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Ridge

[점봉산] 구름속의 산책 - 남설악 칠형제봉

저산너머. 2009. 6. 10. 19:19

칠형제봉 제1봉 첫피치 등반 준비중.

1봉 2피치.

1봉 3피치.

2봉 첫피치 등반. 비에 젖은 바위 때문에 의외로 어려웠던...

3봉 2번째 하강 지점 도착. 3봉은 우회하고, 그 이후 암봉들은 다음을 위해 남겨둔다.

3봉 2번째 하강.

가장 어려운 피치 중 하나인 4봉 첫피치.
수직에 가까운 크랙이 멀리서봐도 만만치 않아보인다.
사진 중앙 침니 중간쯤 희미하게 보이는 여자분은 20~30여분의 사투끝에 간신히 올랐다.


하산후 흘림골 입구에서 되돌아본 칠형제봉 암릉. 1봉 부근의 구름이 잠시 살짝 걷혔다...





설악으로 떠나는 발걸음엔 언제나 설레임과 기대감이 가득하다.
거기에 오늘같이 릿지산행인 경우엔 어쩔 수 없이 긴장감이 더해진다.

현충일 연휴를 맞아, 정말 오래간만에 릿지 등반을 위해 남설악으로 떠났다.
전날 일기예보상으론 비소식이 없었고, 내설악 휴게소를 출발할 때만 해도 휘엉청한 달에 토끼 두마리가
방아찓는 모습이 뚜렷했었는데, 한계령 정상부에서부터 갑자기 구름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오색에
도착했을 땐 이미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단 차안에서 무작정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그렇지만 날이 훤히 밝아오고 나서도 가랑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아 할 수 없이 흘림골 입구로 이동해
다시 기다려본다.
역시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산행준비를 마치고, 일단 칠형제봉 능선으로 올랐다.

온산이 구름으로 뒤덮혀 전망이라곤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날씨다.
게다가 비로 인해 기온도 많이 떨어져있고, 바람도 꽤 심한데다, 긴장감까지 더하니 여벌옷을 껴입어도 
몸이 절로 덜덜덜 떨린다.
바위에 손을 대면 손이 시려워 감각이 무뎌질 정도...
전날까지만 해도 한여름처럼 후덥지근하던 날씨가 하루 사이에 이렇게 변덕을 부리다니...

1봉의 1, 2피치는 어렵지 않게 올랐는데, 3피치의 둥그런 바위턱을 올라서기가 만만치 않았다.
바위면이 비에 젖지 않았다면, 우리팀 선등자 정도의 실력이면 쉽게 오를 수 있었을텐데, 두세번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면서 바라보던 후등자들도 긴장감에 사로잡힌다. 다른 팀이 이미 1피치를 우회해 대기하고
있는데, 시간은 자꾸만 지체되고, 결국 그 팀을 먼저 보내고, 우리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기로
한다.

1시간 반정도 기다림 후 우리팀 대장의 재도전.
다행히 이번엔 무난히 성공한다.
내 차례가 되어 막상 올라보니, 역시 만만치 않은 곳이다.
바위턱 올라서기도 쉽지 않은데, 바위턱을 올라서고 나서도 슬랩이 만만치 않다.
마땅한 홀더도 없는데다, 아래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경사도 훨씬 가파르고, 바위면엔 빗물줄기가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들 긴장감의 압박을 이겨내고 무사히 3피치를 마쳤다.

등반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2봉은 반쯤 우회하다시피하고, 칠형제봉 릿지중 가장 어렵다는 3봉은 아예 
처음부터 우회해 3봉 2번째 하강 지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25미터쯤 하강을 하고 난후 곧바로 탈출로를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탈출로는 길지 않은 편이라서 곧 흘림골 본류를 만나고, 계곡을 건너 정규 등산로를 따라 내려왔다.

우천으로 인해 여러 어려움이 있기도했지만, 남설악 칠형제봉은 다른 코스에 비해 난이도가 낮게 평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봉 3피치만 해도 난이도 5.7이라기엔 좀 까다로운 듯...

아쉽지만 칠형제봉 완등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