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첫날, 수렴동 가는 길

저산너머. 2010. 9. 21. 00:46

동서울 터미널에서 출발한 용대리 경유 대진행 버스가 화양강 휴게소에 들르더군요. 홍천강의 지류인 내촌천과 장남천이 만나는 풍광이 좋은 곳입니다.





용대리 ~ 백담계곡 ~ 수렴동 ~ 용아장성릉
♣ 구곡담 ~ 쌍폭 ~ 쌍폭골
♣ 직백운동 ~ 백운동
♣ 구곡담 ~ 수렴동 ~ 영시암
♣ 곰골 ~ 마등령 ~ 마등봉
♣ 마등령 하산로 ~ 비선대 ~ 설악동



2010년 여름.
참 유난스러웠던 계절이었습니다.
8월 한달동안 무려 25일간 비가 내렸다더군요.

8월 산행에서 비를 맞지 않았던 때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네요.
아니, 워낙 날씨가 그 모양이었으니, 아예 산행 출발전부터 비를 감수하고 떠나곤 했었지요.
마치 여름산행에선 강우가 당연한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덕분에 비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고, 아직도 눈에 선한 홍천 경수골과 인제 아침가리골 산행도
경험할 수 있었으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유난스러웠던 여름도 계절의 흐름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듯.. 어느덧 가을입니다.


9월.
9월이네요.
9월엔 항상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거나 맘먹고 비박산행을 떠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5월의 연녹빛도, 울긋불긋 산록을 물들이는 10월 단풍 시즌처럼 화려한 계절은 아니지만 어디론가 떠나기엔
꽤 괜찮은 계절입니다.
무엇보다 바캉스 시즌과 단풍 시즌의 중간에 끼어 한적하기 때문이고, 9월엔 설악의 깊은 계곡이나 암릉의
바위틈에 피어나는 소슬한 들국화가 있고, 먼저간 잎을 그리워하며 붉은 순정을 토해내다 스러지는 남녘의 
상사화 등도 좋구요.

원래 계획으론 9월초쯤 어디론가 떠나려고 했는데, 9월 중순까지도 날씨는 여전히 그지 같더군요.ㅎㅎ
계속 눈치를 보다 잠깐 비구름이 물러간 틈을 타 때는 요때다 싶어 배낭 둘러매고 설악으로 훌훌 떠납니다.

이번 산행은 4박 5일동안 설악의 이곳저곳 구석구석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물론 혼자서...
혼자 다녀오기엔 조금은 망설여지는 곳도 있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그대로
강행해봅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랴 싶기도 하고,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다녀와야겠기에...^^

자.. 그럼 이제부터 설악으로 떠나볼까요?



스가 용대리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하차해 배낭을 매고, 셔틀버스 승차장으을 향해 걸어오릅니다.
천천히 걸어도 4시에 출발하는 백담사행 셔틀 막차는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같네요.

셔틀버스가 출발하는데, 이런... 제가 유일한 승객.
은근 기분이 좋더군요.ㅋㅋ

나중에 구매표소 부근에서 한분이 승차하십니다.
서울에서 저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오셨던 분인데, 셔틀버스 타는 걸 몰라서 그냥 걸어오르는 중이셨다고...

셔틀버스는 이후 첫 다리인 수교를 건넌 지점의 옛 셔틀버스 종점에 우리 두명을 떨구곤 회차합니다.
이후는 수해 복구 공사가 아직 덜 끝나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


굽이굽이 이어지는 긴 백담계곡 중에서도 인상적인 곳이죠. 은선도를 지나고, 청룡재 지나 20~30여m쯤 올라가면 수해 복구공사 현장이 나옵니다.

청룡재 부근의 수해 복구현장입니다. 길 아랫쪽 축대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더군요.

열심히 공사중이십니다.

신비한 빛내림. 공사하시느라 수고들 많으시다고, 하루 빨리 공사를 끝내 설악을 찾는 산객들의 불편을 덜어달라고 하늘도 조명을 지원해 주는 듯하네요.



그 분과 두런두런 얘기하면서 함께 백담계곡 길을 따라 걷는데, 봉정암 예약했다고 오늘 그곳까지 꼭 가셔야 한다는군요.
그런데, 봉정암이 두어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곳인줄 알았답니다.
이런.. 적어도 5시간은 걸리는 곳인데...ㅡㅡ
더구나 수해복구공사로 인해 옛 셔틀버스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걸어오르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좀 우려스러운 상황...
다행히 랜턴과 간식 등이 담긴 소형 배낭은 가져오셨네요.
그분 얘길 더 들어보니 오늘 봉정암에서 숙박하고, 내일 대청봉 일출을 본 후, 오세암으로 하산해 다시 1박하실 예정이랍니다.

