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장마철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기상이변이 일상화되었지만, 내가 어릴적엔 장마철이 비교적 일정한 편이었고, 지루한 장마가 끝나는 즈음이면 밭두렁엔 옥수수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나는 어릴적부터 옥수수의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맛을 유난히도 좋아했다. 외할머니 생신이 돌아오는 이맘때쯤이면 어머니는 일년중 거의 유일하게 친정에 가시는데, 그때마다 나를 데리고 가셨다. 내 고향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 당시 사회 분위기가 대개 그러했듯, 우리집에도 고부간의 갈등이 꽤 있는 편이었다. 갈등이라고 하기엔 항상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당하시는 쪽이었지만..ㅎ 할머니께서는 어머니에게 친정에 가지 말라고 대놓고 말씀하시진 않아도, 어머니가 친정에 가는 걸 내심 몹시 싫어하셔서 괜히 엉뚱한 일을 핑계로 싫은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