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칠선골~토왕골 ① ♬

저산너머. 2012. 5. 17. 19:25

♣ 칠선골

 

 

연녹빛 찬란한 계절, 오월.

굳게 닫혔던 설악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이런 때 설악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왠지 낭비처럼 느껴지는 계절이다.

 

계절과 약간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올시즌 첫 설악 산행은 칠선골로 향한다.

이맘때쯤 칠선골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눈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 길을 향해 어지럽게 누워버린 잡목들..

지난 겨울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칠선골에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이런 커다란 눈덩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있네? 위쪽 협곡쪽엔 좀더 큰 눈덩이가 있겠군.'

이 정도였다. 이때까지만해도...

 

 

가야동 천왕문이나 잦은바위골 소천왕문 느낌이 드는 곳.

수수하던 칠선골은 이곳부터 협곡 풍경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전조에 불과하다.

칠선골 특유의 V자 협곡이라기엔.....

 

 

계곡이 오른쪽으로 급격히 꺾이는 부분에 있는 작은폭포.

왼편 덤불숲지대로 난 길로 어렵지 않게 우회할 수 있다.

 

 

덤불숲 지대로 작은 폭포를 우회중.

 

 

계곡 곳곳에 이런 잔설이 보였다. 5월 중순에 이런 하얀 눈을 밟는 기분은 참 남다르다.ㅎㅎ

 

 

칠선폭까지 운행거리가 도상 1km정도밖에 안되는데다, 시커먼 협곡이라서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칠선골 협곡 풍경을 넉넉히 배경으로

떠받쳐주는 멋진 암봉.

 

 

"어라? 저게 뭐지?"

칠선 좌골 직전의 안돌바위를 앞둔 지점, 멀리 V자 협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의 시커먼 협곡 사이로 거대한

하얀 물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땡겨본다.

헉~~ 아무래도 눈.. 눈인 것 같다.

깊은 협곡 아랫부분을 온통 틀어막은 거대한 눈더미.

 

 

안돌바위 통과중.

 

뗏꾼 남편을 찾아 불어난 강물을 무릅쓰고 안돌바위를 안고 돌다 강물에 빠져죽었다는 슬픈 사연이 깃든 동강 황새여울의 

안돌바위 전설이 문득 생각났다.ㅎㅎ

 

 

이 거대한 하얀 물체 앞에 막상 도착하고보니 눈색깔처럼 머리마저 하얘지는 느낌.

몇가지 생각이 교차된다.

히말라야에서 보던 거대한 빙하가 연상되는 즐거움과 이 엄청난 눈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중간에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건 아닌지... 하는 우려감.

처음엔 좀 난감한 느낌이 강했다.

 

 

 

막상 올라보니 눈은 다져질대로 다져진데다 워낙 두터워서 붕괴우려는 거의 없어보인다.

표면이 얼음이 아니라서 그다지 미끄럽지도 않고...

오르내릴때 가장자리 부분만 조심한다면.....

 

 

로키 형님.

5월 중순에 하얀 빙하위를 걷는 느낌은 어떠신가요?ㅎㅎ

 

 

점입가경...

빙하는 끊이지 않고, 협곡을 따라 용틀임하듯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엄청난 두께의 빙하띠 때문에 칠선 협곡 특유의 V자가 사라지고 작은 U자협곡으로 변해버렸다는...

욕심이 너무 과한가?ㅎㅎ

 

 

 

 

좋아?ㅎㅎㅎ

 

고개를 들어야 제대로 볼 수 있을, 깊고, 비좁은 협곡 풍경이 빙하가 협곡의 반을 뒤덮어버린 덕분에 한눈에 쉽게 들어온다.

계곡 양사면에 쌓인 눈이 협곡의 경사를 이기지 못하고 계곡 바닥으로 흘러내려 생겨난 저 엄청난 두께의 눈 맨 아래쪽엔

지난 12월에 내린 눈이 있을 것이다.

폭설이 두차례나 이어진 탓에 녹을 틈도 없이 일찌감치 굳어 반 얼음 상태로 변했을...

 

 

날카로운 예각의 V자 조각도로 깊게 파놓은 듯한, 설악의 여러 협곡중에서도 특별한 칠선골의 협곡..

연녹빛 초목만 없다면 히말라야나 알프스의 깊은 협곡을 흐르는 빙하위를 걷고 있는 트레커들을 보고 있는 듯하다.

