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아~~ 마장터...

저산너머. 2010. 6. 23. 14:04


꿈결같던 전날의 H봉 산행.
오늘은 작은새이령~마장터~큰새이령에 다녀올 예정이다.

마장터..
느낌이 참 좋은 곳이다.
그곳에 이르는 길은 작은새이령 상단에 약간 오름이 있을 뿐 이곳이 설악인가 싶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길이 유순하고
완만해 소요하듯 걷기 좋은 길이다.
특히나 이른 아침 시간에 호젓하게...

작은새이령을 넘다보면 더이상 인가가 없을 것 같은 곳에 마장터가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주왕산 대전사 계곡의 엄청난 협곡을 지나면 드넓은 터가 드러나면서 나타나는 오지마을인 내원 마을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곳.. 처음 내원마을에 갔을 땐 정말 그대로 눌러앉아 살고 싶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철거된거 같지만..
그곳에서 마시던 동동주 생각이 간절하다..ㅡㅡ)

적당히 넓은 터에 적당히 막히고, 순한 주변 산세 덕분에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
하늘을 찌를 듯 등산로 양편을 빼곡히 채운 채 서있는, 이 코스의 백미인 낙엽송 숲마저도 이런 아늑함에 녹아들어
날카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천혜의 공간 마장터..

마장터에서 새이령 오르는 계곡은 설악의 다른 계곡처럼 특출난 포인트는 없는 대신 험한 구간이 없어 천천히
걸어오르기에 더없이 좋은 계곡이다.


간밤엔 속초해수욕장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꿈결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다만 일부 피서객들이 날이 새도록 해변에서 술판을 벌이고, 불꽃놀이를 해대는 통에 잠을 약간 설쳤을 뿐..ㅠ
예년의 기온이었다면 해변에 새벽까지 피서객들이 남아 있지는 않을텐데, 근래 열대야 비슷한 날씨 때문인 듯하다.
속초해수욕장은 예전에 서울에서 심야고속을 타고 새벽 3시쯤 속초에 떨어지면, 그 시간에 모텔 가기도 뭐하고 해서
두어차례 들렀던 곳인데, 파도 소리에 취해 잠들고, 파도소리에 새벽잠을 깨는 느낌이 참 좋다.
지금은 주로 피씨방에서 시간을 때운다.
(고속버스 근처 피씨방 예전엔 PC 성능도 떨어지고 별로였는데, PC 사양이 새로 업그레이드 되서 지금은 갈만하다.)

잠을 설치는 바람에 새벽에 약간 늦게 일어나게 되었고, 진부령 넘어 용대삼거리(창바위) 경유하는 첫차를 놓쳤다.
다음 차는 너무 늦고 해서 일단 원통으로 가서 그곳에서 차를 갈아타기로...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6시 40분경 출발하는 버스에 탑승해, 원통에서 8시 20분에 출발하는 진부령 가는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창바위에서 하차했다.

매바위 전망대에 잠시 들렀는데, 매바위가 좀더 잘 보일 뿐 별다른 전망은 없다.
미시령 가는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오르다보니 군부대 앞을 통과하고, 잠시후 박달나무 쉼터가 보이는데, 아뿔사...
멀리 들머리에 절대 반갑지 않은 그 색깔 옷을 입은 사람이 한명 서있다...ㅠㅠ
공단 직원..ㅡㅡ;;
이른 아침부터 참 부지런도 하시지.....
 


- 직원 : 어디 가십니까?

- 나 : (몰라서 물어요?) 마장터 가려고 합니다.

- 직원 : 거긴 못가십니다.
 
- 나 : 왜요? 거긴 국립공원 경계밖 아닌가요?

- 직원 : 저기 바위 위에 깃발 보이시죠? 국립공원 경계 표시 깃발입니다.

- 나 : 아~ 예~~ 깃발이 계곡 오른쪽에 있네요? 전 계곡 왼편 마산쪽으로 갈 건데요?

- 직원 : 그래도 안됩니다. 요즘 나물 채취 때문에 집중단속 기간이기도 하고, 통제구역 들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민원도 많이
           들어와요.

- 나 : 전 나물 구분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곰취나 산나물 등등은 빼고...ㅎㅎ)

- 직원 : 안됩니다. 그렇게 말해 놓고 신선봉 쪽으로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마장터와 대간령도 직원이 지키고 있어요.

- 나 : (에이~ 설마 거기까지..) 그러면 여기서 막으실 게 아니라 거기서 제가 혹시라도 오른쪽 신선봉으로 들어가는 순간
        막으시면 되겠네요. 국립공원 구역도 아닌곳을 간다는데 왜 이러시는건지.. 무슨 통행세 받는것 아니고.. 이거 너무
        하시는거 아닌가요?




한동안 공방전이 계속된다.
결국엔 공단에서 제작한 지도까지 펼쳐들고 확인시키고, 따져보지만 무조건 안된단다. 
뭐 처음부터 안통할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분한 마음에...
오늘은 정말 큰새이령까지만 다녀오려고 했는데, 오른쪽 신선봉은 전혀 생각이 없는데...
계속 말싸움 하다 나중엔 마장터까지만 다녀올 테니 한번 봐달라고 사정하기도...
어쨋든 여긴 안되니 백담사코스나 가란다.

옆에 있던 동네 주민이 샛길로 돌아서 가시면 된다고 귀뜸을 해준다.
샛길로 가든 어디로 가든 들어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일단 기분이 상했고, 김이 새버린 뒤다.

애초에 마지막날 산행코스를 이곳 마장터로 잡은 건 이번 산행을 마무리하는 일종의 휴식의 의미였는데, 이미 판은 깨졌다.
주민 말대로 샛길로 들어가면 되긴 하겠지만, 오늘은 그렇게까지해서 마장터에 가고 싶지는 않다.

시위하듯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늘에 앉은 채, 빵을 먹고, 커피 한잔하며.. 그곳에 한참 동안을 앉아 있으니 졸음이 쏟아진다.
꾸벅꾸벅 졸다가 깨서 카메라를 들고 주변 야생화 접사를 시작하며 시간을 때우기도 하다가...

결국 어쩔 수 있나..
한동안 더 시간을 보내다 매바위로 이동해 원통행 시내버스를 타고 원통으로.... 아!! 원통해서 몬살겠네~~ ㅠㅠ


청호대교 야경.



 
속초 해수욕장.   속초 해수욕장 새벽 풍경.  


 
 매바위.  백골병단전적비.  





꿈에 그리던 마장터에 가지는 못했지만, 3박 4일간의 설악 산행.
그것만으로도 이미 족하다.

설악의 품에 안겨, 설악에 좀더 살짝 깊이 들어간 느낌은 너무도 좋았다.
지금 돌이켜봐도 오색 흔들바위, 관터골의 무명 폭포, 대청에서의 환상적인 일몰과 일출, H봉 하산길은 꿈결같기만 하다.



항상 산행 후기를 맺으며 쓰는 설악가의 한 구절...

"잘 있거라 설악아~~ 다시 또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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