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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5박6일 설악 대종주 ⑤

저산너머. 2012. 11. 6. 14:56

■ 5박 6일 설악 대종주 | 설악 서남단 원통에서 동북단 고성 죽변봉-운봉산까지

 

 

 

 

 

 

♣ 다섯째날

 

 

  ▷ 원통터미널~원통교~장수샘~가리능선[732~821~945~1044.8~임도~961-1144~1229~1246~삼형제봉~느아우골 상단 안부]

  ▷ 가리능선[주걱봉~가리봉~필례령~천연보호구역 표시석]~자양천~도둑바위골

  ▷ 한계령~서북능선[한계령삼거리~끝청봉~중청봉]~중청대피소~소청봉~희운각~공룡능선[신선대~노인봉]

  ▷ 공룡능선[1275봉~나한봉~마등령]~북주능선[마등봉~저항봉~저항령~황철봉~미시령]~신선 상봉 샘터

  신선 상봉~화암재~신선봉~큰새이령~마산~죽변봉

  ▷ 운봉산~학야리

 

 

 

 

8:27 AM, 신선 상봉 샘터.

배후가 든든치 않아 갈수기엔 쉽게 말라버릴 듯...

 

 

샘터를 떠난 후 상봉을 향하다 되돌아본 풍경.

 

 

실낱같이 이어지는 미시령 구도로. 

태풍이나 폭풍우가 몰아칠때 흔히 볼 수 있는 구름이다.

 

이날도 바람이 무척이나 거센 날이었다.

하긴 대종주 기간 동안 하루도 칼바람이 불지 않은 날이 없었다.

5박 6일동안 찬바람을 얼마나 맞았는지 산행하기 좋은 10월중순 단풍철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트고 코밑이 헐 정도로...

 

 

 

1275와 범봉, 신선대, 대중청에 서서히 아침 햇살이 들고 있다.

 

 

 

상봉 헬기장.

 

 

종전 직전까지도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던 지역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곳곳에서 당시의 흔적이 발견된다.

그 분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설악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맘이 짠해진다.

가스통은 제외...ㅎㅎㅎ

 

 

미시령~상봉 능선은 설악의 타지와는 느낌이 좀 다른, 왠지 모를 신비함이 느껴진다.

 

 

신평벌을 내려다본다.

신평벌에서 바라보는 신선봉과 상봉은 예고없이 곧바로 본편으로 들어가는 드라마와도 같다.

 

 

 

9:40 AM, 상봉 정상에 도착.

 

날선 칼바람 휘몰아치는 신선 상봉.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운무에 휩싸인 신선봉은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 언제까지 버티나 함 해보자.

6박 7일도 좋다.

괜한 오기심이 발동해 한판 대결 들어간다.ㅎㅎㅎ

 

남설악 끝단에서 북설악 끝단까지 내외설악을 모두 거치는 긴 산행이다보니 그동안 다시 찾고 싶었던 많은 곳을

거쳐왔는데, 그중 가장 다시 와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신선 상봉이다.

 

 

 

열릴듯 열릴듯 열리지 않던 선계의 베일이 드디어 벗겨지며 신선봉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향로봉 일원도 조망되고...

 

 

상봉 돌탑.

 

십여년전 돌탑아래 고이 묻어두었던 그리움 덩어리를 찾아본다.

그 크기가 커졌느냐 작아졌느냐...

 

알 수가 없다.

찾을 수가 없다.

너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걸까?

바람같은 세월에 모두 사라져버린 걸까?

 

 

상봉에서 화암재까지 암릉 우회구간에 2~3차례 이어지는 로프구간.

 

 

10:20 AM, 화암재.

 

 

화암재에서 되돌아본 상봉 방향.

 

 

11:00 AM, 신선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설악 주릉 조망.

 

 

가야할 마산을 바라본다.

 

 

죽변봉 상공의 버섯 구름.

직진하면 금방 갈 것 같은데...ㅎㅎ

 

 

 

신선봉을 내려서면서 상봉을 바라다 본다.

참으로 장엄한 풍경이다.

 

 

 

신선봉을 내려오며....

 

 

서북릉 능선마루 위로 삐쭉삐죽 솟은 가리능선의 암봉들이 재미있다.

마치 자신들도 사진 찍어달라고 빼쭉빼죽 고개를 내민 듯한....ㅎㅎㅎ

 

 

 

풍선껌 부는 신선봉.

12:21 PM, 신선봉~큰새이령 능선 중간의 헬기장.

 

 

이제 큰새이령이 바로 발아래다.

건너편으로 890봉이 보인다.

 

 

12:40 PM, 큰새이령에 도착.

 

 

 

마장터, 물굽이 계곡..

 

 

890봉에 올라 되돌아본 신선봉, 상봉.

 

 

2:20 PM, 병풍바위봉에서 바라본 890봉.

 

 

 

 

2:43 PM, 마산봉 정상.

 

마산봉.

중요한 방점을 찍었다.

이제 설악 주릉은 완전히 끝났고, 죽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만 타고 나면 모든 산행이 끝난다.

 

이 징그러운 산행의 실마리였던 죽변봉.

그곳까지는 죽으나사나 갈 것이다.