아무튼 그분과 수렴동까지 함께 해야 할 것 같네요.
4박5일 동안의 식량과 장비가 담긴 배낭이 어깨를 짖누르긴 하지만, 그분을 위해 아직 밝은 시간대에 조금이라도 더
걸어오르려 걸음을 재촉합니다.

수렴동 길을 사이좋게 나란히 걸어오르는 우리 두 여행객.
이런 저런 얘길 하다가 중국 운남성을 여행했던 경험담을 얘기하시더군요.
차(茶)를 수입해 유통하시는 업종에 계신다는데, 아마 운남성 쪽의 업체와 거래를 하시는 듯...
마침 저도 티벳을 여행한 적이 있고, 운남성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한데다, 소수민족, 장족에 관해 관심이
많은 터여서 자연히 화제는 그쪽으로 집중되더군요.
좋은 동행을 만나 심심하지 않게 재미있는 여행얘기를 들으며, 영시암에서 한차례 휴식을 취하며 영시암 보살님이
찐감자 몇개를 주셔서 맛있게 나눠 먹고는 다시 길을 재촉해 6시경 수렴동에 안착했습니다.

다행히 전혀 피곤한 기색없이 잘 걸으시더군요.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고자 중간에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않고, 수렴동까지 강행했었는데...
고맙다고 저에게 오리지널 보이차를 주십니다.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수렴동에 도착했으니, 감사한건 오히려 저인데...

맘 같아선 라면이라도 끓여 드시고 가라고 하고 싶지만, 너무 늦어질까봐 그분을 보냅니다.
그분 걸음으로봐선 9시 전후엔 봉정암에 도착할 수 있을 듯...

천천히 수렴동에서 라면 하나 끓여먹고, 식수를 충분히 채운 후 야음을 틈타 그곳으로 기어오릅니다.
잠자리를 준비하고 난후에도 함께 동행했던 그분 어디쯤 가고 계실까 자꾸 신경쓰이더군요.
영시암이나 수렴동에서 주무시라고 말려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머.. 봉정암에 무사히 도착하시겠지요.
봉정암까지는 길도 잘 정비해 놓은데다, 잘 걸으시는 분이시니...

한가위가 몇일 남지 않아서 그런지 달빛이 정말 밝더군요.
휘엉청 밝은 달이 설악 구석구석을 대낮처럼 환히 비추는 설악의 허연 밤풍경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땅한 자리를 찾아 잠자리를 준비하고, 몸을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네요.
역시 설악은 설악입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누런 달도 귀청 어름으로 비박하러가고, 초롱한 별빛아래 설악엔 공룡릉과 귀청의 기기묘묘한
검은 실루엣만이 남더군요.


아무튼 ---
이렇게 설악의 첫날밤이 깊어갑니다.


다음날 아침.
첫날밤 신세졌던 옥녀봉 부근의 딱 1인용 펜션입니다.
수렴대피소 부근 들머리에서 능선으로 올라붙는 지점에 넓고, 훌륭한 비박지가 있긴 하지만, 좀 위험할 수 있죠.
어떤 종류의 위험인지는 아실 듯..^^;
위험지대에서 조금이라도 더 벗어나기 위해 어둠속에 약간 애매한 두번째 암봉을 올라 좀 더 걸어오르니 이런 공간이 나오더군요.
부근에 적당한 장소가 없으면 어쩌나 우려했었고, 언뜻 지나치기 쉬운 곳이었는데... 막상 누워보니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공간에 배낭 놓을 자리, 안경 놓는 선반까지도 구비된 괜찮은 펜션입니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이 장소에서 10~20여m쯤 내려간 지점에 좀 더 넓직한 3~4인용 규모의 펜션이 있더군요..ㅡㅡ;;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보이네요.


깔끔하게 전장 정리를 마치고...






'Sorak > Sorak_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용아장성릉 ② ♬  (18) 2010.09.23
[설악산] 용아장성릉 ① ♬  (2) 2010.09.23
공간 No.1 --- ③  (0) 2010.07.28
공간 No.1 --- ② ♪  (0) 2010.07.27
공간 No.1 --- ①  (0) 201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