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설악의 힘 ② ♪

저산너머. 2010. 6. 22. 19:57

H봉 정상. 설악의 힘이 느껴지는 곳. 대청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고, 대청에서 이어지는 능선의 힘찬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외설악과 북설악의 장쾌한 파노라마가 한눈에 펼쳐진다.

공룡능선과 북주릉.

공룡능선상의 1275봉과 범봉, 천화대, 마등령 등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신선봉 너머로 귀때기청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릉이 웅장하게 느껴진다.





H봉 정상이 왼쪽 상단에...

산이 높고 크니 골은 깊고 길다.









설악의 힘

드디어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인 H봉 정상에 도착.
달리 말이 필요없는 조망 명소이다.
정면으론 설악의 주봉인 대청봉의 웅장한 전모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동남쪽으로는 관모봉 능선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동해로 사라져가고..
서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이 희운각으로 고도를 급격히 낮추다 신선봉에서 힘차게 솟구친 뒤 공룡능선, 북주릉으로 이어지고..
그 뒷편으로는 귀때기청에서 안산으로 서서히 멀어져가는 서북릉이..
북쪽으로는 H릉이 칠성봉으로 힘차게 이어지고..

사방으로 막힘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파노라마..
설악의 힘이 느껴지는 곳..

기억으론 이곳이 마등봉과 더불어 대청봉의 전모를 가장 웅장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등봉 정상부는 펑퍼짐한데다 숲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지만, 정상을 지나 샛길로 조금 내려서면 공룡의 침봉들을
아래로 깐채, 화채릉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대청의 웅장하고
입체적인 실루엣을 감상할 수 있다.
공룡능선이나 마등령 오름길에서도 능선에 도열한 공룡의
암봉군 뒤로 대청봉이 멋지게 보이긴 하지만 대청봉의 전모를
감상하기엔 공룡의 암봉들에 너무 가려져있고...
마등봉 이후 황철봉, 신선봉 등에서는 이미 너무 멀게 보이고...
남설악 지역이나 장수대, 서북릉 지구에서는 대청이 다른
능선과 중첩되거나 누운 듯이 보여 맛이 떨어지고...

H봉 정상은 잠시도 서있기 힘들 정도로 무더운 땡볕이었지만,
한참을 넋놓고 바라다본다.
역시 설악은 설악이다.



송암산 헬기장


여기서 잠시 고민이 시작된다.
이제 어디로 하산할까?
상대적으로 조망이 좋고, 길이 편한 칠성봉으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원래 계획했던 대로 송암산 쪽으로 진행할 것인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미련이 남긴 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시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도 진행방향 결정에 한 몫..

송암산으로 이어지는 길.
1216m봉까지는 의외로 굴곡이 심하고, 작은 암릉 능선이 계속된다.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르내림이 심해서 힘이 꽤 든다.
대신 암릉인만큼 조망은 시원하게 열리는 곳.
대청봉쪽 조망을 즐기며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1260m봉을 지나고, 1216m봉을 지나면서 대청은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암릉도 끝이 나고, 길은 완만하고 걷기 좋은 울창한 숲길로 이어진다.
급한 내리막길이 잠시 이어지다 다시 완만해지고, 적송군락이 나타나면서 송이채취 금줄이 보이고, 곧 둔전리 갈림길을
지나게 된다.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왼쪽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가 861m봉 송암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예전에 일출산행을 했던 송암산 헬기장이 생각나 그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기억엔 송암산 쪽으로 꽤 내려갔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송암산쪽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길을 따르는데, 가도 가도 도대체
나타나지 않는 헬기장...ㅠㅠ
가다가 여기가 아닌가벼~~ 하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 혹시 갈림길이 있었던건 아닌지 다시 되돌아왔다가 다시 진행해보고...
그렇게 두어번 제자리를 맴돌다 또다시 내려가 송암산 옆구리쯤을 지나는데, 길을 점점 송암산에서 멀어지는 느낌..
둔전리 쪽으로 좀더 내려가다가 도저히 아닌것 같아 결국 포기...
헬기장 찾느라 약 2시간 가량 지체된것 같다.. ㅡ,.ㅡ

지금 돌이켜보면 기억의 한켠엔 헬기장에서 멀리 송암산이 조망되었던 것으로 볼때 갈림길 바로 아랫쪽에 있던 헬기장이 혹시
그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송암산쪽으로 내려가기전에도 갈림길에 있는 헬기장을 둘러봤었는데, 당시엔 내가 찾던 헬기장이 그곳은 절대 아닌것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 들어 아마 능선 좀더 아래쪽에 헬기장이 하나더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기억속의 헬기장은 그곳보다는 훨씬 넓었고, 전방의 시야도 훨씬더 트여있었고, 뒷편에 절개지 비슷한 곳이 있었기에...

그런데 왜 갑자기 헬기장이 생각나 고생을 하게 된건지...
덕분에 우리들 기억이란게 얼마나 불분명하고, 부정확하고, 때론 전혀 다르게 왜곡되기도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절실하게 경험.
기억은 과거의 것일 뿐, 지나치게 믿으면 몸이 고생한다.ㅎㅎ
그렇지만 진실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
나중에 직접 다시 확인해 보는 수 밖에...



다시 하산길

송암산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따라 잠시 내려오니 왼쪽으로 다시 희미한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길은 아마 피골쪽으로 이어지는 샛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 5분정도 내려오면 묘지 한기가 나타나고, 622m봉에서 왼쪽 능선으로 다시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아마도 피골쪽으로 난
길같은 도상엔 표시되지 않은 내가 진행하려고 했던 작은물안골쪽 길보다 오히려 훨씬 뚜렷한 느낌이다.
예전 겨울에 송암산 산행 후 작은물안골쪽 능선길로 내려왔었던것 같는데...

잠시 고민하다 애초 계획대로 작은물안골쪽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길은 비교적 뚜렷한 편이지만, 깊게 패인 길에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고, 인적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더이상 사람이 다니지 않고,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피골쪽 하산로를 이용하는건지...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작은 능선길을 따라 한참을 진행하다보니 계곡의 물소리가 서서히 들린다.
한동안 계곡과 나란히 흐르던 길이 갑자기 계곡에서 멀어져가는 느낌이 드는 지점에서 무작정 계곡으로 내려선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씻고 가야하겠기에...
좁고, 거칠고, 초반엔 길이 전혀 없는 골짜기라서 좀 고생하다보니 서서히 길이 뚜렷해지고, 숲사이로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지점에서 계곡으로 내려가 이틀 동안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이후 숲길을 따라 농가를 지나 포장도로로 나오고, 좌측으로 잠깐 진행하니 C지구 야영장 끝머리에 안착한다.
야영장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버스를 타면서 길고도 힘들었던 하루 산행을 마무리한다.
이미 땅거미가 지고, 설악은 어둠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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