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용아장성릉 ② ♬

저산너머. 2010. 9. 23. 17:51

용아릉은 상단으로 오르면 오를수록 주변 조망도 좀 더 시원해지고, 규모가 더 크고, 매끈하고, 멋진 암봉들이 나타납니다.
용아장성릉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암봉.



용대리 ~ 백담계곡 ~ 수렴동 ~ 용아장성릉
♣ 구곡담 ~ 쌍폭 ~ 쌍폭골
♣ 직백운동 ~ 백운동
♣ 구곡담 ~ 수렴동 ~ 영시암
♣ 곰골 ~ 마등령 ~ 마등봉
♣ 마등령 하산로 ~ 비선대 ~ 설악동



좌측의 암봉도 용아릉을 가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기억나실 듯합니다.
용아의 이정표로 삼을 수 있을만큼 매끈한 암벽에 주름이 특징이죠.
예전에 부채바위라고 부르곤 했었던.. 쌍폭 최상단이나 백운동의 백운폭포 상단 암반지대에서 바라보면 이 암봉이 정면으로 조망됩니다.
우측으로 쌍폭의 바위면이 하얗게 빛나고 있군요.


이제 용아릉엔 저 혼자밖에 없을 것 같네요.
용아릉에 오로지 저 혼자만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좋더군요.
잠시 너럭 바위에 누워 파란하늘에 떠가는 하얀 구름을 바라봅니다.


귀때기청봉 줌인.

쌍폭 우측 암릉. 쌍폭골과 직백운동을 가르는 능선의 암봉들입니다.
앞쪽의 암봉이 쌍폭 최상단 우측 암봉이고, 그 뒤편 가장 높은 암봉이 도상의 1,236m 봉, 가장 뒷편의 능선이 서북릉입니다.


끝도 없이 도열한 용아의 침봉들.

멀리 안산 정상부의 암봉이 손톱만큼 작게 보이는군요.

용아릉엔 멋진 고사목이 즐비합니다. 고도가 아주 높은 곳은 아니라 분비나무는 보이지 않고, 주로 적송 고사목.

중청과 봉정암 부근을 줌인해봅니다.

우측 앞쪽의 저 기암. 기억에 남는군요. 저곳을 지날 때마다 항상 저 기암에 기대 인물 사진을 찍곤 했지요.

많이 올라왔군요. 쌍폭과 그 우측의 멋진 벽을 지닌 암봉이 보입니다.

쌍폭과 귀청.

이곳도 기억에 남는 곳이죠.
심하진 않지만 왼편이 벼랑인 바위 사면을 트래버스 해야하는 곳.
지금은 가느다란 노란색 노끈이 하나 걸려있어 밸런스 유지하는데, 꽤 도움이 되더군요.


용아의 상징과도 같은 멋진 암봉.
이곳에 도착하면 용아릉 산행은 거의 끝난 셈입니다.
사진찍은 자리의 완만한 암릉을 따르다 암릉 정상의 큰 암봉을 우회하면 곧바로 높은 안부 사이로 직벽이 위치한 암봉군이 정면에 보입니다.


봉정암을 둘러싼 암봉군과 사리탑 위쪽 헬기장 앞에 있는 작은 선바위가 손톱만큼 작게 보이는군요.

금강초롱.
바위틈을 따라 금강초롱이 일렬로 도열한 앙증맞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시기적으로 약간 늦어서그런지 이미 모두 지고, 저 녀석 하나만 외롭게 피어있더군요.


이제 용아릉 상단 탈출로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중앙부의 수직 크랙이 있는 암봉 뒤편으로 유명한 용아의 직벽이 숨어 있네요.

공룡릉 조망.
용아릉에서 바라보는 공룡릉은 공룡릉의 명성에 비해 바라보는 맛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용아릉과 나란히 흐르고, 남서향인 탓에 능선에 음영이 전혀 없는 한낮엔 좀 평면적이고, 밋밋하게 보이죠.
지금처럼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야 능선과 암봉의 양감이 느껴지는, 좀더 입체적이고, 웅장한 공룡릉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부터 마등봉과 나한봉 능선 뒷편으로 뾰족하게 솟은 세존봉, 그 오른편으로 1275봉이 보이는군요.

중앙부 아랫쪽에 직벽에 걸린 로프가 보입니다.

용아릉 직벽. 예전엔 로프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는데, 모두 철거되고 한가닥만 달랑 걸려 있더군요.

저에겐 정말 추억이 어린 장소.

이곳은 직벽이 있는 능선 안부로 올라붙는 지점입니다.
왼편 상단부에 소나무에 걸린 로프를 잡고, 직벽 안부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처음 용아를 찾았을 당시엔 저
로프가 없었습니다.
오래된 낡은 로프 매듭의 흔적만 남아있던 상태라 로프를 보지 못하고, 그곳이 직벽으로 오르는 좌회전
길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채, 그냥 직진해 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지요.
날이 이미 어둑어둑해져가고 있던 시각.

직진한 길의 끝엔 엄청난 높이의 낭떠러지가 버티고 있더군요.
50m는 넘어보이는, 단어 그대로 완전한 직벽인 곳.
처음엔 그곳이 말로만 듣던 직벽인인 줄 알고, 30m 보조자일을 내리니 당연히 자일이 한참 모자랍니다.
하네스 하나 없던 상황에서 친구가 그 암벽을 내려서려고 한참을 매달려 있던 상황.
그러나 그곳은 장비없이 도저히 내려설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다 정말 무슨 일 나겠다 싶어 급히 길을 찾아 다시 나섰습니다.

