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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가장 두려운 두가지

저산너머. 2010. 8. 13. 16:40




홀로 산행이나 여행을 할때 가장 두렵고, 가능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두가지가 있다.
바로 개와 뱀.

둘중 난 뱀보다는 오히려 개가 더 두렵다.
산행 들머리나 날머리의 산아랫마을에서 가끔 개를 마주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넘의 시골개들은 왜그리 텃세가 심한지...
인적이 드문 산동네를 방문해주면 친절하게 길도 안내해주고, 꼬리도 흔들어주면 좀 좋나...
동네밖에선 슬금슬금 눈치보며 도망치기 바쁜 것들이 지네 동네 안에선 왜 그렇게 잡아먹을 듯 사납게 짖어대고, 으르렁대고,
달려들면서 텃세를 부리는건지...ㅡㅡ


- 개에 관한 첫번째 사연

예전에 티벳여행 남쵸호수 편에 올린 적 있는 사연..

네팔 에베레스트 트레킹중 히말라야의 일출풍경을 보려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에 남체를 출발해 샹보체 파노라마
롯지를
지나가는데, 담장안에서 개가 사납게 짖어대기 시작한다.
괜히 시선이 마주치면 혹시 쫓아올까봐 아예 무시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런데 그 넘의 개가 롯지 담장을 폴짝 뛰어넘더니, 갑자기 나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와서는 펄쩍 점프를 해 내 등을
덮치는 것이다.
도망이고 뭐고 할 틈도 없는 찰나에 덩치가 정말 송아지만한 티베탄 마스티프(사자개)가..
그 짧은 순간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빠짝 서고, 식은 땀이 흘러내리며...
'낯선 이국에서 개에 물려 생을 마감하게 생겼구나... 어머니.. 흙흙~~'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데, 갑자기 그 개넘이(욕아님) 내 머리를 핥고, 펄쩍펄쩍 뛰면서 저혼자 좋다고 난리법석이다.
"야, 이 똥강아지야!!(실제론 야, 이 개xx야!! <-- 욕아님^^) 누가 너 좋댔어?? 앙앙~~"
 그야말로 십년감수..



- 개에 관한 두번째 사연..

오래전 가을, 혼자서 충남 홍성의 오서산에 올라 억새밭을 감상한 뒤 보령의 장현리 쪽으로 내려온 적이 있다.
가을 물빛이 너무도 좋던 저수지를 지나 마을입구로 들어서는데, 동네개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사납게 짖어대기
시작하더니, 나를 향해 떼거리로 미친듯이 달려들고 있는 거다.
이 동네는 개를 아예 풀어놓고 기르는지, 온동네 개가 다 모인듯한 15~20여마리쯤의 개들이 그야말로 개떼같이...
검둥이, 흰둥이, 누렁이, 바둑이..
송아지 만한 넘, 쥐방울 만한 넘..
사납게 생긴 넘, 귀엽게 생긴 넘..
색깔도, 사이즈도, 인상도 제각각인 넘들이.. 
너무 갑자기 당한 일이라 당황했지만, 그곳에서 개떼한테 물려죽을 운명은 아니었는지 그 짧은 순간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경험상 개가 달려들면 무서운 나머지 도망치거나, 등을 보여선 절대 안되며, 아예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편이 좋다.
물론 누가 쎈지 한번 겨뤄보겠다고 맞대응은 절대 금물이고, 낮은 자세를 취하면 개는 공격신호로 받아들이므로 그또한
안된다.


열댓마리의 개들이 3~4m정도의 거리를 둔 채, 여차하면 한꺼번에 덤벼들 태세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대며
대치하고 있던 상황.

몸이 그대로 얼어버릴만큼 겁이 났지만, 오히려 무심한 척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딴 곳을 바라보는 시늉을 했다.
어떤 상황인지 지켜봐야하니 계속 곁눈질은 해대면서...
(다리는 아마 달달달~~ 사시나무떨듯 떨고 있었을 듯...)


그렇게 아무런 눈길도 주지 않고, 철저히 무시하는 척 5분여의 시간이 흐르고나니 그렇게 으르렁 대던 개들중 한두
마리가 지쳤는지, 아니면 이게 아닌가 싶어 머쓱해졌는지, 슬금슬금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했고, 다시 5분여쯤 지나니
전부 지 갈길들 가고 지 볼일들 보기 시작하는 거다.

