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3

[Poem] 이정하-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 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

&.. 2009.07.08

[Poem] 이정하-그리움이 길이 되어

이정하 비가 내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헤어질 시간은 빨리 다가오기 마련이지요. 그대도 아쉬운 듯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애써 그 표정을 우산 속에 감추고 있었지만 우리 언제 다시 만날 것인가는 나는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대가 약속할 수 없다는 것,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다만 이 비가 언제 멈출 것인가 하늘만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약속할 수 없는 그대의 마음은 더욱 아프겠지요. 다시 만날 기약없이 헤어지는 당신인들 어디 마음이 편하겠어요. 하지만 난 믿고 있습니다. 약속은 없어도 우리 곧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내가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이르게 해줄 것이라고. 이 비가 언제 그칠까는 장담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치게 마련이듯 우리 마음이..

&.. 2009.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