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bet·Nepal·Himal

[안나푸르나 트레킹] 1. 포카라 가는 길

저산너머. 2008. 12. 25. 17:26

카트만두에서 포카라 가는 길, 점식사를 위해 정차했던 휴게소에서...

 

 

 

 

바그룽 버스 파크에서 바라본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시작하는 관문 버스터미널인데도 주변 환경이 이처럼 열악하다.

 

 

 

 

 


♣ 안나푸르나 트레킹 : 카트만두~포카라

아침 5시 40분에 눈을 떠 왕궁 근처의 투어리스트 버스파크로 걸어갔다.
7시 정각에 포카라행 미니버스가 출발하면서 벌써부터 안나푸르나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 들뜬 기분.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는 버스로 7시간 정도 걸린다.
항공기를 이용한다면 시간은 훨씬 절약되겠지만,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싸기도 하고, 포카라까지 버스로
이동하며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카트만두 밖 네팔의 풍경들을 마음껏 바라보고 싶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는 고속도로를 따르게 되는데, 이름만 고속도로일 뿐 도로 상태가 좋지 못한 
2차선 도로이다.
도상 150여km에 불과한데, 이런 이유로 7시간가량 소요되는 것이다.

아침 이른 시간에 일어난 탓인지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졌다.
9시 반쯤 휴게소에 도착해 전날 저녁 타멜 베이커리에서 구입해놓은 애플 데니쉬에 밀크커피 한잔을 시켜
아침식사를 했다.
12시가 다되어 두번째 휴게소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다.

중간에 옆자리에 어떤 할머니가 앉았는데, 버스를 많이 타보지 못해 익숙하지 않은지 멀미를 하는 표정이다.
나중엔 구토를 하시길래 진통제를 드리고, 휴지와 소화제, 물도 드렸다.
크~~ 냄새...ㅡㅡ;;

버스가 포카라에 가까와지면서 서서히 안나푸르나 산군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아열대의 바나나숲 너머 엄청난 구름층위로 드러난 만년설의 하얀 마차푸차레는 정말 장엄하고,
신비스런 모습이었다.
해발 1300여m에 위치한 카트만두보다 이곳은 해발고도가 훨씬 낮은 덕분에 아열대와 안나푸르나라는
극지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오후 2시쯤 포카라 투어리스트 버스 파크에 도착했다.
곧바로 안나푸르나 트레킹 퍼밋을 받기위해 ACAP 사무소로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탑승한지 1~2분도
지나지않아 다왔으니 내리란다.
왠지 속은 듯한 느낌..ㅡㅡ;;;
가이드북은 물론 최근 인터넷상의 정보로도 ACAP 사무소는 레이크 사이드에 있었는데, 투어리스트
버스파크 부근으로 새로 이전했나보다.
택시 기사가 미안했는지, 아니면 이곳에서 어차피 레이크 사이드나 댐사이드 쪽으로 다시 이동할게
분명해서 그런지 퍼밋 받는걸 도와주는 척 한다.
 
사진 한장이 필요해 찾다가 어디에 둔건지 아무리 뒤져도 눈에 띄지 않아 결국 배낭과 카고백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바닥에 쫙 펼쳐야 했다.
졸지에 잡상인이 된 듯한 기분...ㅡㅡ
몇명 되지는 않았지만, 사무소 직원들과 현지인들, 외국인들이 쳐다보고 있는데... 
얼굴 화끈거려 죽는줄 알았다.
'난데스까? 와따시와 니혼진데스...'
할줄도 모르는 일본어가 머릿 속에서 자꾸만 맴돈다..ㅎㅎㅎ
원래 항상 여권 수첩안에 넣어 보관했었는데, 이상하게 엉뚱한 위치에서 발견...ㅡㅡ
2천루피와 사진 한장을 제출하고, 퍼밋을 받았다.


레이크 사이드로 갈까 하다가 내일 새벽에 곧바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시작할 생각으로 바그룽 버스
파크로 택시를 돌렸다.
딴에는 트레킹 들머리인 너야풀행 버스가 출발하는 그곳에서 다음날 아침 일찍 버스를 탈 요량으로...
헉~ 그런데.....
바그룽 버스파크 부근은 숙박시설이 너무도 열악해보였다.
트레킹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너야풀이나 담푸스행 버스가 출발하는 곳이니, 괜찮은 숙소 한둘은 당연히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택시를 타고 레이크 사이드 쪽으로 이동해 국왕별장 근처에서 일단 하차했다.
지도에서 봤던 기억을 더듬어 포카라짱이라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을 찾아갔다.

호텔에 도착하니 우연히도 에베레스트 트레킹에서 만났던 두 분이 앞마당 벤치에 반쯤누워 마치
히말라야의 신이라도 된 듯 더없이 편안한 표정으로 휴식을 즐기고 계신다.
너무 반가와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간의 안부를 묻기 바쁘다.
두분은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마치고, 카트만두를 거쳐 이곳으로 이동해 며칠동안 이렇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셨다고 한다.
아무 생각없이, 아무 일 없이 쉬기에 세상에 포카라만한 휴양지도 없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방을 잡고, 네팔짱에서 감격하며 먹었던 한국 음식맛을 생각하며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주문했는데,
이건 도대체 어느나라 음식인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호텔 주인왈 현지인인 주방 아주머니에게 음식맛에 대해 누차례 불만사항을 얘기해도 개선되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나...


국왕 별장인 로열 팰리스를 지나 번화가 쪽으로 가서 수퍼에서 트레킹에 필요한 여러 물품들을 사고,
장비점에서 다운 파카와 침낭을 빌렸다.
소식을 남길 겸 PC방에 잠시 들렀다가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바로 포기.....

어쨋든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내일 드디어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