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bet·Nepal·Himal

[안나푸르나 트레킹] 2. 너야풀~티르케둥가~고레빠니 ♪

저산너머. 2009. 1. 2. 12:08

 

 트레킹 둘째날.
티르케둥가에서 울레리 오르는 길에서 만난 당나귀.
이곳의 주요 운송수단인데, 워낙 가파른 돌계단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구간이라서 거친 숨을 할딱이더니 나중엔 거품을 내뿜으면서

주인 눈치를 보며 쉬곤 한다.

 

 

울레리로 오르면서 바라본 티르케둥가의 엄청난 다락논 풍경.

 

45도가 훨씬 넘을 것 같은 경사지인데, 저런 곳에 다랭이논을 만들다니 참 대단하기도 하다.
근데 반대편 언덕인 울레리 오르는 길도 저 비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다는 거...ㅎㅎ

 

 

울레리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히운출리.

 

 

울레리 마을 풍경.

 

 

 

 

울레리에서 만난 양떼.

겨울로 접어들기 전에 양들을 데리고 산 아래로 내려온다고 한다.

등위의 붉은색 칠은 양들을 구별하기 위한 목적인 듯..

 

 

고레빠니로 오르는 길은 짙은 밀림을 통과하게 된다.
나무 줄기와 늘어진 덩쿨이 이끼류로 두텁게 덮힌 원시적인 풍경때문에, 숲속에서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고레빠니 직전 마을인 낭게탄티의 롯지에서 점심식사후 여유있는 휴식중..

 

 

 

 



♣ 안나푸르나 트레킹 첫째날

포카라(Pokhara) ~ 너야풀(Nayapul, 1,070m) ~ 비레탄티(Birethanti, 1,100m) ~ 티르케둥가(Tirkhedhunga, 1,577m)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출발이 늦어졌다.
어제 숙소에서 만난 두 분은 포터를 동반한 채 새벽 일찍 택시편으로 너야풀로 출발하셨다.
아마 둘째날 쯤 트레킹 루트 어디에선가 재회할 듯...
숙소를 나서 택시를 타려고 큰길로 나서자마자 버스 정류장에 기다렸다는 듯 바그룽 버스 파크행 버스가 도착해
바로 탑승했다.

8시 50분에 바그룽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9시 35분쯤 너야풀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포카라 교외를 벗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깊은 계곡과 짙은 숲길을 지나고, 고개를 넘고... 
히말라야라기보다는 아열대의 밀림 속으로 점점더 깊숙히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산 아래까지 짙은 구름으로 뒤덮혀 안나푸르나 조망은 물론 산허리 위쪽의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11시 35분에 너야풀에 도착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너야풀이라는 마을은 너무도 휑한 느낌이다.
트레킹이 시작되는 들머리라서 오가는 트레커들로 북적이고, 꽤 번화한 곳일 줄 알았는데..
당장 포터를 구해야 하는데, 슬몃 걱정이...


버스 정류장 근처 구멍가게에서 두리번 거리다보니 한 청년이 다가와 포터 구하냐고 묻는다.
인상이 선해보여 그렇다고 하니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다.
에베레스트 트레킹 때에는 호텔을 통해 포터를 구했었는데, 결과가 별로 만족스럽지 않아서 중개수수료를 호텔측에
떼주면서 구하느니 차라리 직접 현지에서 포터를 구해 실제 고생하는 포터에게 포터피 전액을 다 주기로 결심한
바 있었다.
내가 이번이 첫 트레킹인줄 알았는지 700루피 이상은 받아야 된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500루피만 주고 말까 생각하다 허허 웃으면서 엊그제 에베레스트 트레킹 다녀왔는데, 그때 지불했던
포터피 총액인 600루피 전액 다 주겠다고 하니 더이상 군말 없이 오케이 한다.


차도를 벗어나 모디 콜라(Modi Khola) 계곡쪽으로 내려가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계곡길을 따르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모디 콜라의 철교를 건너게되고 곧바로 간드룽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에서 왼쪽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다보면 비레탄티라는 계곡가에 위치한 마을과 함께 국립공원 체크포스트가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퍼밋을 제출하고, 잠시 숨을 돌린 뒤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다시 걸어 올라갔다.

