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비가 내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헤어질 시간은
빨리 다가오기 마련이지요.
그대도 아쉬운 듯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애써 그 표정을 우산 속에 감추고 있었지만
우리 언제 다시 만날 것인가는
나는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대가 약속할 수 없다는 것,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다만 이 비가 언제 멈출 것인가
하늘만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약속할 수 없는 그대의 마음은 더욱 아프겠지요.
다시 만날 기약없이 헤어지는 당신인들
어디 마음이 편하겠어요.
하지만 난 믿고 있습니다.
약속은 없어도 우리 곧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내가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이르게 해줄 것이라고.
이 비가 언제 그칠까는 장담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치게 마련이듯
우리 마음이 있는 한
당신과 나는 만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가 내립니다.
당신이 가고 난 지금,
비는 더 세차게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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