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두타·제주-한라 39

[한라산] 어리목~영실~돈내코 ② ♪

♣ 어리목~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 대피소~영실~윗세오름 대피소~평궤대피소~돈내코 조망이 시원한 족은윗세오름 조망대를 내려와 부근에 배낭을 데포해 놓고는 영실을 향해 길을 잇는다. 갈색으로 뒤덮힌 광활한 선작지왓의 풍경. 저 갈색 고원이 연녹빛으로 물들고, 그 위로 점점이 진분홍 철쭉이 만개한 풍경은 또 얼마나 환상적일까? 언젠가 그 날을 기대하며..... 영실로 내려가는 길. 산죽군락을 지나 구상나무 숲지대로 접어들었다. 병풍바위 윗길을 내려오며 내려다보는 풍광 또한 판타스틱하다. 병풍바위. 구름이 거의 다 걷히고 본격적으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냥 순순히 사라지기는 아쉬운 듯 마지막 남은 구름들이 온갖 조화를 부린다. 근데, 저 구름의 배후 조종자는 바람이다. 엄청난... 영실기암(오..

[한라산] 어리목~영실~돈내코 ①

♣ 어리목~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 대피소~영실~윗세오름 대피소~평궤대피소~돈내코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의 등산로는 높이나 규모에 비해 아주 단순하다. 한라산 서사면의 어리목과 영실 코스, 동·북사면의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 여기에 수년전 개방된 남사면의 돈내코 코스를 더해 총 5개 코스가 전부이다. 천왕사 석굴암 코스(비정규 구간인 석굴암~고상돈 케룬은 제외)는 엄밀히 말해 등산로라기보다는 사찰 탐방로에 가깝고, 어승생악 코스는 여느 오름 탐방로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둘다 완성된 형태의 정상적인 등산로라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순상화산의 특성상 육지의 산들과 달리 능선이나 계곡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산세가 단순한 탓이리라. 오늘은 어리목, 영실, 돈내코 코스를 하루에 끝내는 일정. 어리목을..

[제주도] 중문, 쉬리의 언덕

♣ 중문 쉬리의 언덕 특별한 볼거리가 있을까 싶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곳인데, 탁트인 해안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너른 모래사장과 그 너머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어울리는 풍광에 눈은 물론 마음마저 뻥 뚤리는 느낌이 들었던 곳이다. 지난 이틀동안 무거운 배낭을 매고 마라도를 한바퀴 돌고, 모슬포~송악산, 송악산~산방산까지 걸어온 후유증인지 벌써부터 다리가 천근만근이고, 무릎에도 약간씩 신호가 오는 느낌이다. 내일 한라산을 빡세게 돌아야하는 일정을 앞두고 있는데..... 여행 출발전 최초의 계획은 텐트야영이었는데, 일정이 길다보니 이것저것 추가되는 물품이 많아져 배낭 무게가 이미 장난이 아닌데다 도저히 텐트 들어갈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출발 전날 텐트를 포기하고는 비박 모드로 급..

[제주도] 산이수동~산방산 ♪

♣ 송악산~산이수동~사계 발자국화석 발견지~사계항~산방산 아침에 송악산 해안 절벽의 진지동굴에서 일출을 감상한 후 산이수동을 출발해 해안 도로를 따라 산방산으로 향한다. 산방산. 성산 일출봉이 제주 동부의 랜드 마크라면 산방산은 서부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겠다. 제주의 여느 오름들과는 생김이 완전히 다른, 사방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성채처럼 우뚝 솟은 산세가 특출한 암봉이다. 그 산방산을 반나절 내내 바라보며 걷는 행복감. 이 구간은 산방산과 더불어 아름다운 해안 풍광까지 겸하게 되니 더더욱 감동적이다.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송악산에 다시 오른 뒤 점심때쯤 산방산까지 걷고, 오후에 어승생악에 오른 뒤 이동해 석굴암 부근의 노루손이(노루생이)오름까지 오를 예정이었는데, 진지동굴 일출에 시간을 빼앗기는 ..

[제주도] 모슬포~송악산

♣ 모슬포항~올레길 10코스(하모체육공원~대정해수욕장~알뜨르비행장~섯알오름)~송악산 모슬포 여객선 터미널을 빠져나와 홍마트에서 부탄가스와 몇몇 물품을 구입한 뒤 송악산으로 향한다. 모슬포에서 송악산까지 광활한 벌판이 펼쳐져 있다. 굳이 올레길을 따를 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올레길이 홍마트와 하모체육공원 사이길로 나 있었다. 노랗게 만발한 유채꽃, 파란 마늘밭과 감자밭. 드넓게 펼쳐진 벌판, 벌판 너머로 성채처럼 우뚝 솟은 산방산과 송악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들판을 가로지르는 맛이 너무도 상쾌하다. 대정(하모)해수욕장. 아주머니 한분이 무언가를 채취하고 계셔서 다가가 물어보니 보말이라고 하신다. 끓여서 다슬기처럼 빼먹으면 맛있다고... 아주머니도 제주에 정착한지 6개월밖에 안된다고 하신다. 바람이 심하..

