 한눈에 펼쳐질지...ㅋ

그러니.. 조그만 더 힘내서 오르자구...ㅡㅡ'

 

해발고도론 1/3도 채 안되는 1275에서 비슷한 체험을 하다니...ㅋㅋㅋ

 

 

 

 

후미를 기다리고 있는 선두조.

 

 

세존봉이 보이는 안부에 도착한 걸 보니 이제 마등령이 멀지 않다.

 

 

공룡능선을 우리와 역방향으로 돌던 팀.

단체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주고는 뭔가 잼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웃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기억이...ㅡㅡ

 

 

 

 

나한봉.

두어개의 봉우리만 넘으면 마등령.

 

나한봉 부근을 지날 무렵 세찬 바람이 불더니만 시꺼먼 구름이 몰려와 제법 짙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공룡능선에서 맞는 눈.

맘이 참 짠해진다.

 

이곳에서 우리와 역방향으로 공룡을 타시는 윈터형님팀을 만났다.

공룡릉 한가운데서 얼마나 반갑던지.

다시 한번 맘이 짠해졌다.

 

 

 

눈내리는 범봉.

 

 

 

 

 

 

 

 

이제 저 암봉을 우회해 작은 너덜 지나 조금만 내려가면...

 

 

 

드디어 마등령이 코앞이다.

 

 

 

왕자형님과 마등령에 도착하니 어느새 텐트 두동이 들어서있고 타프도 반쯤 쳐진 상황이다. 

타프를 완성하는 동안 로그는 샘터로 물뜨러 가는 수고를 더해주고...

 

 

한겨울 능선 비박 최대의 적은 바람.

마등령에 또 얼마나 대단한 강풍이 몰아칠지 산행 출발전부터 긴장했었는데, 다행히 바람이 아주 약한 편이었고, 기온도

그다지 낮지 않았다.

덕분에 맛있는 음식들과 즐거운 대화로 꿈결같이 평온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로그의 머루주와 왕자형님의 육즙이 가득해 입안에서 살살 녹는 한우 투뿔..

나중에 순규형님의 능이를 넣은 오뎅탕을 먹는데, 이건 능이탕인지 오뎅탕인지.. 국물이 정말 예술이었다.

거기에 제대로 삭힌 홍어까지...

 

 

 

 

마등령의 눈부신 아침.

 

 

 

 

 

 

 

 

 

기온도 낮지 않고, 바람도 거의 없고, 날씨마저 화창하다.

마등령 조망바위에 올라 화려한 주변 파노라마를 감상한 후 비선대를 바라고 내려갔다.

 

 

 

 

 

 

 

 

 

 

 

 

 

 

 

 

 

 

샘터.

 

 

금강문.

 

 

 

 

세존봉.

 

 

 

얼어붙은 형제폭포.

원본으로 확대해보니 빙폭에 한명이 붙어있는 듯하다.

 

 

장군봉.

 

 

장군봉.

 

 

손꾸락바위로 부르자고 했더니, 왕자형님이 꾸부러져있으니 손꾸락바위라고 해석...ㅎㅎㅎ

 

 

언제봐도 색감부터 예술인 팔도강산의 회.

 

 

비선대에 도착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맥주 한 캔을 마시는데, 맥주 맛이 이건 뭐...ㅎㅎㅎ

속초 팔도강산에 들러 쏘맥에 물회 한그릇, 간단한 숭어회로 시원하게 마무리.

 

 

 

 

한겨울의 공룡능선 박산행.

쉽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길도 훤히 뚫려있었고, 공룡릉 산행중엔 바람이 심하지 않은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마등령에서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너무도 여유롭고 좋았다

심설기, 혹한기 공룡릉 치고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고, 축복받은 산행이었다.

잊을 수 없는 한겨울 공룡릉 비박이 될 것 같다.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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