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우 얘야,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 몇 장의 편지를 쓰자 찬물에 머리를 감고 겨울을 나는 법을 이야기하자 가난한 시인의 새벽노래 하나쯤 떠올리고 눅눅한 가슴에 꽃씨를 심자 얘야, 우린 너무 나쁜 습관처럼 살아왔어 아무리 빨리 달려가도 길은 끝나지 않는데 늘 채워두는 것만큼 불쌍한 일이 어디 있어 이제 숨을 좀 돌리고 다시 생각해보자 큰 것만을 그리느라 소중한 작은 것들을 잃어온 건 아닌지 길은 길과 이어져 서로 만나고 작은 것들의 바로 곁에 큰 것이 서 있는데 우린 바보같이 먼데만 바라봤어 사람 하나를 만나는 일이 바로 온 세상을 만나는 일인데 조그만 나무 한 그루가 온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데 우린 참 멍청했어 술잔에 흐르는 맑은 도랑에 대해 왜 이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거지 뭐 마주 앉을 시간마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