[제주도] 마라도

♣ 마라도 끝. 더는 갈 데가 없다. 해남 땅끝 마을에서 느끼던 종류의 뭉클함과 먹먹함이 이곳에서 반복된다. 세월이 흘러 이제 조금은 담담해진... 국토 최남단 바위턱에 걸터앉아 멍하니 바라보는 끝도 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저 푸른 파도를 헤치며 남으로 남으로.. 끝까지 내려가면 어디에 닿을까? 전설의 섬 이어도를 지나 광활한 호주 대륙에 닿을까? 아니면 혹시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에 붙잡혀 통베바큐 신세가 되는건 아닐까?ㅎㅎ 제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제주 공항을 빠져나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모슬포행 버스를 갈아탄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제주의 풍광. 제주엔 벚꽃이 끝물이다. 바람결에 난분분~ 난분분~ 눈꽃처럼 흩날리는 하얀 꽃잎들. 한라산 중산간의 도로를 시원하게 내달리며 바라다보이는, 광활한 ..

[두타산] 관음암 코스

♣ 무릉계곡 초입~관음암~하늘문~무릉계곡 두타산 마지막날. 전날 잠시 올랐던 관음암 코스로 향한다. 두타산성에서 바라볼 때마다 궁금했지만 번번이 뒤로 밀리던 코스. 늦은 시각에 산행을 시작한데다, 겨울철이라 낮이 짧지만 코스가 길지 않은 까닭에 여유롭기 그지없다. 여러 능선과 골짜기를 거치는 코스라서 길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시원하게 시야가 열리는 조망대가 많다. 무릉계곡 하단부. 청옥산 방향 조망. 청옥산과 학등 능선. 무릉계곡. 학소대 위쪽 골짜기. 무릉계와 주변의 숨은 폭포. 학소대 위쪽의 폭포. 조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참 근사하다. 저 고개를 오른 뒤 모퉁이를 돌아서면 관음암이다. 관음암. 관음암. 관음암에서 내려다보는 두타산과 두타산성 방향 조망. 관음암 직후의 이정표. 신선바위에서 내려다보..

[두타산] 무릉계 소풍산행

설악을 닮은 산, 그래서 설악을 어느 정도 대체할만한 산 어디 없을까? --- 절대 없다. 산세로 보자면 북한산, 도봉산, 월출산, 대둔산 등이 언뜻 떠오르긴 하지만 급 자체가 다르다. 절대 높이는 물론이요 깊이와 넓이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산의 깊이는 높이와 대체적으로 비례하기 마련이고, 산의 깊이는 그 산의 숲을 보면 알 수 있다. 깊은 산이라면 적어도 아름드리 전나무 거목과 분비(구상)나무 정도는 품고 있어야지... 설악은 산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높이와 깊이, 규모 측면에서... 암릉과 암봉, 협곡의 국가대표 외설악. 암반계곡의 고향 내설악. 거폭들의 회랑 남설악. 광활한 너덜의 진수 북설악. 어느 계곡, 어느 능선으로 가든 눈을 즐겁게 하는 원시의 수림. (해발 2..

[두타산] 바람 난장

♣ 무릉계곡~두타산성~두타산~박달령~박달골~무릉계곡 경방기간에다 적설도 어중간해 적당한 산행지 찾기 애매한 계절.. 두타산~청옥산~고적대 정도만 어렴풋이 떠올렸을 뿐 뚜렷한 계획없이 두타산으로 향한다. 출발전 기상청 들어가보니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는 예보에 '좀 춥겠네?' 하는 정도... 백두대간을 넘으니 아쉽게도 영동지방엔 눈 내린 흔적이 별로 없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부근에서 적설로 인해 정체가 꽤 있었고, 동해버스터미널 앞에서 무릉계곡행 버스 기다리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다보니 거의 막차로 무릉계곡에 들게 되었다. 무릉계 중간쯤 적당한 곳에서 밤을 보내는데, 새벽 무렵부터 능선 위쪽에서 바람소리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하더니 기온이 급강하하는 느낌이 체감되고 차츰차츰 강풍으로 변해가는 소리가 위압적..

[두타산] 별유천지 리지 ②

♣ 두타산 별유천지 리지 원래도 풍광이 빼어난 곳인데다 오르면 오를수록 시야가 점점 더 넓어지면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피치 피치가 끝날 때마다 너럭바위가 대기하고 있어 쉬어가기도 그만이다. 두타산은 산에 빠지기 전, 일년에 한두번 산에 갈까말까 하던 때에만 이미 2~3차례 찾은 곳이라 그런지 왠지 정이 가는 산이다. 구석구석 궁금한 곳도 많고, 내겐 제2의 설악으로 생각되는 곳이라서 원래는 4월말이나 5월초쯤 몇일간의 일정으로 둘러볼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다음 기회로 넘겨야 할 것 같다. 2피치 쌍크랙과 함께 인상적인 5피치 침니 구간. 바짝 선 침니가 무척이나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위로 오를수록 점점 넓어지는 수직 침니의 틈을 따라 촉스톤이 나란히 박혀 있는 모습이 참 독특하다. 이제 거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