용아릉 하단부 방향으로 내려서니 희미한 길이 있긴 한데, 날이 어두워 물길인지 영 헷갈려 포기하고, 다시
되돌아오다 운좋게도 저 소나무에 낡은 로프가 끊어진 채 희미하게 매듭만 남아있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루트 확인을 위해 바위 사면을 기어올라가보니 드디어 로프가 주렁주렁 매달린 직벽이 나타나더군요.
그 넝마같이 너덜너덜 매달린 로프들이 얼마나 눈물겹고, 반갑던지...ㅡㅡ;;;;;;;
친구도 무사히 암벽위로 올라오면서 모든 상황 종료.
그때 누가 울었다던가 뭐랬다던가...ㅎㅎ


당시에 친구가 매달렸던 암벽을 찾으려고 직진해서 내려가봤는데,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진 못하겠더군요.
하강링이 하나 걸려 있었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실제 직벽은 직벽이라고하기엔 경사도 좀 그렇고, 홀드도 충분한 편..
어둠속에 로프도 잡지 않은 채, 그냥 홀드만 잡고 내려서 무사히 용아를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로선 정말 급박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생각하면 그냥 다 추억이더군요.
약간 우습기도 하고...ㅎㅎ

산행이 매번 매끄럽고, 원만하게만 진행되면 편하고 좋긴 하지만, 그만큼 추억이나 사연이 드물어지긴 하지요.
그런 사연 덕분에 지금도 용아릉 얘기만 나오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되었지요.

돌이켜보면 소중한 추억이고, 참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설악이 저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면 고향 친구들 같이 소중한 존재들..
지금도 여전히 산행을 같이하고 있고, 자주 만나는.. 평생을 함께 할.....^^




당초엔 이 부근 어딘가에서 하룻밤 더 머무를 예정이었습니다.
굳이 이 부근에서 하룻밤을 더 보내려고 했던건 그 첫 용아릉 때 암릉에서 바라보던, 용아의 침봉들을 배경으로
지던 핏빛 노을이 너무도 눈에 선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근처에 마땅한 비박지도 없을 뿐더러, 일단 이날 하루종일 용아의 암릉위에서 땡볕에 노출된 채로
고생해서 그런지 갈증이 극심했고, 시원한 계곡물이 풍부한 계곡이 간절해졌습니다.
물이 완전히 떨어졌던건 아닌데, 이미 미지근해진 물이라서 마셔도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노을은 꼭 봐야겠는데, 석양무렵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지라 먼저 시원한 계곡물을 찾아 마신 뒤 다시
올라와 노을을 감상하고 하산해, 쌍폭 어름쯤에서 하룻밤 보내기로 계획을 변경...

가파른 계곡을 따라 무작정 내려갔습니다.
계곡마다 수량이 풍부한 때라서 조금만 내려가면 식수를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이런...
계곡의 돌더미 아래로 물길이 숨어서그런지 구곡담 다 내려가서야 물줄기가 나타나더군요.
시원한 물을 마시고 나니 갈증이 어느정도 가시고 일단 살 것 같은데, 다시 용아릉까지 올라갈 일이 까마득...ㅡㅡ
그렇지만 배낭을 놓고 온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빼질빼질 땀을 쏟으며 다시 계곡을 거슬러 올랐습니다.
식수 찾아 내려갔다오느라 1시간 넘게 소비..

서서히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더군요.
예전만큼 노을이 멋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실물보다 사진이 더 그럴듯하게 표현 된 듯...ㅎㅎ



첫 용아땐 정말 핏빛 선연한 노을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한참 못하긴 하지만, 오늘 노을빛도 나름 괜찮군요.







2010년 9월  설악산 용아장성릉


무튼 직벽 직전에서 휴식을 취하며 용아의 멋진 노을을 감상한 뒤, 탈출로를 따라 구곡담으로 내려섰다.

용아 탈출로.
예전엔 직벽 직전의 암벽 아래를 따라 트래버스하듯 내려오면 사자바위 부근으로 떨어지는 길이 있었는데, 요즘엔
이용하는 등산객이 없는지 길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한 상태라서 포기했다.

식수를 찾기 위해 내려섰던, 낙석 위험이 높은 실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비교적 뚜렷한 길이 이어지는 우측의 작은 능선을
넘어 계곡길을 따르다 구곡담 계곡 정규 루트에 무사히 안착해 랜턴을 비추고 쌍폭을 향해 내려갔다.


앞으로 용아릉에 다시 오를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수렴동 대피소를 그곳에서 접수한 뒤로는 이제 봉정암 쪽에서 용아를 탄 뒤 수렴동으로 하산하기는 쉽지 않게 되었고, 그
반대도 대피소에서 들머리가 다 보이므로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고...
혹시 다른 들머리가 새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용아릉을 다시 오른다면 그땐 풍경이 별로인 하단부는 포기하고, 상단 구곡담 계곡의 탈출로를 역으로 올라 용아
상단부 암릉을 따라 내려간 뒤 적당한 지점에서 되돌아 원점 회귀하면 시간도 조금은 절약되고, 좋은 풍경은 거의 다
취할 수 있어 나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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