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저산너머. 2011. 8. 25. 14:41


어제는 평소 만나기 힘들던 친구를 만났다.

고교 동창인데, 가끔씩 만나는 같은 반 친구였던 한 명과 십여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친구 한 명이서...
나를 제외하곤 다들 집이 멀어 그리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셋이서 홍대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세월과 추억을
얘기하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허기가 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십여년 만에 만나는 이 친구.
삶에 굴곡이 있었는지 얼굴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십여년간 연락이 되지 않은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였으리라.
헤어지면서 자주 보자는 말을 건네긴 했지만......


긴 시간이 흘렀고, 여러 친구들이 있었다.
제대후 복학하면서 고교 동창이자 대학 동창, 그것도 유일하게 같은 과였던 친구의 소식을 물어보니 가스 사고로 식구가 몰살했다고 한다.
온식구가 변을 당해서 그런지 장례는 어떻게 치렀는지, 어디에 묻혔는지 그 누구에게서도 확인할 수가 없었고, 그 친구와는 그걸로 끝..

미국 유학 중 미확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인천공항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재회해야 했던 친구..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더니 정신이 이상해져 담임 선생님께 전화해서는 횡설수설.. 지금도 여전히 횡설수설 한다는 사시 지망생 친구..
학교 다니던 중 고향에서 석재 가공기계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님이 뇌종양으로 돌아가신 후 낙향, 아버님의 뒤를 이어 공장을 운영하다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려 공장을 접은 후 음식점을 하다 그마저도 주식투자로 말아먹고, 몇달간 우리집에서 기거하다 나간후 아직까지

연락두절인 같은 반이자 같은 하숙집 친구.
미국 유학 친구와 횡설수설 친구, 석재기계 친구 세명 모두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고3 반친구들 모임의 멤버였다.


어느덧 사십대 중반을 향하고 있는 사내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일까?
돌이켜보면 친구에 대해 참 무심하게 살아온 편인 듯...


친구들과 헤어진 후 집에 들어와 누웠는데, 가슴 한켠이 뻥 뚫린 듯한 느낌에 도대체 잠은 오질 않아 편의점에 가서 혼자 더 마시다 집에
들어왔다.
덕분에 오늘 상태가 아주 아주 메롱이다.......ㅎㅎ


아무튼 내 친구들 --- 학교 동창이든 사회 친구든, 나와 동갑이든 열살이든 스무살 차이든, 남자든 여자든, 한동안 나와 마음을 터놓고
친하게 지냈던 모든 친구들 --- 모두 모두 어디에선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으면 한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Poem] 이성부-봄  (0) 2012.03.28
[Poem] 김준태-조그마한 그리움의 노래  (0) 2012.03.28
"나는 가수다" 4회  (0) 2011.03.29
코미디로 전락한 "나는 가수다"  (6) 2011.03.22
[Poem] 이성선-설악을 가며  (0) 201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