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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진교준-설악산 얘기

저산너머. 2009. 4. 30. 23:00



진교준


1
나는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 산이 좋더라.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 설악 · 설악산이 좋더라.


2
산에는 물, 나무, 돌 ······
아무런 誤解도
法律도 없어
네 발로 뛸 수도 있는
원상 그대로의 自由가 있다.
고래 고래 고함을 쳤다. 나는
고래 고래 고함을 치러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른다.


3
산에는
파아란 하늘과 사이에
아무런 障碍도 없고
멀리 東海가 바라 뵈는 곳
산과 하늘이 融合하는 틈에 끼어 서면
無限大처럼 가을 하늘처럼
마구 부풀어 질 수도 있는 것을 ······
정말 160cm라는 건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을 ······


4
도토리를 까 먹으며
설악산 오솔길을 다리쉼 하느라면
내게 한껏 남는 건
머루 다래를 싫건 먹고픈
素朴한 慾望일 수도 있는 것을 ······
自由를 꼭 깨물고
차라리 잠 들어 버리고 싶은가.


5
깨어진 기왓장처럼
五世庵 傳說이 흩어진 곳에
금방 어둠이 내리면
종이 뭉치로 문구멍을 틀어 막은
조그만 움막에는
뜬 숯이 뻐얼건 탄환통을 둘러 앉아
갈가지가 멧돼지를 쫓아 간다는
포수의 이야기가 익어간다.
이런 밤엔
칡 감자라도 구어 먹었으면 더욱 좋을 것을


6
百潭寺 내려가는 길에 骸骨이 있다고 했다.
해골을 줏어다가 술잔을 만들자고 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빠이론이
한 개의 해골이 되어버린 것 처럼
哲學을 부어서 마시자고 했다.
해 · 골 · 에 · 다 · 가 ······


7
나는 산이 좋더라.
永遠한 休息처럼 말이 없는
나는 산이 좋더라.
꿈을 꾸는 듯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 설악 · 설악산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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