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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king

[아침가리골] 심설속 월둔고개 넘기 ①

 

 

 

 

 

 

현리~갈터~아침가리골~월둔고개~월둔골~원당~내린천

 

에 도착해 배낭을 펼치니 배낭속에 여전히 남아있던 한기가 확 밀려오면서 반사적으로 몸이 떨리고, 현장의 기억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듯하다.

눈속에서 추위로 고생했던 지난 4일간 몸과 마음의 기억이...

 

 

 

 

울산은 매력적이다.

온산을 뒤덮는 하얀 눈, 살인적인 칼바람, 혹독한 추위로 상징되는 겨울산.

다른 계절과는 비교불가한 독특한 분위기와 마성같은 아름다움으로 치장한 채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겨울산.

그러나, 스치기만해도 치명적인 독이 발린 날카로운 비수를 뒤춤에 숨기고 있기도 한 두 얼굴의 겨울산.

 

 

눈은 공평하다.

지상의 모든 풍경을 평준화시킨다.

힘들게 높은 설산을 찾지 않더라도 집근처 눈덮힌 공원도 충분히 멋지고, 굳이 설악이 아니더라도 설경 명산이 꽤 많다.

 

겨울산은 아름다운 반면에 계곡의 소와 담, 암반 등등 설악 특유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눈속에 모두 뒤덮어버리는 점은 

좀 불만스럽기도 하다.

기본 풍광이 워낙 빼어난 곳인만큼 설악의 겨울이 더 아름답긴 하지만, 사실 눈속에 묻혀버린 풍광이야 어느 산 어느 골이나 

비슷비슷하니 다른 계절엔 확연히 드러나는 설악만의 비교우위도 겨울엔 상당부분 희석되는 것 같다.

깊은 심설기엔 어차피 갈만한 코스가 제한적이기도 하고...

 

갈만한 코스도 드물어지고, 가봐야 뻔한 코스라면 심설기엔 굳이 설악을 고집할 필요없이 강줄기 트레킹이나 인적 끊긴

도로나 임도를 따르는 고개넘기 트레킹도 괜찮은 듯하다.

 

 

 

 

침 설악을 찾을 예정이었는데, 유난히 눈이 귀하던 설악에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어디로 갈까 즐거운 궁리를 하다 일단 한계령으로 향할 예정이었는데, 터미널에 도착하니 한계령은 폭설로 인해 통제중.

겨우내 기다렸던 곳이라서 아쉽지만 어쩌랴...

뭐.. 산에 다니다보면 변수가 어디 한둘이던가.

 

차안에서 고민하다 순서를 바꿔 아침가리골을 먼저 가기로 결정하고는 인제에서 하차했다.
한시간 넘게 기다려 현리행 버스를 탄 후 현리에서 아침가리골 입구를 경유하는 버스로 갈아타려고 하는데, 10분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차시간이 바뀐건지 인터넷에서 미리 확인해 두었던 시간표와 10분 차이가...

다음 버스는 두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홀로 다니다보면 변수가 어디 한둘이던가.

 

택시를 탈까 하다 오늘은 어차피 한계령 일정이 틀어지면서 남아도는게 시간이니 아침가리골까지 한번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너무 일찍 도착해도 괴로운 것이.. 독수공방 그 춥고 기나긴 겨울밤을 어찌 보내랴.ㅎㅎ

다만, 현리에서 아침가리골 입구까지는 12km가 넘는 거리라는 점이 좀.....ㅋ

발가락에 물집이 잡힐락말락할때쯤 아침가리골 입구인 갈터에 도착했다.

 

 

현리시외버스터미널.

 

 

방태천과 내린천 합수부.

동홍천-양양간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2015년 완공예정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실제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고속도로가 들어서면 이 곳도 끝장이고,

더 이상의 오지로 남아있지 않을터...

그 전에 부지런히 다녀야할텐데...

 

 

기린초등학교 방동분교.

오지에서 분교가 보이면 꼭 둘러보게 된다.

초등학교는 이상하게 정감이 가고, 교정에 들어서 한바퀴 돌다보면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듯하다.

 

 

방동약수 입구.

 

 

 

농촌체험학교로 변신한 옛 방동초등학교 갈터분교.

 

 

방태천 건너편으로 보이는 아침가리골.

