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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저산너머. 2010. 8. 3. 22:21


ㅁ 희박한 공기 속으로 (원제 : Into thin air)    존 크라카우어 | 김훈 옮김  1997년


1996년 5월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던 상업등반대에서 12명이 사망한 참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 아니 실화이다.
당시 한 잡지사의 프리랜서 기자로 등반대에 참여했던 저자 존 크라카우어는, 몇 안되는 최종 생존자로서
그가 등반 과정에서 겪은 처절한 경험을 리얼하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해수면의 삼분의 일밖에 안되는 에베레스트 정상부의 희박한 공기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급작스런 기상 악화,
사소한 또는 중대한 몇몇 실수, 기타 여러 복잡미묘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비교적(?) 냉철한
시선으로 기술했다.


상업등반대는 산악영화의 소재로 가끔 등장하는 것 같다.
예전에 본 영화 "버티칼 리미트"도 상업등반대를 소재로 한 영화.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이윤을 남겨야하는 상업영화의 속성상 전문적인 히말라야 등반이나 거벽을 등반하는 
클라이머들만을 대상으로해서는 자칫 소재도 빈곤해지고, 내용도 루즈하고, 따분해지기 쉬우므로 그 대안으로
이용되는 듯하다.
상업등반대가 원래 다양한 성장배경과 직업, 성별, 나이, 거주지 등의 군상일테니 영화의 스토리가 풍부해지는 
장점도 있을테고...

책에서는 가이드의 도움 없이는 절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없는 아마추어 대원들로 구성된 상업등반대에
필연적으로 잠재될 수 밖에 없는 위험성, 돈만 있으면 오를 수 있는 곳이라는 에베레스트에 대한 경시 풍조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사고발생 직전까지도 예측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기상악화, 등반과정에서의 몇몇 실수 등이 지적되긴 했지만,
저자도 그런 참사가 발생하게된 정확한 근본 원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보잘 것 없이 오만하기만한 인간들의 무모한 도전에 대해 에베레스트의 여신이 혹시 분노했던 것은 아닐까?



남체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좌측 최고봉)와 로체(우측)이다.
에베레스트 트레킹 중 남체에서 머무르던 날, 남체에서 마체르모를 오르던 때, 페리체에서 남체로 하산하면서 바라본 에베레스트 정상에는
화창한 날씨에도 예외없이 저런 솜털구름같은 설연이 흩날리고 있었다.
당시에도 저 구름을 보며 저곳에선 도대체 얼마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걸까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 언급된 대형참사의 전주곡이었던 새털구름..


이쯤되면 에베레스트와 로체 정상부는 아예 화이트아웃 상태가 아닐까?

간드룽에서 이른 아침에 바라본 안나푸르나 사우스.
안나푸르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나푸르나 정상이 아닌 안나 사우스이고, 사진엔 아주 희미하게 보일 뿐이지만, 저 구름도 엄청난 강풍을 동반하고 있으리라.
간드룽에서 담푸스로 하산하면서 저 솜털같은 구름은 점점 뚜렷해져만갔다.






요즘 가끔 방문하고 있는 네이버의 모회원님의 블로그에서 동명의 영화 상영회를 제목으로한 포스팅을 본 기억이 나는데,
영화를 직접 본적이 없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영화의 원작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튼, 이 책은 소설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점도 좋았지만(내가 산을 좋아해서 그럴테지만..), 에베레스트 등반사와
에베레스트에 얽힌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포함해 다양하게 구성한 점, 내가 에베레스트 트레킹하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점이 좋았다.


이 책을 읽은 후 딱딱한 내용의 서적인 제프리 A. 무어의 "캐즘 마케팅"이라는 마케팅 관련 전문서적을 펼치니 도대체가 
진도가 안나간다.
두세줄 읽다가는 금방 촛점이 흐려지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고.. 그동안 읽은 내용도 당췌 기억이
나질 않고...ㅡㅡ

하얀 눈에 덮힌 히말라야와 피라미드 모양의 에베레스트 정상부만 눈에 어른 어른...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