여전히 짙은 구름이 온산을 뒤덮고 있어 전망이라고는 전혀 없다. 
목적지인 티르케둥가에 도착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3시 10분쯤에 티르케 둥가에 도착해 롯지를 정했다.
짙은 안개속에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 주변의 짙푸른 녹음, 원색의 롯지 지붕들.
모든 것이 짙은 구름에 덮혀 촉촉히 젖어있는 듯한 풍경이다.
아직까지는 히말라야 깊숙히 들어왔다는 느낌을 실감할 수 없는....

티르케둥가의 저녁 풍경을 음미하며 롯지 다이닝룸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옆자리의 중국 단체트레커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곧바로 내방으로 피신했다.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듣다 저녁을 먹고, 따또빠니를 준비하고..
그렇게 안나푸르나에서의 첫날이 저물었다. 




♣ 안나푸르나 트레킹 둘째날

티르케둥가(Tirkhedhunga, 1,577m) ~ 울레리(Ulleri, 2,120m) ~ 반탄티(Banthanti) ~ 낭게탄티(Nangethanti)
~ 고레빠니(Ghorepani, 2,853m)

아침 식사를 마치고, 무스탕 커피를 한잔 했다.
알코올을 첨가한 진한 커피인데, 울레리까지 엄청난 돌계단 비탈을 오르려면 아무래도 주력(酒力)이 필요할 듯해서..ㅋ
정종처럼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탓인지 쉽게 취기가 오른다.
아침부터 알딸딸한 느낌이 괜찮은 것이.. 마음만은 단숨에 고레빠니까지도 걱정없을 것만 같다...ㅎㅎ


8시쯤 숙소를 나서 계곡을 건넌뒤 울레리(Ulleri)를 향해 오른다.
티르케둥가에서 울레리까지는 표고차가 600여미터에 이르는 급경사길이 굴곡하나 없이 계속되는, 이번 트레킹
루트에서 가장 고된 구간이다.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다는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으며 거친 숨을 내쉬며..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돌계단을 한걸음한걸음 걸어 오른다.
중턱쯤 올라 되돌아보니 티르케둥가의 엄청난 다랭이논 풍경이 펼쳐진다.
다랭이논에 아침 햇살이 들기 시작하는 풍경이 참 신비스러웠다.

급경사길을 다 오르고 날 즈음 길 양편으로 롯지가 밀집한 울레리 마을이 나타난다.(09:10)
잠시 숨을 가르며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 능선 사이로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살짝 조망된다. 
짙푸른 녹음으로 뒤덮힌 산자락 위로 살며시 드러나는 순백의 신성한 안나푸르나.. 
드디어 안나푸르나에 왔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트레킹에 대한 기대감이 밀려온다.
푼힐에서 바라보는 안나푸르나 전망은 과연 어떨까?

시원한 환타 한병으로 땀을 식히고 난뒤 , 다시 고레빠니를 향해 발걸음을 돌린지 얼마되지 않아 어제 호텔에서
헤어졌던 두 분을 다시 만났다.
하루만의 재회인데도 어찌나 반갑던지...
이제 고레빠니까지는 풍경을 즐기며 세월아 네월아 남은 걸음만 죽이면 되는 것이다.

울레리를 지나 낭게탄티까지는 짙은 밀림지대다.
나무 줄기마다.. 늘어지고 뒤엉킨 넝쿨마다.. 두터운 이끼로 뒤덮힌 짙은 밀림속에서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같은 으스스한 분위기의...
11시가 거의 다되어 낭게탄티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마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고레빠니를 향해 출발했다.

2시 50분쯤 드디어 고레빠니에 도착했다.
포터의 추천대로 전망이 좋을 것 같은 롯지를 정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울라기리 방향은 이미 구름에 완전히 뒤덮혀
조망이라곤 전무했다.
달리 할 일도 없어 롯지 다이닝룸에서 에베레스트 맥주와 산미구엘 맥주를 마시며, 수다스런 롯지 주인의 이런저런 
무용담을 듯는 둥 마는둥 시간을 보냈다.


밤에 눈발이 잠시 날렸다.
이대로 눈이 쌓여 내일 아침 푼힐에 올랐을 때, 히말라야의 산록이 하얗게 뒤덮힌 풍경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히말라야의 신들께 기도했다.

내일은 드디어 이번 안나푸르나 푼힐 트레킹의 하일라이트인 푼힐에 오른다.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여!!!
내일 날이 활짝 개여 히말라야의 눈부신 조망을 볼 수 있게 해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