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공간 No.1 --- ③

저산너머. 2010. 7. 28. 21:50
이 코스의 대표적인 포토 포인트.
멋진 적송 가지 사이로 상중단폭의 하얀 물줄기가 쏟아지고, 하단폭의 일부도 보입니다.
이날은 수량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웅장한 면모는 그대로...
이분은 조만간 중국으로 가실 분이므로 대표로...ㅎㅎ
어떤 분이 이곳에서 '저 소나무는 너머(제 닉이 '저산너머') 소나무다'라고 선언하셨지요.
전 얼릉 속초 등기소에 소나무를 등기했고..
그래서 앞으로 저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으실 땐 꼬~옥 모델료를 지불해 주셔야합니다.
몰래 찍어오면 된다구요?
저 무시무시한 폭포가 항상 지켜보고 있네요.
글을 쭉 읽으시다보면 아마...ㅋㅋㅋ


하단폭과 상단폭 일부를 배경으로...

조심조심 하단폭 아래 와폭구간을 내려서고 있습니다.
이 구간도 만만치는 않은 곳.
고소공포증이 심하거나 릿지 경험이 전혀 없으신 분, 경험자를 동반하지 않은 초심자들은 절대 엄금해야할 곳이죠.
북사면에 위치한 곳이라서 바위면이 젖어있는 경우 무척 미끄러우므로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저도 모르게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됩니다.

사진상으로 완만해보여 별거 아닌것 같지만 꽤 가파른 곳입니다.

『연잎꿩의 다리』.
설악산 고지대의 계곡 바위틈에 주로 자생하는 녀석입니다.
혹시 장사꾼들의 상술인지도 모르지만, 설악산 지역에선 삼지구엽초로 잘못 알려지는 바람에 무차별 남획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는
불쌍한 녀석이죠.
설악동 입구의 상가에서 삼지구엽초술이라고 파는데, 절대 삼지구엽초 아니구요.
예전엔 이 폭포 양 언저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개체수 찾기가 힘들더군요.
정확힌 모르겠지만 흔하디흔한 산꿩의 다리와 별반 차이 없을 것 같은데...


흐믓하시죠?

모퉁이를 내려서기전 마지막으로 한번더 돌아봅니다.
하단 아래쪽 와폭도 근사한 폭포이고, 다른 산에 있었더라면 근사한 이름 하나쯤 얻었을텐데, 설악에 태어난 죄로...


사실 이날의 메인은 저 노적봉 등반이었는데...
새벽부터 이어지는 무더운 날씨탓에 폭포 중단에 올랐을 때 다들 이미 땀을 너무 많이 흘렸고, 오래간만의 산행으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분들이 몇분 계셔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저도 사실 폭포를 내려서면서 더위에 지치다보니 다시 저 노적봉 정상을 등반해야한다는 생각에 좀 아찔하더군요.
그렇다고 등반하지 말자는 말은 몬하겠고...
다행히 의견이 대부분 일치하는 바람에 등반을 포기하고, 여유있게 계곡을 따라 하산했지만...ㅎㅎ


무슨 버섯인지는 모르겠지만, 노한 색깔에 작고, 앙증맞게 생긴 버섯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있네요.

계곡 양언저리의 숲 윗쪽으로 솜다리봉과 폭포의 정수리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비룡폭포 상단에 도착.
하산도중 인적없는 계곡에서 알탕을 했는데도, 이곳까지 내려오면서 다시 땀을 많이 흘려 기분 같아선 저 물줄기 따라 미끄럼타고
폭포속으로 그대로 풍덩하고 싶더군요.
사람만 없었다면 혹시 미친 척 그랬을지도...
그러다 무사하지 못하겠죠?ㅎㅎ


등반대장님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저 암봉은 어디고, 그 뒤 암봉은 어디고, 그 오른쪽은 또 어디고... 맞게 설명한겨?ㅋ

운무가 가득한 날씨라서 선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오늘 저 폭포의 중단에 다녀온겁니다.




작년에 별을 따러 갔다가 바로 그 압도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멋지죠?






아아~~ 여기는 설악동.

