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출 살랑살랑 이마를 스쳐 지나는 바람결에 눈을 뜬다. 밤새 거세게 불던 바람이 좀 잔잔해졌나보다. 전날 산행이 그만큼 힘들었던 것인지, 고지인데다 세찬 바람 덕분에 모기가 없어서 그랬는지 간밤엔 거의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 설악의 달콤한 새벽에 취해 좌로굴러 우로굴러 밍기적거리며 침낭속에서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을 무렵, 부지런한 등산객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서둘러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일출을 기다려본다. 벌써부터 동해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여명빛을 보니 오늘도 한바탕 축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대청봉 정상 바위턱마다 등산객들이 한자리씩 차지하며,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일출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어느 순간 들려오는 "와~~"하는 탄성.. 드디어 일출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