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Ridge

[설악산] 흑범길, 맹수처럼 사납던.. ②

저산너머. 2010. 9. 2. 00:03
배경이 환상적이네요.
흑범의 암릉 뒷편으로 유선대와 장군봉, 울산암이 이어집니다.
비선대에서 올려다볼 때는 그렇게 거대하고, 위압적이던 적벽이 다른 암봉들에 비하면 새끼 손톱만큼 작게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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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초반 컨디션이 극히 안좋아보이시던 헤이즐럿님.
흑범길 바위 감촉을 느끼시자마자 신기하게도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시더군요.
역시 설악 체질이신 듯..^^


되돌아본 흑범길. 이제 시작이네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수직크랙 구간을 등반 중인 선등. 저 지점에서 우측으로 횡단하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더군요.

대장의 코스 설명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뭐라는 걸까요?
뭐... 듣지 않아도 뻔합니다.
늘 그렇듯....
"별로 어려운거 없어요. 잡을데 다 있어요."

이젠 암두 안믿습니다. 힝~~~~~~~~~!!!!!!!!!!


넘버원의 뒤를 이어 수직크랙을 오르던 넘버투.
또다시 분노가 폭발하는 듯합니다.
'우씨~~ 글챦아두 힘드러 죽것는디.. 잡을 데가 있긴 개뿔~~~'
넘 화내지는 말길... 점점더 불안불안~~ㅎ
사실 하단부 우측으로 횡단한 이후에는 비교적 홀드가 양호한 편입니다.


이번엔 항상 즐거우신 짱님이 수직크랙 횡단 중..
'짧다는건 선입견에 불과할 뿐...
짧음을 커버하고도 남는 나의 이 유연하고, 우아한 동작을 보시라~ 으흐흐흐~~~'
그래두 저보단 길거 같으신데...ㅎㅎ


흑범길 우측의 염라길과 석주길을 바라봅니다.

짱님 빌레이를 보고 계신 헤이즐럿님. "워이~ 워이~~~"

"성동형~ 까꿍~~!!" 별 무반응인 성동형..ㅋㅋ

요건 누구의 발일까요? 성동형의 저 리얼한 표정 좀...ㅎ

드디어 흑범길 최난 구간인 40m 슬랩이 눈앞에 드러납니다.
덜덜덜~~;;;
올것이 오고야 말았군요.
칸테의 바위턱으로 올라서기가 어떨지..
고도감은 또 어떨지...


멀리 울산바위와 달마봉이 보이고... 그 앞쪽으로 유선대, 장군봉, 적벽, 화채릉의 일부가 보이는군요. 역시 설악은 설악입니다.

이번엔 울산암 : 장군봉 = 달마봉 : 화채릉.. 좌우로 공평하게...

천화대 암릉에서 뻗어내린 암릉 뒤로 집선봉에서 칠성봉으로 이어지는 화채릉과 달마봉이 조망됩니다.

울산암과 장군봉.

마등령쪽으로는 서서히 눈부신 운무의 향연이 시작되고 있고...

나이프 에지 구간에 도착했습니다. 석주와 별을따는소년들의 나이프에 비하면 닭한마리 잡기도 힘들 것 같은, 날이 좀 무딘 나이프입니다.

선등 대장 뒤로 바라다보이는 좌측의 사선크랙 암봉과 우측의 왕관봉으로 이어지는 암봉이 웅장하고, 위압적으로 다가오네요.

나이프 에지 구간을 등반 중.

뒤로 펼쳐지는 배경.. 참 장관이죠?

40m 슬랩 구간과 왕관봉을 향해 오르고 또 오릅니다.

인물 좋고, 배경 좋고...

이때까지만해도 날씨도, 등반 상황도.. 모두 더없이 좋았습니다.






흑범길

흑범길 암릉은 천화대 능선상의 왕관봉에서 갈라져 흐르다 설악골로 떨어지는 천화대의 지릉입니다.
설악골에 위치한 릿지 코스중 어프로치가 가장 짧은 곳이죠.
아.. 천화대가 어프로치가 가장 짧긴 하네요.

"석주길"을 개척하고, 잦은바위골 100미터 빙폭 초등 뒤 토왕성폭포 빙폭 상단을 초등하려다 불의의 사고로 추락사한 
故송준호님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요델산악회 후배들이 개척한 릿지길이기도 하고...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는 약간 어렵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른 릿지코스와 비교해보자면 "한편의 시를 위한 길"보다는 좀더 어렵고, "별을 따는 소년들"보다는 수월한 느낌.
천불동 오련폭포 왼편의 리지인 "별길" 정도의 수준이거나, 약간 더 어려운 정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별을 따는 소년들"의 5피치 5.9 정도의 어려운 구간이 없고, 피치수도 많지 않지만, 걷는 구간이 길지 않아 피치간 단절된
느낌이 없어서 그런지 알찬 릿지길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덕분에 당초 예상으론 적어도 5~6시간 정도면 충분히 등반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보다 조금더 걸렸습니다.
(7시 정각에 첫피치 등반을 시작해서 2시 20분경 3단 직벽 등반 완료했으니 약 7시간반 가량 소요)
초행인데다, 올들어 첫 설악 릿지등반이라서 시간이 좀 더 걸렸던 것 같네요.

암릉 자체의 풍경과 암릉에서의 조망은 생각보다 훨씬 좋더군요.
흑범길을 오르다 주위를 둘러보면 천화대와 염라길, 석주길, 장군봉, 울산암, 화채릉의 암봉군들에 둘러싸인 풍경에 흡사
돌잔치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흑범길에서 잃어버린 왕관 찾으러 다시 꼭 가야될 듯하네요.
다음에 가면 좀더 여유있는 등반을 할 수 있겠죠?
천둥번개만 안친다면 말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