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

[운탄고도] 순백의 길을 가다 ③

저산너머. 2013. 1. 29. 16:34

 

 

 

[운탄고도 : 만항재~새비재]

 

[운탄고도 : 화절령~새비재 구간]

 

 

 

 

 

♣ 셋째날 : 화절령~강원랜드~사북역

 

밤사이 기온이 많이 떨어진 듯하다.

침낭안 발치에 핫팩과 따또빠니를 넣어 두었는데도 등산화와 날진 물통이 언 상태 그대로...

아마도 -15도 이하일 듯...

너무 추워서 밖으로 나올 엄두가 나지 않다보니 9시 넘은 시각에 기상.

 

텐트밖으로 나오던 순간 깜놀??

너무도 파랗고 투명한 하늘 아래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순백의 설경.

이틀간의 기다림후에 비로소 만나게된 풍경이다...ㅎㅎㅎ

 

 

일정이 많이 지체된 상황인데, 연료가 거의 바닥수준이다.

운탄고도가 능선 마루와 칠부능선쯤 사이를 오르내리는 길이라 물이 흐를 만한 골짜기도 별로 없지만, 폐광 침출수

시설이 간혹 눈에 띄다보니 이곳 골짜기의 물을 그대로 이용하기가 꺼려져 눈을 걸러먹느라 연료를 많이 소비했다.

겨울에 가끔씩 예비로 갖고 다니곤하던 원두커피 필터를 이곳에서 첨으로 써본다.ㅎㅎ

식량도 이제 거의 다 떨어져가는데, 연료야 어떻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식량은...ㅠㅠ

오늘 안으로 최소한 새비재 부근까진 진행해야하는데, 어제 진행한 거리를 고려해보면 너무 멀다.

일단은 진행해 보고나서 결정해야 할 듯...

 

 

 

 

야영지에서 바라본 설경.

 

 

 

바람이 심한 날인데도 설화가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보면 간밤에 자리를 잘 잡은 듯하다.

 

 

자리를 정리하고 10시쯤 되서 새비재를 향해 출발했다.

 

 

남서쪽 조망.

 

 

 

고개 너머로 두위봉 정상이 보인다.

 

두위봉쪽으로 다가설수록 눈이 점점더 깊어진다.

저 고개를 넘으면 매서운 북서풍이 몰아치는 500여m 가량의 구간이 나타나는데, 눈이 워낙 깊다보니 진행이 만만치 않았다.

평균 허벅지까지 빠지고, 심한 곳은 허리를 넘어서는 깊이.

발은 왜 그렇게 시려운지 눈속에서 꽁꽁 얼어붙었다.

정면에선 눈을 뜨기 힘들정도로 칼바람과 눈보라가 계속되고...

200여m 가량 진행하는데 30분 가량 걸린 듯하다.

 

계속 진행할지 후퇴할지 잠시 고민.

아침 출발도 늦은데다 지도를 보면 앞으로도 이런 지형이 두세군데 더 나타나는데, 그곳도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 있다면

오늘안으로 새비재까지 진행하는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연료도 바닥인데다 식량도 이제 거의 다 떨어졌고...

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무조건 후퇴닷!!!

미련이 남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곧바로 발길을 돌린다.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간밤의 야영지에 다시 도착해 휴식을 취하면서 야영지 부근의 눈부신 설경을 감상했다.

 

 

 

 

 

 

 

 

 

 

 

 

화절령 건너편으로 백운산 정상부와 하이원스키장 곤도라도 어렴풋이 보인다.

 

 

화절령.

지금은 말끔히 철거/복원되었지만, 예전 지도를 보면 당시에 탄광촌이 얼마나 번성했었는지 화절령 바로 아래쪽과 

산간 고지대 구석구석에 학교가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춥고, 황량한 곳에서 살던 광부들과 아이들의 삶은 어땠을까.

 

 

 

 

화절령에서 강원랜드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

폐탄광이나 탄광촌 복원지 같은데, 잘못 들어서면 가슴팍까지 빠지는 깊은 설원이 계속 이어진다.

 

 

 

 

분쟁으로 소송진행중이라는 안내판이 붙은 강원 하이랜드 관광레저타운.

 

 

 

두위봉 쪽으로 등산로가 하나 갈라지고...

 

 

강원랜드 진입도로와 만나는 지점에 설치된 하늘길트레킹로 출발점을 알리는 안내판.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강원랜드를 스쳐 내려오는데, 도로 미끄럼방지 시설에서 신기하게도 이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첨엔 설마 그럴리가 했는데, 차량이 지나칠 때마다 예외 없이 들리는 멜로디...

자동차의 속도에 따라 박자가 달라지는게 참 신기했다.

 

 

 

  

석탄합리화조치로 인해 생겨난 곳이긴 하지만 강원랜드와 환하게 웃는 광부 검은 얼굴이 자꾸만 대비되는 건 왜일까?

 

 

 

폐광 침출수인지 뭔지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아직까지 일부 남아있는 사북의 예전 모습.

 

 

1995년 폐광지역 개발에 관한 합의문.

 

 

 

밤엔 유흥업소와 숙박업소로 휘황찬란하던...

 

 

 

 

 

형식상 미완이었지만 내용상으론 충분히 하나의 완성된 트레킹이었던 심설기의 운탄고도.

미완으로 끝났기에 앞으로 한번 더 올 수 있게 되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ㅎㅎ

 

사북역에서 열차를 타고 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