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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로 전락한 "나는 가수다"

저산너머. 2011. 3. 22. 13:53

| 스토리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봤던 "말할 수 없는 비밀" 이후 최고의 반전 드라마


정치권 얘기는 물론이고, 세상 돌아가는 소소한 얘기도 블로그에 거의 남기지 않는데, 오늘은 좀 남기고 싶다.
간만에 좀 버닝하게 될 것 같다.ㅋㅋ


내 의지와 상관없지만, 오랫동안 집에 TV가 없는 채로 살아서 TV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동안 인터넷 등으로 특별히 찾아본다거나 하는 프로그램도 전무하다가 최근 유일하게 인터넷 유료 서비스로
1회부터 시청하게된 프로그램이 바로 "나는 가수다".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가수들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경연이라는 적절한 오락 요소까지 가미해서...

그런데, 엊그제 그 프로그램 참 어이가 없었다.
이건 웃어야 되는건지.. 울어야 되는건지...
너무 기가 막혀서 잠시 멍한 상태..
시청료 700원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아니 7만원쯤은 보상받아야된다는 심정이었다.
이건 무슨 동네 노래자랑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대표가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다니...
그것도 신인가수들도 아니고, 온갖 산전수전 다겪었을 한나라의 베테랑급 가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이다.

아무튼 새롭고, 신선한 포맷에 대한 기대감..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라는 품격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건 시청자는 안중에 없고, 평가단의 평가는 첫판부터 완전 개무시되고....

회의를 한다고?
회의가 되냐?
그게 회의냐?
현장에 스탭들 모아놓고.. 그 상황에서 재도전 기회를 주자는 막강 PD의 의견에 그 어떤 스탭이 반기를 들 수 있냐?

재도전 수용여부를 나머지 가수들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그 어떤 가수가 대선배인 김건모에게 "No!!!"라고 감히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겠냐?
더구나 카메라가 녹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난 박정현이나 정엽, 윤도현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김건모에 대해 특별한 호불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기 가수야 기존 출연자들과 피디의 결정을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어차피 뻔한거고....

이유야 어떻든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공언했던 룰을 단번에 깨버린 건 정말 넌센스였다.
지킬건 지켜야지.....
성인들만 시청하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무수한 어린 학생들도 시청하고 있을텐데 말이다.

이게 대한민국 연예계의 현실이자, 불공정이 여전히 판치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압축해 놓은 현장이 아닐까하는
좀 씁쓸한 생각도 언뜻 들었다.
심심하면 터지는 PD 권력을 둘러싼 비리 사건, 대형 기획사의 횡포, 연예계내의 연줄, 기득권자들..
그 틈바구니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실력있는 가수나 연예인들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을까... 


평가단의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퇴장해버리는 이소라의 초딩스러운 행동은 또 뭔지...
지난 번에 연습 공연때 혼자만 빠질 때는 좀 예민한 성격이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어떤 이유든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푸근한 모습으로 기억되던 이미지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인간적으로 극히 실망스러웠다.
그녀만이 가능한 감성과 개성있는 보이스가 담긴 노래는 계속 듣겠지만 말이다.

인간적으로 실망스럽기는 사실 김건모가 더하다.
당사자로서 평가단의 결과를 대인배답게 수용하고, 물러났으면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오히려 좋은 이미지를 남겼을텐데...
자꾸만 립스틱 퍼포먼스를 핑계 대고, 재도전을 주장하는 일부 후배 가수를 핑계대고...
"내게 그런 핑계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소위 국민가수라는, 아무나 얻을 수 없는 명예로운 칭호를 달고 다니는 대가수로서는 너무도 추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나중에 나오게될 첫탈락자는 과연 머릿속에서 김건모를 완전히 지울 수 있을까?
또 그 탈락자가 평가 결과에 대해 마음속으로 과연 승복할 수 있을까?

그래.. 모 패러디처럼 그냥 7명이 돌아가면서 재도전.. 재·재·재···도전하면서 종방될 때까지 해라..
대기 가수는 끝까지 대기만하다 늙어죽고.....ㅎㅎ


개인적으로 김연우를 정말 좋아하고, 첫출연자들에 못지 않은, 아니 오히려 뛰어넘어야하는 가창력과 포스를
겸비해야되는 첫 차기출연자의 비중상 혹시 김연우가 아닐까 생각도 했었는데, 이러다 정말 김연우를 영영 못보게
되는거 아닌지...ㅡㅡ
그렇다고 내가 김연우 팬이라서 김건모의 재도전이 잘못이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건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김연우가 차기 출연자가 맞고, 설사 김연우가 경연에서 탈락되더라도 김건모와 같이 재도전해야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할 것이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김건모가 소속사 대표와 전화연결하는 장면..
물론 분명 가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가수가 소속사와 상의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지만
적어도 그 부분은 편집했어야했다.
결국 재도전 수용여부를 소속사 대표가 결정한 꼴 아닌가.
실제야 어떻든 화면상으로 가수의 결정으로 비춰졌다면 모르겠지만.. 소속사가 개입되면 그 결정의 의미가 그리
순수하게만 보여지지는 않는다.



김영희 PD!!!
시청자가 그렇게 우습니?
500명의 평가단은 당신의 한마디로 개무시해도 될만큼 하찮은 존재들이니?
경연을 통과한 다른 가수들은 무시 당해도 상관 없는거니?
시청자보다 가수가 더 중요하고, 두려우니?
당시 얼마나 당황스러웠고, 압박감을 느꼈을지 전혀 이해 안되는 바 아니지만 당신 절대 그러면 안되는거야.....

그리고... 공연 중간에 인터뷰나 멘트좀 넣지 말어~ 제발~~


어차피 코미디 프로로 전락해버린 "나는 가수다"..
차라리 매니저인 개그맨들을 노래시켜 평가하고, 가수들을 매니저로 역할을 바꾸면 어떨까...
그러면 김건모와 같이 평가에 불복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도 없을테고,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지 않을까?ㅎㅎ
어차피 코미디인데.. 뭐 어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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