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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안상학-오래된 엽서

저산너머. 2009. 7. 8. 18:55



안상학



오래된 어제 나는 섬으로 걸어들어간 적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엽서를 썼다. 걸어서 들어갈 수 없는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뭍으로 걸어나간 우체부를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는 종려나무 그늘에 앉아

술에 취해 걸어오는 청춘의 파도를 수없이 만나고

헤어졌다, 그러나 단 한 번 헤어진 그 사람처럼 아프지 않았다.


섬 둘레로 저녁노을이 불을 놓으면

담배를 피우며 돌아오는 통통배의 만선 깃발, 문득

돌아오지 않는 그 사람이 걸어간 곳의 날씨를 걱정했다.


아주 오래된 그때 나는 섬 한바퀴 걸었다. 바다로

걸어가는 것과 걸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다 잠든 아침

또 한 척의 배가 떠나는 길을 따라 그곳을 걸어나왔다.


아주 오래된 오늘

오래된 책 속에서

그때 뭍으로 걸어갔던 그 엽서를 다시 만났다.

울고 있다. 오래된 어제 그 섬에서 눈물도 함께 보냈던가


기억 저 편 묻혀있던 섬이 떠오른다. 아직 혼자다.

나를 불러, 혼자 있어도 외로워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던 그 섬

다시 나를 부르고 있다. 아직도 어깨를 겯고 싶어하는 사랑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