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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황동규-즐거운 편지

저산너머. 2009. 3. 21. 15:41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
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

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
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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