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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기형도-바람은 그대쪽으로

저산너머. 2009. 3. 5. 17:34

 

 

기형도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

한다. 단 하나의 靈魂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窓門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

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短篇 잠속에서

끼여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

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沈默 언제나 이리저리 나

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

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

고 싶었다. 아아,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 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僻地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燈皮 다 닦아내는 薄明 시간,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

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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