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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김재진-넉넉한 마음

저산너머. 2009. 3. 10. 18:30



김재진


고궁의 처마 끝을 싸고 도는

편안한 곡선하나 가지고 싶다

 

뾰족한 생각들 하나씩 내려놓고

마침내 닳고 닳아 모서리가 없어진

냇가의 돌멩이처럼 둥글고 싶다

 

지나온 길 모두 돌아보게 되는 순간

부끄러움으로 구겨지지 않는

정직한 주름살 몇 개 가지고 싶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속이며 살아왔던

어리석었던 날들 다 용서하며

 

날카로운 빗금으로 부딪히는 너를

달래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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