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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백창우-겨울이 오기 전에

저산너머. 2009. 11. 26. 13:49


백창우


얘야,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
몇 장의 편지를 쓰자
찬물에 머리를 감고
겨울을 나는 법을 이야기하자
가난한 시인의 새벽노래 하나쯤 떠올리고
눅눅한 가슴에 꽃씨를 심자
얘야, 우린 너무
나쁜 습관처럼 살아왔어
아무리 빨리 달려가도
길은 끝나지 않는데
늘 채워두는 것만큼 불쌍한 일이 어디 있어
이제 숨을 좀 돌리고
다시 생각해보자
큰 것만을 그리느라
소중한 작은 것들을 잃어온 건 아닌지
길은 길과 이어져 서로 만나고
작은 것들의 바로 곁에 큰 것이 서 있는데
우린 바보같이 먼데만 바라봤어
사람 하나를 만나는 일이 바로
온 세상을 만나는 일인데
조그만 나무 한 그루가
온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데
우린 참 멍청했어
술잔에 흐르는 맑은 도랑에 대해
왜 이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거지

마주 앉을 시간마저 없었는걸
그래
얘야, 오늘은 우리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자
겨울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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