건너편에서 보면 별다를 것 없어보이는 골지형에 장장 16km에 이르는 아침가리골이 숨어있다.

 

 

방태천 건너기전 단단히 무장을 하고는 잠수교를 건너 아침가리골로 들어선다.

마침 골짜기를 빠져나온 듯한 발자국이 있어 이게 왠 횡재냐 싶었는데, 발자국은 골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첫

도하지점에서 매정하게 돌아서버렸다.

골짜기 입구에서 조경교까지 5km 가량의 협곡을 이루고 있는 아침가리골 하단부.

시작부터 무릎까지 빠져드는 눈속을 이제부터는 순전히 나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한다.

 

 

지류에서 식수를 구한 뒤 골짜기를 따라 좀더 오르다 적당한 공간이 눈에 띄여 걸음을 멈추고, 배낭을 내려 놓는다.

 

다른 때에 비해 상당히 이른 시각.

비록 좁은 원룸이지만 오늘은 어엿한 내 집도 있고, 식량은 손대지 않은 그대로요, 연료도 충분하니 이 정도면

산살림이 넉넉치 아니한가...

 

 

산에서 혼자는 처음인 것 같다.

이 짓은 역시 함께 해야 제맛이란.....ㅎㅎ

 

암튼,, 내겐 이렇게 산에 들어 온전한 낮과 밤을 보내는 것 이상의 완전한 휴식이 없는 것 같다.

이젠 충분히 익숙해져서 그런지 심심하다는 느낌도 거의 없고.....

 

 

다음날 아침.

전날 현리-갈터까지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게 힘들었던지 일어나보니 헐~ 9시를 넘긴 시각이다.

서둘러 아침을 준비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다.

밤새 10여cm 가량 눈이 더 내린 듯하다.

간밤에 꽤 춥긴 했지만, 아직 고도가 낮은 하류라서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침가리골을 찾은게 2010년이니 어느덧 4년전 일이다.

연가리골에서 트레킹을 시작해 아침가리골 하단부를 따라 내려갔는데, 조경동에 도착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안개에 휘감긴 여름무렵의 짙은 수림과 물안개 피어오르던 계곡, 함께 했던 분들까지 모두 몽환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참 기분좋아지는 트레킹이었다.

 

 

 

 

 

 

 

혼자서 러셀해야하는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눈덮힌 계곡을 건너야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계곡 중간중간에 계류의 숨구멍이 많은데, 계곡을 건너면서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했다.

이렇게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면 피하면 되지만, 눈속에 숨어있는 경우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아침가리골 하단부를 트레킹 하려면 총 6~7회 계류를 건너야한다.

협곡을 이루고 있는 아래쪽과 달리 위쪽은 계곡이 약간 넓게 트여 있는데다 양지바른 곳이 많아 얼음이

붕괴되는 경우가 더러 있어 피해가는게 녹록치 않았다.

빙설 아래쪽에 얼마나 깊은 소가 숨어있을지 모르는데, 혼자서 그곳에 빠진다면....ㄷㄷㄷ

지형이나 방향상 조금이라도 햇볕이 약하게 들만한 곳을 찾아 건넜다.

 

물구멍을 피해 가파른 사면으로 우회하려다 한차례 고생도 좀 하고...

 

 

 

 

 

 

 

심산유곡, 발자국하나 없는 순백의 신설위에 이렇게 사각사각 첫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기분은 무엇과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상콤한 느낌이다.

오늘처럼 여전히 내리고 있는 눈을 맞으며 걷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제법 강한 바람에 연신 떨어져 내리는 설화가 낙화처럼 아쉽기만하다.

가끔 머리에 눈더미를 뒤집어쓸 때에도 시원하다는 느낌이...

 

 

 

 

가끔씩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데도, 신기하게 눈발은 내내 이어진다.

조그만 먹구름이라도 지난다치면 금새 세찬 눈발로 급변.

 

이곳에서 오랜시간 휴식을 취했다.

천지가 깊은 눈밭이라 쉴 때마다 바닥을 다지는 만만찮은 사전작업을 해야하니 한번 편히 쉬기도 쉽지 않다.

 

 

 

 

 

 

 

5km에 이르는 아침가리골 하단부.

