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범길 5

[설악산] 흑범길, 구름속에서..②

온통 구름속에 잠겨있다 문득 조망이 열리는 순간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정말 환상적인 곳인데, 아쉽게도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는다. 젖은 바위, 일년여만의 리지 등반.. 다들 무거운 몸으로 등반이 지연되는 와중에 흑범길의 크럭스인 40m 슬랩 칸테를 오르는 중 빗줄기가 굵어진다. 야속한 흑범길. 천둥번개만 없을 뿐,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기상 조건이다.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인데다, 장시간 계속된 등반으로 지쳐가면서 다들 서서히 전의를 상실해 가던 시각.. 어느새 탈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하긴 3단 직벽도 꽤 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인 걸 감안하면 왕관봉까지 진행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시각이다. 이번 등반의 모토가 지난해 찾지못한 흑범의 꼬리를 찾자였는데, 아쉽지만 지난해와 동일하게 천화대 비박지..

Sorak/Sorak_Ridge 2011.07.26

[설악산] 흑범길, 구름속에서..①

성하의 계절. 출발전엔 흑범의 암릉위에서 무더위와 땡볕에 장시간 노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했었는데, 설악은 수일전부터 계속된 이상 저온으로 산중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흑범길 첫피치에 도착해보니 하루종일 안개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 바위는 이미 촉촉히 젖은 상태. 짙은 구름에 덮혀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암릉길. 이따금씩 들리는 석주와 천화대 등반팀의 외침이 습한 구름을 타고,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할 뿐, 흑범은 석주와 천화대 등 주변과 단절된 설악의 고도로 변해 버렸다. 단 한차례도 열릴 줄 모르는 운무 가득한 풍경에 일면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날씨에만 감상할 수 있는 운치있는 풍경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Sorak/Sorak_Ridge 2011.07.26

[설악산] 흑범길, 맹수처럼 사납던..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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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ak/Sorak_Ridge 2010.09.02

[설악산] 흑범길, 맹수처럼 사납던.. ②

배경이 환상적이네요. 흑범의 암릉 뒷편으로 유선대와 장군봉, 울산암이 이어집니다. 비선대에서 올려다볼 때는 그렇게 거대하고, 위압적이던 적벽이 다른 암봉들에 비하면 새끼 손톱만큼 작게 보이는군요. ▒▒▒▒▒▒▒▒▒▒▒▒▒▒▒▒▒▒▒▒▒▒▒▒▒▒▒▒▒▒▒▒▒▒▒▒▒▒▒▒▒▒▒▒▒▒▒▒▒▒▒▒▒▒▒▒▒▒▒▒▒▒▒▒▒▒ 등반 초반 컨디션이 극히 안좋아보이시던 헤이즐럿님. 흑범길 바위 감촉을 느끼시자마자 신기하게도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시더군요. 역시 설악 체질이신 듯..^^ 대장의 코스 설명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뭐라는 걸까요? 뭐... 듣지 않아도 뻔합니다. 늘 그렇듯.... "별로 어려운거 없어요. 잡을데 다 있어요." 이젠 암두 안믿습니다. 힝~~~~~~~~~!!!!!!!!!! 넘버원의 뒤를 이어 수직..

Sorak/Sorak_Ridge 2010.09.02

[설악산] 흑범길, 맹수처럼 사납던.. ①

'아~~ 조난.....' 흑범길 3단 직벽 등반 완료 후 마지막 왕관봉을 코앞에 둔 지점. 갑자기 종적이 묘연해져버리는 길. 길을 찾아 헤매는 와중 급작스럽게 퍼붓기 시작하는 세찬 폭우. 폭우에 동반한 매서운 칼바람. 피할 틈도 없이.. 서 있기도 힘든, 그 좁고 가파른 암릉위에서 우리는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한 채,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젖은 몸속을 파고드는 한기, 사시나무 떨듯 몸이 떨려오면서, 서서히 저체온증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우르릉~~꽝!!!" 문득,, 머리위에서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 이번엔 천둥번개다. 비와 바람과 천둥번개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그야말로 완벽한 조난을 위한 삼중주.....ㅡㅡ 어디 몸하나 숨길데 없는 암릉 꼭대기. 우리들 몸에 주렁주렁 ..

Sorak/Sorak_Ridge 201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