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학 오래된 어제 나는 섬으로 걸어들어간 적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엽서를 썼다. 걸어서 들어갈 수 없는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뭍으로 걸어나간 우체부를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는 종려나무 그늘에 앉아 술에 취해 걸어오는 청춘의 파도를 수없이 만나고 헤어졌다, 그러나 단 한 번 헤어진 그 사람처럼 아프지 않았다. 섬 둘레로 저녁노을이 불을 놓으면 담배를 피우며 돌아오는 통통배의 만선 깃발, 문득 돌아오지 않는 그 사람이 걸어간 곳의 날씨를 걱정했다. 아주 오래된 그때 나는 섬 한바퀴 걸었다. 바다로 걸어가는 것과 걸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다 잠든 아침 또 한 척의 배가 떠나는 길을 따라 그곳을 걸어나왔다. 아주 오래된 오늘 오래된 책 속에서 그때 뭍으로 걸어갔던 그 엽서를 다시 만났다. 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