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우 2

[Poem] 백창우-겨울이 오기 전에

백창우 얘야,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 몇 장의 편지를 쓰자 찬물에 머리를 감고 겨울을 나는 법을 이야기하자 가난한 시인의 새벽노래 하나쯤 떠올리고 눅눅한 가슴에 꽃씨를 심자 얘야, 우린 너무 나쁜 습관처럼 살아왔어 아무리 빨리 달려가도 길은 끝나지 않는데 늘 채워두는 것만큼 불쌍한 일이 어디 있어 이제 숨을 좀 돌리고 다시 생각해보자 큰 것만을 그리느라 소중한 작은 것들을 잃어온 건 아닌지 길은 길과 이어져 서로 만나고 작은 것들의 바로 곁에 큰 것이 서 있는데 우린 바보같이 먼데만 바라봤어 사람 하나를 만나는 일이 바로 온 세상을 만나는 일인데 조그만 나무 한 그루가 온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데 우린 참 멍청했어 술잔에 흐르는 맑은 도랑에 대해 왜 이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거지 뭐 마주 앉을 시간마저 없..

&.. 2009.11.26

[Poem] 백창우-장마

백창우 1. 오늘은 어느 누굴 찾아 가볼까? 광화문 네거리를 서성이는데 이런 제기랄, 비가 내리네 터덜 터덜 걷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점심 때가 지났구나 국수 한 그릇 먹었으면 사람들은 어딜 그렇게들 바삐 가는지? 거리는 온통 비닐 우산의 행렬인데 나는 갈 곳이 없구나 이렇게 외로운 날 호주머니엔 담배도 떨어지고 마음은 괜히 울적한데 ......... 이제 장마가 시작되려나 2. 신문 한 장 사들고 찻집에 들어가 커다란 종이비행기를 접다가 문득 떠오른 너의 얼굴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존 바에즈의 노래를 듣고 있을까? 낡은 책더미에 기대 앉아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들 살아가는지 저마다 몇 개 씩의 슬픔을 갖고 매일 되풀이되는 익숙한 몸짓 속에 나날이 작아지는 가슴으로 다들 어떤 꿈을 꾸는지 ....

&.. 200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