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크랙 하강후 왕관봉으로 직진하지 않고, 흑범길로 우회해 흑범길 정상에 올랐다. 악천후로 인해 2년 연속 정상을 목전에 둔 지점에서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서야했던 흑범길. 이런 이유 때문이지 흑범길 정상에서 바라보는 왕관봉은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늘이 너무도 화창하고 투명하던 날. 그 어느때보다도 여유있게 천화대를 등반했던 것 같다. 긴 암릉위에서 바라보던 역광의 칠형제릉과 외설악의 풍경, 흑범길 정상에서 바라보던 왕관봉이 아직도 눈에 선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