우리들만큼이나 설악을 좋아하는 백전노장 트렉스타 스타렉스.(왠 트렉스타.. 더위 먹었나.. 거기서 왠 등산화 메이커가...ㅎㅎ)
오늘 목적지가 설악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기분이 좋은지 양평~홍천~철정~신남을 신나게 달리고 달려 인제, 원통을 통과하고,
내설악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새벽 이른 시간에 설악동에 도착했다.

오늘은 관문을 어디로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문화재관람료는 억울하기만 하고.. 시간도 절약할 겸, 계류를 건너기로 한다.
그럴듯한 명분을 하나 얻은 셈..ㅋㅋ
도대체 국보나 보물급 문화재 하나 없는 그 사찰에 왜 문화재 관람료를 기부해야 하는 건지..ㅡㅡ
정 받고 싶으면 사찰 정문에서 받던가, 향성사지 3층석탑을 둘러싸고 지키던가...

켄싱턴호텔 주변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계류를 건널 수 있을지 "하늘지기" 대원과 함께 정찰나가본다.

! 이런...

녹 하나 슬지 않은 특A급 원형 철조망이 샛길 주변을 2~3중으로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다.

"뎀빌 테면 함 뎀뵤봐~~!! 한발만 더 접근하면 너의 옷을 사정없이 찟어버리겠다."

어둠속에 그 놈 특유의 하얗게 날선 손톱을 번뜩이며 빈틈없이 무장한 채 으르렁거리고 있다.

도대체 인정사정 없는 차가운 놈.

 

그렇지만 벽은 부딪치고, 바위는 넘어서고, 망은 뚫으라고 있는 것.

그것이 우리 특수 산꾼(?)의 본성인 법.

당연히 빈틈이 있었다.

존경스런 선배 산꾼들이 밑창 튼튼한 등산화로 잔뜩 기를 죽여 놓은 빈틈을 조심스레 넘어 둑을 타고 계곡으로 내려선다.

 

근래 영동지방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장마철이라 어느 정도는 수량이 있을 줄 알았는데, 쌍천은
갈수기를 살짝 면한 수준이다.

오늘 같은 날은 설사 문화재관람료를 공짜로 헌납하는 일이 있더라도 계곡에 물이 넘쳐흘러야 하는데...ㅡㅡ

 

계류를 건너는 다리는 흔적조차 없지만, 물이 많지 않아 아무렇게나 뒹구는 돌들을 징검다리 삼아 건널만했다.

다시 본대를 이끌고 내려와 오늘도 변함없이 군사작전 수행하듯 야음과 녹음을 틈타 설악속으로 스며든다.

 

조심스레 계류를 건너 송림 속으로 접어드니 아! 설악이구나 하는 느낌이 온몸으로 체감..

잠시후 토왕골 입구 휴게소에 도착.

 

텅빈 휴게소, 각자 한자리씩 차지하고는 휴식을 취한다.

이곳도 영업이 영 시원치 않은지 한곳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허연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고, 귀퉁이가 썩어 떨어져나간 테이블과 의자가 그대로 방치되어 거의 폐허 수준...

객들로 넘치고, 오가는 술잔속에 훈훈하던 인정이 넘치던 그 좋던 시절은 다 어디 간건지.

근데 한가지 불만인건 이런 휴게소 어딜가나 "이쁜이네집"이 있기 마련인데, "이쁜이네집"엔 진짜 이쁜이가 있었으면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짙은 어둠속에 하얀 물줄기를 시원하게 쏟아내는 육담폭포, 비룡폭포 직전 들머리를 통과해 비룡폭 상단에 도착해 계류를 건넌다.

이 계류를 건너기 애매할 정도로 넘쳐 흘러야 폭포의 하얀 물줄기가 볼만한데...

암반에 누워 쉬다 보니, 어둠이 한꺼풀 한꺼풀 가시면서 설악의 푸른 새벽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 시간대면 항상 맞게 되는 푸른 새벽빛.. 이 느낌이 너무너무 좋다.

 

오랜 익숙함으로 별다른 헤매임없이 거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길은 노적봉과 "솜다리의 추억" 릿지 들머리를 지나고, "별을 따는 소년들" 릿지 들머리를 지나 폭포 직전 계곡에 안착한다.

오른쪽 바위 사면을 트래버스하는 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서니 드디어 거대한 폭포가 눈앞에..

