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한계고성 암릉 ①

저산너머. 2009. 6. 2. 20:36

드넓게 깔린 운해 너머로 가리봉과 주걱봉.

복원된 한계고성

조촐한 산제..

천제단





2009년 첫 설악산 산행.

지금까지 4~5차례 정도 이곳을 찾았는데, 대부분 이맘때쯤였던 것 같다.
설악의 문이 열리면 이곳을 찾아 천제단에서 가볍게 산제를 지내곤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은지도 벌써 4~5년쯤 된 듯..

새벽 4시 반경 어둠을 뚫고, 옥녀탕 사면을 기어오른다.
설악의 여느 계곡이 그렇듯 성골 하단부도 2000년대 중반 두어차례의 수해로 인해 상류로부터
휩쓸려내려온 바윗더미와 아름드리 통나무들, 흙더미가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덕분에 중간중간
길이 끊겨 그대로 계곡을 치고 오른다.

다행히 한계고성이 가까와지면서 계곡은 예의 자연미 넘치는 계곡으로 되살아나고, 설악 특유의
짙은 숲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맘때쯤 설악의 새벽은 참 푸르고 싱그럽다.
살갗에 닿는 푸른 새벽공기의 청량감, 짙은 숲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숲의 향기, 이름모를 산새의
지저귐은 청아하기 그지없다.
설악 깊은 숲속 한가운데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고, 설악의 내음과 울림, 감촉을 느끼며 폐부 깊숙히 호흡해본다.

옥녀탕을 떠난지 30여분쯤 후에 한계고성에 도착.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우측 한계고성 성벽 아랫길을 따라 오른다.
성벽이 끝나는 지점 부근 살짝 바위턱을 살짝 넘으면서 한계고성 암릉길이 시작된다.

초입은 푸석바위와 마사토가 깔린 가파른 경사길.
자칫 잔돌을 잘못 밟을 경우 그대로 미끄러져 추락할 수도 있고, 낙석 위험이 높은 곳이므로 주의하며
기어올라야한다.

한참을 기어오르다 능선으로 올라서니 발아래 계곡쪽으로 드넓게 운해가 깔리고, 그 너머로 가리봉,
주걱봉이 벽처럼 버티고 서있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암릉 구간이 시작되어 천제단 직전까지 이어진다.
릿지코스로 불리지만, 솔직히 릿지 코스라고 하기엔 너무 약한 곳. 
암릉 자체도 뚜렷하지 않은데다, 두드러진 암봉이나 벽도 없는, 약간 지저분한 스타일.

대신 암릉과 어울어진 이곳의 적송 군락은 설악 그 어느곳의 적송군락보다도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암릉 사이로 안개라도 살짝 낀 때는 선경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

천제단에 도착해 조촐하게 산제를 지내면서, 올 한해도 무사산행 할 수 있도록 기원해본다.
가볍게 간식을 먹고, 다시 길을 따라 오른다.
한계고성 암릉길은 천제단 직전에서 끝나고, 이후 비교적 편안한 숲길이 계속된다.

작은 능선을 따라 한계고성의 흔적이 이어진다.
잠시 안부에 내려선 뒤, 조망 하나 없는 지루한 숲길을 한동안 걷다 반쯤 무너진 한계고성 마지막
성벽이 끝나는 작은 봉우리를 지나고, 다시 작은 안부로 내려서고, 또다시 이어지는 지루한 숲길..
왼편으로 한계고성 암릉을 오르면서 숲사이로 바라보이던 거대한 암봉을 스쳐지나게 된다.

나무들의 키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살짝 위험한 바위턱을 한차례 오르고 나면 작은 암봉 정상부에
오르게되는데, 사방으로 터지는 전망이 기막힌 곳. 이곳에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서북릉 정상이다.

오늘은 샛길로 빠지지 않고, 서북릉에서 십이선녀탕 갈림길에서 대승령을 거쳐 장수대로 하산한다.
언제 깔았는지 대승령부터는 길고도 지루한 돌계단길.
서울을 출발해 산행 시작까지 한숨도 못자서 그런지 돌계단길 내내 꾸벅꾸벅 졸면서 하산..
한편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무 가혹한 돌계단 길이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아! 무릎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