 

 

시커먼 협곡과 하얀눈의 대비.. 참으로 감동적이다.

 

 

늘빛 형님두 좋으신가요?ㅎㅎ

 

 

멀리 계곡 오른사면의 튀어나온 바위가 직벽하강 구간같은데.. 헉~ 상단부만 남고 다 묻혀버렸다.

빙하위로 낙석들이 가끔 눈에 띄기도 해 신경쓰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의 직벽 풍경.

빙하의 두께가 어림잡아도 10m 이상 되보이는 듯하다.

 

 

   

 

 

 

5월 중순쯤 설악을 찾으면 골짜기 상단부에서 잔설이 간혹 발견되지만 이런 거대한 눈더미는 난생 처음이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계곡의 방향, 협곡 등 칠선골의 지형적 조건과 계곡 형태 등에 기인하는 듯하다.

정남~정북으로 곧장 흘러내리는 계곡보다는 남(남)동~북(북)서로 흘러내리는 계곡이 햇빛이 가장 적게 들게 마련인데,

칠선골은 이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뿐만 아니라 칠선골은 설악의 무수한 협곡 중에서도 가장 비좁고, 깊은 협곡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상당한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겨울 초반부터 유난스레 폭설이 잦았던 지난 겨울, 폭설때 계곡 양사면에 내린 눈이 협곡으로 러쉬하듯 흘러내리고,

눈사태가 반복되며 엄청난 높이로 쌓인 눈더미.

깊은 협곡에 쌓인 이 눈더미가 칠선골의 남서사면인,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만경대 사면의 자연스런 차단막

효과로 계곡 바닥엔 하루중 정오무렵에만 잠깐 햇빛이 들 뿐 오후의 강한 햇빛에 거의 노출되지 않아 이런 두터운 

눈더미가 5월중순까지도 녹지않은 채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점에선 칠선골보다 고지대에 위치한, 남남서~북북동으로 흐르는 협곡인 염주골보다도 조건이 더 완벽한 것 같다.

 

칠선골 직벽은 무거운 배낭으로 선등하기엔 사실 약간은 부담스러운 곳인데, 덕분에 이건 너무 싱겁게 되었다.ㅎㅎ 

 

 

   

 

 

가끔 가파른 곳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통과하는데 크게 어렵진 않았다.

 

문득 폭포가 출현하며 빙하가 끊기는 지점에서 골짜기를 빠져나와 직벽~칠선폭 우회구간으로 트래버스했다.

 

직벽~칠선폭 구간 트래버스중.

 

드디어 칠선폭이다. 눈녹은 물 때문인지 갈수기 치고는 물줄기가 시원했다.

 

우회구간에서 칠선폭으로 내려오는 용감한 대원들.

 

 

칠선골의 일곱 신선들.

 

칠선폭 아래에서 점심식사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후 다시 만경대를 향해 빙하를 오르고있다.

 

   

 

 

칠성봉.

 

 ...  울산암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월의 연녹빛.. 흠...

 

 

 

 

 

칠선폭에서 만경대로 오르는, 가파른데다 곳곳에 낙석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잡목이 빽빽해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구간을 

통과하고나면 이번 산행의 두번째 포인트인 조망 No.1 만경대가 기다리고 있다.

 

 

칠선골은 오르기보단 내려가는게 길찾기도 쉽고, 진행이 용이할 것이다.

거칠고 가파른 만경대 내리막과 한차례의 직벽 하강구간을 무사히 통과하면 위험한 구간은 별로 없고, 칠선폭 윗쪽은 생략하게

되므로 총산행거리도 도상 1.5km가 약간 넘는 비교적 짧은 거리...

단, 워낙 깊고, 좁은 협곡이므로 조금이라도 길을 잘못 들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고, 강우시에는 절대 출입을 삼가야한다.

저 좁고, 가파른 시커먼 협곡 사이로 노도처럼 한꺼번에 쏟아져내릴 물폭탄을 상상하면... 끔찍하다.ㅠ

 

 

전혀 예기치 못했던 칠선골의 판타스틱한 눈더미.

평생 경험하기 힘든, 히말라야 같은 고산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그런 빙하같은 눈길을 직접 두발로 걷는 기분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만약 한두주만 늦게 왔어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쯤이면 눈이 많이 녹은데다 눈이 흐믈흐믈해지고, 붕괴위험이 높아져 계곡 통과 자체가 목숨을 담보해야하는 상황으로

변해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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