언제와도 언제봐도 가슴이 참 시원해지는 풍경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와폭을 따라 오른다.

오래간만에 와서 그런지 예전의 기억보다 더 가파른 느낌.

바위면이 마른 상태라 크게 어렵진 않았다.

한발 한발 올라설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폭포의 풍경이 참 웅장하고, 신비스럽다.

 

하단폭은 그대로 통과하고, 우측 우회로를 따라 오르다 가장 어려운 구간에 도착.

비 내린지 꽤 되었는지 역시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큰 어려움없이 로프에 매달려 기어오른다.

 

위험구간을 통과해 좀더 오르다보니 왼편으로 중단 들머리인 듯 보이는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가파른 바위 사면을 트래버스해 내려가니 숲이 걷히고, 드디어 눈앞에 펼쳐지는 그 공간!!

역시 No.1.. 최고다.

말이 필요없을만큼...
그냥 조오타..... ~~~~~~~~~

최상단 드높은 허공에서 거침없이 쏟아지는 하얀 물줄기.

그 좌우의 삼면을 돌병풍처럼 에두르는 저 거대한 벽 좀 보라지...

 

수량이 풍부하지 않아 약간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압도적인 풍경에 한번 벌어진 입은 좀처럼 다물어질 줄 모른다.

 

아침 식사후 모두들 누워서 혹은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하긴 근래 영동지방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더니 새벽부터 무더운 날씨탓에 이곳 중단까지 올라오면서 모두들 너무 고생을
했고, 땀을 많이 쏟았다.
간만의 산행이라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분들도 계시고...

그렇지만 산에만 오면 부지런해지는 난 삽살개마냥 혼자 신나서 중단 와폭 위아래를 휘젓고 다니기에 바쁘다.

 

하단폭 최상단부로 조심조심 내려가본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에 하강링이 하나 걸려있다.

표면이 녹이 많이 슬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저 곳에서 곧바로 하단폭으로 하강하고 싶은 마음만은 간절했다.

그곳에 홀로 서있다보니 어떤 클라이머의 이름이 떠올랐다.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필연적으로...

 

하단폭 최상단에선 중단 와폭 최하단부에서 상단폭 최상단과 거대한 좌우벽이 한눈에 펼쳐지는 웅장한 전모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중단폭은 산 아랫동네에서 볼 땐 넓고, 좀더 아늑한 공간인줄 알았는데, 예상보다는 훨씬 더 가파른 곳이었다.

중단 위쪽으로 갈수록 점점더 가팔라지는데, 중단 와폭 하단부의 가장 완만한 곳이 20~30 ° 정도, 중단부 이후는 40~50° 이상 인 듯..

편히 쉴만한 마땅한 공간도 없고, 비박할 만한 곳은 물론 전혀 없어 보인다.

폭포 건너 좌벽 아래쪽은 혹시 어떨까?

상단벽에도 동굴이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혼자 올 때 한번 가봐야겠다.

 

이제 하산 시간.. 아쉬움은 남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공간을 뒤로 한다.

위험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와 멋진 적송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포토 포인트에 도착해 카메라 촬영을 하며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하단폭, 와폭을 내려선뒤 모퉁이 직전 쉼터에서 휴식을 취한 후 오른쪽 사면을 타고 내려왔다.

 

노적봉 등반 코스 들머리에 도착.

근데 다들 이미 삼복날 더위 먹은 멍멍이마냥 지쳐있다.

하긴 중단 와폭을 올랐을 때부터 다들 이미 힘들어보였는데, 이곳까지 내려오면서 다시 땀을 많이 쏟았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누가 선창하고 동의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오늘의 메인 코스였던 노적봉 등반은 슬그머니 취소된다.

나도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다시 노적봉을 등반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었는데...

중단폭까지 자일 한동씩 메고 올라가느라 고생한 "후니"님과 "하늘지기"님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등반 취소하잔 얘기는 도저히 
몬하겠고...
(
잘못 얘기 꺼냈다가 둘이 자일로 내 목을 칭칭 감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ㅋㅋㅋ 둘다 정말 수고 많았어~~ ^^)
 

덕분에 시간이 널널해져 노적봉 아래에서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다 인적없는 지계곡으로 숨어들어 시원하게 씻으며 피로를 풀고난
후 비룡폭포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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