"휴~~ 살았다"
 깊은 심호흡을 내쉬고는 아주 천천히 몸을 돌린 뒤 걸음아 나살려라 꽁무니를 뺐다.



- 개에 관한 세번째 사연..

몇해전 겨울 강원도 고성군 알프스리조트 인근의 고원 마을인 흘리로 혼자서 여행간 적 있다.
속초에서 새벽 첫 시내버스를 탔는데, 승객이라곤 나혼자밖에 없었고, 흘리에 도착해서도 사람하나 없이 썰렁하기만 했다.
당시 알프스 리조트가 영업부진으로 문을 닫은 사실을 사전에 모르고 갔었는데, 그 여파인지 흘리입구에 내려서도 이곳이 사람이
사는 마을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고 황량한 겨울바람만 몰아치는 풍경..
아무리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겨울 이른 새벽이었지만....

흘리 쪽으로 임도같은 산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들어가니 멀리 흘리 안쪽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사람 한명 보이지
않는데다
도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허리춤을 훌쩍 넘을 정도로 눈이 쌓인 벌판에서 눈보라가 얼마나 심하게 몰아치는지..
너무 추워서 마을 입구 도로변에 제설차량과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로 들어가 추위와 바람을 피하며 요기를 한 후 출입문을 열고
나오는데, 문득 멀리 마을 안쪽에서 개짓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쪽을 바라보니 늑대같은 개 두마리가 목줄도 없는 상태로 짖어대고 있는거다.
혹시라도 그 넘들이 쫓아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짖어대기만 할 뿐 쫓아오지는 않았다.
그 송아지만한 사이즈의 개가 쫓아와 물렸더라면 아마 흘리에서 홀로 생을 마쳤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개넘들(ㅎㅎ) 덕분에 결국 흘리 안쪽 마을로는 더이상 접근하지 못했다.
흘리, 고원마을의 심설 풍경이 궁금해서 한겨울에 그 오지까지 일부러 찾아 갔는데 말이다.


개에 관한 이런 경험들 때문인지 지금도 여전히 산행 전후 산아래 마을을 지날때면, 혹시나 갑자기 덤벼들지도 모를 그넘들
때문에 신경이 쓰이곤 한다.
적절히 대처하는 탁월한 방법 없을까?
원천적으로 개가 덤벼들지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개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의 기술.. 그런거 말이다.ㅎ




- 뱀에 관한 사연

뱀에 관해서는 특별히 기억나는 사연이 많지는 않고, 딱 하나 오래전 한여름 내장산 불출봉을 오를 때의 일이다.

비자림과 원적암을 지난후, 불출봉을 향하다 어떤 바위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바위의 홀더를 잡은후 팔을 당겨 얼굴을 디밀고 바위턱위로 올라서는 찰나 ---
바로 코앞에 커다란 살모사 한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거다.
순간 그대로 까무치는 줄 알았다.
다행히 뱀도 얼떨결에 갑자기 당한 일이라 그런지, 덤벼들거나 뒤로물러서지도 못하고, 그냥 놀란 눈으로 서로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던 상황.
놀란 나머지 손을 그대로 놓았다면, 바위 아래로 떨어져 큰 부상을 입거나 심한 경우 추락사 했을지도...
만약 그랬다면 내장산에서는 쉽게 구경하기 힘든 동판 하나가 그 바위면에 붙었을지도 모른다.

"설악을 사랑하던 우리의 악우 OOO. 동네를 잘못 찾아 내장산 이곳에서 뱀에 물려 잠들다.
불쌍한 그 영혼 내장산도 설악산도 헤매지 말고, 천국에서 부디 편히 잠드소서~"




지금도 홀로 설악의 깊은 산길을 헤맬때면 제일 두려운 것이 이 뱀이다.
특히나 홀로 산행하다 뱀에 물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과연 어떻게 될지...
구해줄 사람도 옆에 없고, 구조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 설악 어느 깊은 곳에서 말이다.

산길에서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뱀이란 넘은 한번 보게 되면 산행내내 뱀 비슷한 막대기나 물체만 봐도 등골이 쭈뼛쭈뼛해지는 거...
뱀에 물렸을 땐 어떻게 어떻게 대처하라는 요령은 있지만, 절대적인 방법이나 특효약은 없는 것 같으니 물리지 않도록 
사전에 조심조심 하는 수 밖에...



아무튼, 개와 뱀..
정말 두렵고, 조심해야할 대상들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 두가지 보다 더 두려운 대상이 있는데,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