저 모퉁이를 돌면 조경동이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고 모퉁이를 돌면 또다른 모퉁이가 나타나길 수차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계곡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계곡 초입에선 무릎 깊이의 눈이 조경동에 도착할 무렵엔 허벅지까지 빠지고 있었다.

 

 

 

또 여기가 아닌가벼는 아니겠지?

이젠 정말 조경동이 멀지 않은 듯...

 

 

 

 

 

 

 

조경교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길고 길었던 아침가리골 하단부를 드디어 빠져나온 셈이다.

 

 

 

조경교.

 

 

 

아침가리골을 완전히 빠져나오기 직전, 계곡 건너편에서 전혀 반갑지 않은 소리가 들린다.

헉~~ 개(犬).....

산행전후 들날머리의 오지마을에서 내가 뱀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개...

덩치가 상당한 개 한마리가 나를 주시하더니만 계곡에서 도로위로 올라서자마자 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온다.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같 수도 없고... 이거 워쩐댜... 힝~~

 

비러머글 덩치 큰 그 ㄳ끼가 다리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서는 여차하면 달려들 듯 무섭게 으르렁거린다.

나와 2m의 거리를 둔 채 조금만 움직여도 잡아먹을 듯 더 사납게 짖어대니 이거 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츄에이션.

20여분을 그렇게 대치하다 멀리서 상황을 즐길만큼 즐긴 듯한 주인이 쌍욕을 해가며 개를 호출하니 마지못한 듯 돌아서서

가는 듯해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저만치 앞에서 멈추고서고는 다시 짖어대기 시작한다.

두어번 쌍욕을 더 얻어먹고 후퇴를 반복하더니만 이후론 잠잠...

 

식겁했던 상황을 뒤로하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두번째 외딴집을 지나는데, 개짖는 소리가 또 들리더니 맹렬한 기세로

쫒아오기 시작한다.

헐~ 그런데.. 이번엔 한마리가 아니고 대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아까보단 사이즈가 모두 작다는게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뒤에서 떼거지로 달려드는데 얼마나 겁나던지...

일단 무시하는 척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시끄럽게 짖어대며 한참을 뒤쫒아오더니만 어느 순간 제 구역을 벗어났다고 생각했는지 뒤돌아선다.

이 눔의 개쉐이들이 인적 드문 심심한 겨울에 찾아주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주지는 몬할망정...ㅠㅠ

 

 

고생고생 길고 길었던 아침가리골 하단부를 빠져나오니 날 기다리는 건 저 무서운 개쉐이... ㅜㅜ;;;

 

'안나여! 저게 조경동의 개눈빛이다.'

(마침 우에무라 나오미의 책을 읽기 시작하던 중 아침가리골로 향했다.ㅎㅎ)

 

 

 

이런 동화속 풍경같은 설경을 여유있게 감상하며 걷고 싶었는데, 그 눔의 개 때문에...ㅡㅡ

 

 

 

너른 분지 지형을 이룬 조경동(아침가리) 조경분교터 주변부.

현재는 3~4가구에 불과하지만, 너른터에 분교까지 있었던 걸 보면 예전엔 지금보다는 큰 마을을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도의 눈위에 차바퀴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보여 조경동 마을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조경동을 지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원래 일정으론 오늘 최소 조경동약수까지 였는데, 늦게 기상한데다 예상보다 깊은 적설속에 아침가리골 하단부를 러셀해

오르느라 턱없이 늦어졌다.

내일 방향을 위로 할지 아래로 할지 확실히 정하지 못한 채 좀더 걸어오른 뒤 적당한 지점에서 일단 다시 일박하고

아침에 결정하기로 했다.

야영지 부근 임도를 벗어난 곳의 적설이 이미 엉덩이 수준이었는데, 월둔고개 부근의 적설 상황은 어떨지...

혹시 밤새 눈이 더 내리기라도 한다면?

과연 내일 월둔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계곡이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혀 식수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

우연히 눈덮힌 아랫편 계곡에 물구멍으로 보이는 희미한 흔적이 눈에 띄여 내려가 눈을 퍼내니 운좋게도 계류가 시원스레

흐르는 물구멍이라서 바로 배낭을 내려놓는다.

바로 옆에 텐트칠 만한 공간도 충분하고, 길에서 살짝 꺾여있어 시야에서 벗어나 더더욱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