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공간 No.1 --- ② ♪

저산너머. 2010. 7. 27. 19:46

사진 우측 하단쪽으로 노적봉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하늘높이 치솟은 암릉이 폭포 최상단과 칠성봉 방향으로 오르는 능선입니다.

광각렌즈로 최대한 넓게 담아봅니다. 수량은 풍부하지 않지만 상단폭에서 중단폭으로 이어지는 물줄기, 그 좌우벽 정말 뭐라고 표현할 단어가...^^

중단 이 곳.
멀리 릿지코스에서 봤을땐 완만하고, 아늑한 공간일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꽤 가파른 곳이더군요.
중단폭 아랫쪽 제일 완만한 곳이 약 20~30˚ 정도, 윗쪽은 40~50˚ 이상 되보입니다.


봐도봐도 참 멋집니다.

이제는 이 공간을 떠나야할 시간. 모두 모여 상단폭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폭포 아래쪽 계곡을 배경으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합니다. 안녕!!

운무가 뿌연 날씨덕에 시계가 극히 불량합니다.
중앙부 기묘한 모양의 암봉이 솜다리봉이고, 우측 가장 높은 곳이 선녀봉입니다.
중단폭을 떠나기 직전 별을 따는 소년들 릿지 4피치 디에드르 구간 상단을 오르던 한팀의 선등이 3~4m쯤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선등자의 이후 움직임으로 봐서 다행히 큰 부상은 없는것 같아보였는데, 펌핑 상태였는지, 부상이 있었는지 10여분 이상을 그대로 서있더군요.
잠시후 후등자가 올라가고 다행히 그 구간을 무사히 올라섰습니다.
사진을 클릭해서 원본으로 중앙 하단쪽을 자세히 보시면 디에드르 구간에서 추락한 채 서있는 선등과 그 아래쪽에 대기해 있는 빨간색 등산복의
후등조가 아주 아주 작고 희미하게 보입니다.
그 팀 무더운 날씨속에 땡볕에 노출된 암릉 위에서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 같네요.


하산길 최난구간에 도착.

솜다리봉을 줌인해 봅니다.
사진 중앙 아래쪽에 별을 따는 소년들 릿지 4피치 디에드르 구간에 선등자의 하얀  (요기↑) 헬멧이 보이네요.
아직도 중간 턱에 그대로 멈춰서있는 상황. 근데 솜다리봉 가파른 벽면에 걸려있는 바위가 마치 로보트나 무슨 벌레가 기어올라가는 모양 같네요.
어떻게 저렇게 아슬아슬한 상태로 걸려있는지 신기신기.....


난코스 내려서기.

이곳이 하단폭을 우회해 칠성봉 방향으로 오르는 능선길중 가장 어려운 구간.
이날은 다행히 바위면이 마른 상태라서 괜찮았지만, 원래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미끄러운 곳이고, 비 내린 후에는 저 골짜기로
물이 줄줄 흘러내려 정말 미끄럽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누군지 모르겠지만(혹시 공단?) 저 로프를 자꾸만 끊는다는 점.
저곳을 처음 올랐을 땐 로프와 자일이 여러가닥 설치되 있었고, 그 이후엔 설치와 절단을 반복했었는데, 이날은 다행히 저 한가닥
로프가 설치되 있더군요.
만약 저 로프마저 없다면 오르기가 정말 까다롭고, 위험할 것 같은 곳입니다.




공 간


지금도 여전히 산행을 마치고, 설악동 노루목 B지구 상가 부근을 지날때면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게 된다.
그리고 내 시선은 어김없이 한 곳을 향한다.
칠성봉과 함지덕으로 이어지는 벽처럼 우뚝선 능선끝, 한점 소리도 없이 고요하게 수직으로 쏟아지는 하얀 물줄기로..
마치 신의 영역인 듯 드높은 곳에 위치한 신비로운 그 공간..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것만같은 압도적인 높이..

도대체 근원도 없이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저 거대한 물줄기에는 어떤 사연이 얽혀 있을까?

물줄기를 향한 나의 첫 산행은 그런 궁금증에서 비롯되었다.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의 전율과 환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건 그 이전엔 어느 곳에서도 경험한 적이 없는 종류의 것이자, 급이 전혀 다른 카타르시스였다.

이 물줄기를 혼자서만 5번, 겨울에 두어번 찾은 걸 포함해 총 열번 넘게 찾은 듯하다.
일년에 한번꼴로...

어떤 땐 거대한 흰 물줄기의 모습이었고, 어떤 때는 실오라기처럼 가늘게 흐르고 있었고, 또 어느 땐 하얗고 차가운 얼음기둥이었다.
이곳을 찾는 횟수가 더해질수록 한걸음 한걸음 점점더 물줄기로 다가서긴 했지만, 중단에 들어선 이날에서야 비로소 그 내면 깊숙이
다가선 느낌이다.


처음엔 물론 중단은 접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곳은 접근 불가능한 곳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곳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그 하얀 물줄기에 익숙해지고, 몇몇 릿지위에서 그 공간을 바라보면서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더 자라나다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갈 수 있다는 확신도 뒤따랐다.
결정적인 건 역시 몇해전 박인식님의 책에서 얼음기둥을 향한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던 즈음인 듯하다.ㅎㅎ
(그 이야기는 오래전 J일보에 실렸을 때에도 접했지만, 그 당시엔 그런 느낌까지는 없었다.)

그 물줄기는 본래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좋지만, 그 상징성 또한 못지 않게 좋은 것 같다.
마치 EBC(Everest Base Camp)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그 얼음기둥에 오르기 위한 사나이들의 피와 땀과 혼의 감동적인 사연도 잊을 수 없다.
이날 하단폭 최상단에 섰을 땐 마치 필연이기라도 한 듯, 자일파트너의 실수로 인해 그곳에서 추락해 상단의 얼음기둥을 향한 불꽃같은
정열을 마감해야했던 한 사나이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송.준.호』라는 그 이름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아름다운 석주길과 사연도... 
나야 그들에 비하면, 아니 비할 수도 없는, 그저 설악의 美를 탐할 뿐인 날나리 산꾼일뿐이지만...ㅎㅎ

이번 산행은 사실 혼자 먼저 올까 생각했었다.
팀산행 이전에 폭포 우회 능선길에서 중단폭으로 접근하는 루트 정찰겸...

언젠가 혼자 이곳에 다시 올것이다.

그땐 중단 구석구석을 소요하며 한나절쯤을 보내고, 다시 한번 최상단에 올라 느낌을 음미해본 후, 아직 가본적 없는 새로운 곳으로
진출해 볼 생각이다.

혹시 중단폭 어느 구석에서 하룻밤을 보낼지도 모른다.
일설엔 얼음기둥을 오르다 산화한 원혼들의 비명소리가 아직도 밤마다 그 계곡과 폭포 주변을 맴돈다고는 하는데...ㅎㅎ
아마 그 때쯤이면 이 공간의 속살까지 거의 다 볼 수 있을테고, 물줄기를 향한 나름의 내 작은 노력과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될 듯...
물론 그 이후에도 여전히 그 물줄기를 찾을테지만.....^^


공간 No.1, 안녕!!!



※ 수량이 비교적 풍부할 때의 풍경은 링크를 클릭  ===>  http://sian21.tistory.com/entry/설악-토왕성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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