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ain/100Mountains

눈내리는 천마산

저산너머. 2011. 1. 26. 14:22
눈내린다는 예보가 있던 날.
원래 설악에 갈 예정이었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천마산으로 대체되었다.

10시 정각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열차안은 등산객들로 인해 발디딜틈조차 없는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속이다.
객차안으로 일단 들어서고나면 몸을 움직일 공간이 전혀 없을만큼 밀고 밀리는데, 마치 오버행에 매달린 듯 허리가
뒤로 젖혀진 채로 평내호평까지 가야할 정도...

마석역에 내려 천마산 심신수련장까지 2km가 좀 넘는 거리를 워밍업하듯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심신수련장 부근부터 쌀가루같이 흩날리던 눈발이 깔딱고개를 통과해 능선에 오르니 제법 거센 눈보라로 바뀌더니,
정상을 향해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천마산 정상을 향해 능선길을 오르는 중. 군데군데 바위지대가 나타나는 곳. 맑은 날엔 조망이 시원할 것 같다.


후미에서 여유있게 산행을 즐기고 계신 헤이즐럿님.

선두조가 정상 바로 아랫쪽에 좋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부엔 눈보라가 장난이 아니다.

그 와중에 라면을 끓여먹겠다고 버너에 불을 붙이는데, 버너 하나는 이미 맛탱이 갔고, 예비로 가져간 버너도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화력이 시원찮다.


손을 대고, 미지근한 물을 붓고 해봐도 그때뿐... 물은 좀처럼 끓을 줄 모른다.
이소부탄가스나 휘발유 버너를 가져왔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텐데...


도대체 언제쯤 물이 끓을지..... 시린 손을 연신 불어대며 애타게 라면을 기다리는 미수기..

라면을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미수기.. 참다 참다 드디어 빵 터졌다.

(목소리 최대한 깔며....)
"일동 차렷.....!!!"
(헤이즐럿님과 기성 순간 주춤.....)

"라면 하나 똑바로 못끓이나??
지금부터 30분 시간 준다. 마석역 찍고.. 선착순 1명.. 실시~~~!!!!!"

(미수기의 기세에 완전 얼어서 제대로 부동자세 취하고 있는 기성.ㅎㅎㅎ)


앗! 이때 천만다행으로 라면이 다 끓으면서 기성과 헤이즐럿님 간신히 위기 탈출....ㅎㅎㅎ

정상의 태극기를 배경으로...

눈보라를 뚫고 능선을 내려가는 중.

능선 중간에서 휴식중.

능선길은 임도와 만난다.

이제 거의다 내려왔다.





♣ 2011.1.23  신묘년 첫산행

정말 오래간만에 눈을 맞으며 산행을 했다.
산에서 눈을 맞는다는건 그 무엇과 비할 수 없을만큼 신나는 일이다.
세차게 흩날리는 눈보라속을 걷는 기분... 캬~~
짧지만 정말 멋진 산행.

정상에서 라면이 끓기를 기다리다 추위에 덜덜떨며 마시던 차디찬 막걸리, 오십세주.. 캬~~~
우동인지 뽀그리인지 라면인지.. 정체모를 그 무엇도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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