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선녀봉 ♪

저산너머. 2013. 9. 13. 00:47

 

 

 

 

♣ 선녀봉

 

설악 구석구석을 아무리 다녀봐도 설악 최고의 조망대는 역시 공룡릉 신선대인 것 같다.

특히나 붉게 물들어가는 일몰 무렵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공룡릉의 실루엣은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론 턱없이 부족한, 눈물

겹도록 시린 풍경이다.

신선대는 파노라마와 입체감, 남성적인 웅장함에 더해 여성적인 섬세함까지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공간이자 설악에서 가장

농밀한 뷰를 지닌 곳인 것 같다.

서북주릉과 화채릉이 이루는 좌청룡 우백호 형상의 아늑한 느낌은 덤이고...

 

마등령 부근에서 바라보는 뷰도 신선대에 뒤진다면 서러울 정도로 말이 필요없겠다.

공룡릉의 기세가 그 어느 곳보다 날카로운데다, 그 뒤를 거대한 대중청이 호령하고 있으니...

 

조망 좋기로 유명한 화채릉에서 바라보는 공룡릉~북주릉으로 이어지는 라인, 서북주릉이나 용아릉에서 바라보는 공룡릉은 

장쾌함과 시원한 맛은 어느 곳에 비할 수 없지만, 입체감이 부족해 다소 밋밋하고, 평면적이라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워낙 빼어난 산세를 지닌만큼 이처럼 설악엔 포인트가 너무도 많지만, 이곳 선녀봉도 어느 곳 못지않은 밀도 높은 뷰를 지닌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독특한 모양새의 선녀봉 뒤로 피라미드 형태의 거대한 노적봉과 권금성 봉화대 라인이 중첩되고, 그 뒤를 북주릉의 황철봉과

울산암, 신선-상봉라인이 배경으로 떠받쳐주는 입체적인 뷰는 설악 어디에서도 쉽게 찾기 힘들 정도로 감동적이다.

 

 

오늘은 리지 등반이 아닌 워킹으로 이곳을 찾았다.

전부터 박으로 꼭 한번 찾고 싶었던 곳이라 이번에 어떻게든 엮어보려다 동선이 맞지 않아 포기했던 곳인데, 일정이 틀어지게

되면서 결국은 오게 되었다.

 

 

 

선녀봉과 노적봉.

 

 

솜다리추억 리지길의 선녀봉 정상.

 

 

 

경원대 리지 정상에 등반팀이 있었다.

아마도 은벽길 부근에서 보던 팀인 듯...

정상등반후 곧바로 하강해 이후엔 쭉 나홀로...

 

 

피너클 구간.

나이프에지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피너클이 맞지 않을까?

 

 

별을 따는 소년들 리지 정상의 기암.

혹시 원시인들이 만든 고인돌이 아닐지...ㅎ

 

별선녀봉 정상에 오르려 피너클 구간을 통과하는데, 혼자라서 그런지 짜릿짜릿하다.ㅋㅋㅋ

 

 

 

 

 

구름이 밀려왔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온갖 조화를 부리는 탓에 잠시도 한눈을 팔기 힘들다.

 

 

 

 

 

 

선녀봉 섪은 전설 속삭이는 토왕성아

밤이슬 함뿍 젖어 손짓하던 울산암아

나 항상 너를 반겨 여기 살고픈데

아아 아아 아아 나는 또다시 내게 오마~~♬♪

 

선녀봉, 울산암, 노적봉을 휘감으며 시시각각으로 펼쳐지는 운무의 향연.

구름 너머로 잔잔하게 들려오는 토왕폭의 낮은 속삭임.

 

그야말로 노랫말 그대로다.

이 산노래를 만든 분은 선녀봉의 어느 리지를 등반하던 중 이런 풍광을 바라보며 이 아름다운 노랫말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선녀봉엔 솜선녀라는 선녀가 두 딸을 낳아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름하여 경선녀, 별선녀라 한다.

그중 둘째딸인 별선녀의 미모가 가장 빼어나다는 소문이...

부친이 혹시 토왕일지도 모르겠다.

믿거나 말거나....ㅎㅎ

 

아무튼 솜다리추억의 리지, 경원대 리지, 별을 따는 소년들 리지 모두 각각의 정상을 갖고 있다.

 

 

 

 

별따 등반팀이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이곳에도 등산객이...

나중에 여러 얘기를 나누었는데, 이 분도 설악 구석구석을 다닌 분인 듯했다.

근래 심심찮게 들어본 가이드 산악회인 ㅅㅁㄹ 산악회 회원이신 듯...

 

 

 

동이 트고, 해가 떠오르고, 태양빛이 설악 산록에 붉게 번져가면서 설악이 한꺼풀 한꺼풀 옷을 벗기 시작한다.

일출 무렵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산의 때깔은 언제봐도 참 신비롭기만 하다.

 

 

 

 

 

 

 

 

 

솜다리봉이 하단부에 보인다.

별선녀봉이 보이지 않는걸 보니 별선녀봉 정상에서 찍은...

 

 

 

 

 

 

 

 

 

 

 

 

 

 

 

 

 

 

 

 

 

 

삼선녀와 희롱하던 선녀봉의 하룻밤.

너무도 황홀한 밤이었다.

선녀들의 품을 떠나기 싫어 연신 뒤돌아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산행지로 향한다.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감을 가득 품은 채...

 

그런데, 그런데,, 어찌 알았을까?

삼선녀와 희롱하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금껏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위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