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2

[Poem] 신경림-동행

신경림 그 여자는 열살 난 딸 얘기를 했다 그 신고 싶어하는 흰 운동화와 도시락 대신 싸가는 고구마 얘기를 했다 아침부터 가랑비가 왔다 명아주 깔린 주막집 마당은 돌가루가 하얗고 나는 화장품을 파는 그 여자를 향해 실실 헤픈 웃음을 웃었다 몸에 밴 그 여자의 비린내를 나는 몰랐다 어물전 그 가난 속에 얽힌 얘기를 나는 몰랐다 느린 벽시계가 세시를 치면 자다 일어난 밤대거리들이 지분댔다 활석광산 아래 마을에는 아침부터 비가 오고 우리는 어느새 동행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그러나 우리는 서로 묻지 않았다

&.. 2009.05.21

[Poem] 신경림-목계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지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2009.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