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규 강물은 강변의 풍경들을 다 데리고 가고 싶은 것일까. 제 키보다도 더 큰 그림자를 유유히 드리우고 섰는 나무며 집이며 강언덕의 작은 풀꽃 하나까지도 어서 가자고 부지런히 따라 오라고 젊은 한 때의 격정으로 물소리 철벅거리며 내달았지만 나무와 집들은 금이 간 물결 위에 제 그림자만 수습할 뿐 언제나 정지된 풍경으로 서 있고 흘러가는 것은 강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았을 때 강변의 풍경 하나 마음 깊은 곳에 퍼담아 두려 해도 바람이 헤살부리고 먹구름이 와 덮어버리고 어떤 날은 안개가 와서 한꺼번에 다 먹어치우고 온 하루 거칠게 몸을 뒤틀며 강짜도 부려 보았지만 그 사이 강물은 또 저만치 아래로 떠내려가서 강언덕 바람에 젖어 바다가 내다보이는 어느덧 하구 먼 상류의 가파르던 발걸음이 무디어지고 성화를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