산을 들어 매쳐서라도

가다 지쳐 쓰러지면 기어서라도...ㅎㅎ

 

 

 

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병풍바위봉과 신선봉, 상봉, 황철봉, 귀때기청.

 

 

흘리 마을.

 

 

마산 정상부 생태 복원지를 지나 잠시 진행하니 이런 공터가 나타났다.

이 곳에서 일단 좌측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랐다.

 

이 곳을 지나면 잠시후 능선의 날이 갑자기 무뎌지면서 250m 가량 고도를 내려야하는 매우 가파르고 긴 내리막이 시작된다.

왼쪽으로는 고성산 방향으로 흐르는 긴 능선이 갈라지고, 오른쪽으로도 문암천 방향으로도 지릉 한줄기가 갈라지는데, 숲에

덮혀 시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곳이라 독도에 신경써야 했다.

 

 

가파르고 긴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바라본 건너편 고성산 방향 능선.

 

 

마산과 죽변봉 중간쯤의 뚜렷한 봉우리(해발850m 가량).

한동안 완만하고 별다른 굴곡이 없는 편안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이 부근에서 골짜기로 내려가 식수를 구한 뒤 다시 올라왔다.

 

 

 

죽변능선의 인상적인 적송숲이 시작된다.

고성 산불때 이곳도 화마의 피해를 본건지 중간중간 고사목이 많았다.

 

 

갈길은 아직 먼데, 서서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신선 상봉과 신선봉의 풍광에 맘을 뺏겨 시간을 너무 지체한 댓가를...ㅎㅎㅎ

 

 

중첩되는 산릉.

그 끝엔 최초 산행을 시작했던 가리능선의 가리봉 주걱봉이......

참 먼길을 돌아왔다...

 

 

신선봉.

 

 

 

5:20 PM.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시각.

별다른 조망도 없고, 지형지물도 없고, 시계도 열리지 않은 지루한 능선의 연속.

무작정 걷고 또 걷다가 어떤 봉우리를 넘으면서 숲사이로 얼핏 보이는 다음 봉우리가 죽변봉이 아닐까했던 기대감이 이 샷으로

일순간 무참히 무너진다.

마산에서 죽변봉까지 아직 2/3도 채 진행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ㅠㅠ

 

죽변능선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걸까?

연일 계속되는 산행으로 많이 지친 걸까?

아무튼 식수를 구한 뒤 두어시간을 쉬지 않고 진행했는데...

아직 최소 1시간이상 진행해야할 것 같다.

 

 

능선 중간에서 완전히 어둠이 깔려 랜턴을 켜야했다.

어둑어둑해져 희미한 길 찾기가 그리 쉽진 않았지만, 능선을 따라 거의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통신용 삐삐선과 파란줄

덕을 톡톡히 봤다.

 

약850봉과 약680봉 사이는 급내림과 급오름이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심한 구간인데다 중간중간 길도 희미해지고, 잡목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왼쪽으로 방향이 급격히 꺾이는 약680봉 이후 죽변봉까지 어떻게 걸었는지 별다른 기억이 없다.

걸어도 걸어도 도대체 끝이 없는 듯한 길.

그냥 무념무상 마음을 비운 채....ㅎㅎㅎ

 

죽변봉 정상 직전 빽빽한 애기 소나무 숲 지대를 통과해 8시 다되가는 시각에 죽변봉 정상에 도착했다.

이로써 실제적인 능선 종주는 완전히 끝.

운봉산은 서비스 구간이자 마지막 마침표 정도...

 

 

 

간간이 칼바람 몰아치는 죽변봉 정상 헬기장에 타프를 치고, 늦은 저녁을 먹고, 커피한잔 하고, 달밤 체조 한판 한 뒤 

남은 소주를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운다.

 

발아래 삼면으로 펼쳐지는 인상적인 죽변봉 야경.

멀리 남쪽 속초부터 동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야경을 죽변봉에 서서 사열하는 느낌이라고나...

내일 아침에 바라볼 눈부신 조망이 기대된다.

종주산행의 계기이자 최초 실마리를 제공해준 죽변봉에서 바라보는 설악 조망은 과연 어떨까?

 

 

 

 

 

벽에 잠에서 깨 고개를 돌리니 타프 사이 삼각형 하늘 정면에 오리온좌가 선명하다.

뭇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 초롱초롱하기만 하고...

낮은 잡목 사이로 펼쳐지는 화려한 인공의 별빛들..

 

몸은 피곤하지만 쉬 잠이 오지 않는다.

이제 하산 일변도에 야산 같은 구간만 남았을 뿐, 오늘로서 능선 종주는 끝났다.

 

화끈했던 5박 6일간의 설악 대종주.

종주를 무사히 마친다는 안도감과 함께 밀려오는 일말의 아쉬움을 어쩔 수 없다.

 

연일 계속되는 행군에 몸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배고프고, 목마르다.

나는 더 걷고 싶다.

진부령, 향로봉 넘어 백두대간 마루금따라 금강산까지...
구성리, 탑동리, 어천리, 탑현리 지나 건봉산.. 오소동, 까치봉 넘어 푸른 물결 유유히 흐르는 남강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