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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신경림-동행

저산너머. 2009. 5. 21. 13:25


신경림


그 여자는 열살 난 딸 얘기를 했다
그 신고 싶어하는 흰 운동화와
도시락 대신 싸가는 고구마 얘기를 했다

아침부터 가랑비가 왔다
명아주 깔린 주막집 마당은 돌가루가 하얗고
나는 화장품을 파는 그 여자를 향해
실실 헤픈 웃음을 웃었다

몸에 밴 그 여자의 비린내를 나는 몰랐다
어물전 그 가난 속에 얽힌 얘기를 나는 몰랐다

느린 벽시계가 세시를 치면
자다 일어난 밤대거리들이 지분댔다
활석광산 아래 마을에는
아침부터 비가 오고
우리는 어느새 동행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그러나 우리는 서로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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