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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도종환-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저산너머. 2009. 4. 7. 11:18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 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 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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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