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Ridge

[설악산] 별을 따는 소년들 ③ ♪

저산너머. 2009. 6. 30. 16:55

2봉 정상.
2봉 뒤 중앙에 노적봉이 버티고 서있고, 노적봉 뒤로 권금성이 있는 봉화대 능선 끝자락이 살짝 보인다.
그 뒤로 황철봉에서 울산암으로 이어지는 울산암지릉, 그리고 울산암, 신선 상봉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근데, 두분이 뭐하고 있는 건지...
가위바위보?
혹시 노적봉을 걸고 내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적봉은 예전에 "한편의 시를 위한길"을 처음 등반하던 때, 노적봉 오르는 마지막 관문인 말바위를 선등으로 올랐던 내가 이미 찜해두었는데.....


'솜다리의 추억' 릿지 상의 솜다리봉. 정상 아래쪽에 클라이머 들이 하강을 준비하고 있다.

토왕폭 전모.

좌측 상단에 노적봉이 보이고, 중앙부에 달마봉, 우측으로 솜다리봉이 조망된다. 솜다리봉 정상에 클라이머 한명이 서있다.

2봉 정상을 향해...

정상부 암릉에서 바라본 조망.

권금성이 희미하게...

11피치 능선 정상의 톱날같은 나이프 에지(피너클) 구간






♧ 2009.6.28 설악산 토왕골 '별을 따는 소년들' 릿지 등반.


작년 이맘때쯤 왔던 곳인데, 작년의 감동을 잊지못해 올해 다시 다녀오게 되었다.
이 곳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동양최고라는, 320여m의 웅장한 토왕성폭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능선 정상에서 노적봉부터 권금성, 공룡능선과 울산바위, 멀리 북주릉 일원까지 한눈에 펼쳐지는 조망은 덤..
총 11피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반길이는 400여미터, 최고 난이도는 5.9급, 평균난이도는 5.6급.


새벽이른 시간에 B지구 상가에 도착해 평소처럼 라면을 끓여먹고나서, 탐방지원센터에서 암장이용 허가서를 회수한 뒤,
새벽 3시 25분경 켄싱턴 호텔앞을 출발했다.
낮은 물소리만 들려오는 토왕골의 짙은 어둠속으로 스며들어 '별을 따는 소년들' 릿지 들머리에 도착하니 4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각..
릿지 들머리에 도착할 때 쯤부터 서서히 계곡의 어둠이 가시기 시작한다.
지계곡에서 맑은 물로 수통을 채우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5시경 1피치 등반을 시작..

1~3피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했다.
문제는 최대 난코스인 4, 5피치.
특히 4피치 디에드르 구간은 작년에 가장 어렵게 통과한 곳인데, 다들 등반 실력이 향상된건지 올해는 비교적 무난하게 등반을 마쳤다.
4피치부터 토왕폭 상단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년엔 상단폭 부근이 구름에 덮힌 풍경이었는데, 올핸 웅장한 전모를 그대로 드러낸다.
최근에 강우량이 적었던 탓인지 수량이 부족한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작년에 4피치에서 워낙 고생을 했던 탓일까?
이상하게도 5피치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난이도 5.9급의 제일 어려운 피치인데...

5피치 출발점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선등의 등반모습을 지켜본다.
선등 대장이 예상외로 약간 힘겹게 올라서는 모습이다.
오리지널 넘버투의 불참으로 2번째 등반자가 된 나..
아래에서 지켜보기로는 완만해보였는데, 막상 출발해 인공등반구간 아래에 도착해보니, 직벽에 가까운 경사에 아래에서
볼 때보다 훨씬 더 높게 느껴진다.
근데 오늘따라 왜 도대체 홀드가 안보이는겨~~ 

기억은 희미해도 작년엔 5피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올랐던거 같은데...
잠시 이리저리 홀더를 찾아 헤매다가 올라서긴했는데, 아뿔싸 퀵드로 제거를 깜빡...@@
퀵드로를 회수하기위해 애쓰다 나도 느끼지 못한 찰나에 와락 추락해버렸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왼손 4, 5번째 손가락에
감각이 전혀 없고, 금새 시꺼멓게 피멍이 들면서 심하게 부어오르고 있다.
대충 가름해보니 3~4미터쯤 추락한 듯...
돌이켜보면 윗쪽 크랙에 설치했던 프랜드가 빠져버리면서 순간적으로 튕겨나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내 스스로의 힘으론 더이상 정상적인 등반이 어려워진 상황.
할 수 없이 세번째 등반자가 먼저 올라간 뒤, 주마로 나를 끌어올렸다.

다음날 자고나니 손가락이 많이 부어있고,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랫쪽에도 타박상을 입었는지 부어있었고 통증이 심했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찍어보니 다행히 뼈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보인단다.
올해 산제를 잘 지낸건지 이정도면 비교적 경미한 부상인 셈이다.
액땜이라면 액땜 한번 제대로했다는 생각...^^
그나저나 이게 무슨 민폐인지.....ㅠㅜ


------ 여덟 손가락으로 자판치려니 계속 오타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내일 또 쓰던가 해야겠단.....^^


아무튼 고생끝에 5피치와 6피치에 도착해 기다리다 대기시간이 길어져 6피치 하강코스는 클라이밍 다운했다.
손가락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크게 위험한 곳은 아니니 여덟 손가락으로...

하강지점에서 6피치의 암봉을 배경으로 바라보는 토왕성 조망은 역시 이 코스 최고의 뷰 포인트...
그 웅장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런 멋진 풍경을 두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데, 손꾸락 좀 아픈게 무슨 대수랴.
덕분에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는..ㅎㅎ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이후 피치는 특별히 난코스가 없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능선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암봉의 숲, 멀리 북주릉까지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은 정말 환상적이다.

정상에서 조망을 감상하다 안부로 이동해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탈출로를 따라 내려온 후 특별했던 산행을 마쳤다.


이 곳 별을 따는 소년들은 나와 무슨 악연이 있는걸까?
릿지 등반때에도 보통 거의 스크래치 하나 없이 되돌아오는데, 이곳에선 이상하게도 작년엔 4피치 오르면서 자세를
잘못잡는 바람에 팔힘이 다 빠진 상태로 자일에 끌려올라가다시피 하다 자일에 쓸려 상처를 입었고, 올핸 손가락에
다리 부상까지...
별을 따는 소년이라기엔 이미 늙어버리고, 마음의 때가 너무 많이 쌓인건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