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쌍폭골 ♬

저산너머. 2010. 9. 24. 12:28

쌍폭 최상단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폭포 너머의 용아 지릉 뒤로 본릉의 부채바위가 살짝 보이는군요.
용아릉이 단순한 하나의 암릉인 줄 알았는데, 어제 다시 보니 용아는 꽤 길고, 많은 지릉을 거느리고 있더군요.
용아의 지릉도 모두 본릉처럼 험한 암릉인데, 우리가 구곡담을 오가면서 실제 보게 되는 암릉과 암벽은 대부분 용아의 지릉입니다.

 

용대리 ~ 백담계곡 ~ 수렴동 ~ 용아장성릉
♣ 구곡담 ~ 쌍폭 ~ 쌍폭골
♣ 직백운동 ~ 백운동
♣ 구곡담 ~ 수렴동 ~ 영시암
♣ 곰골 ~ 마등령 ~ 마등봉
♣ 마등령 하산로 ~ 비선대 ~ 설악동



폭골.
그 누구도 감히 범접치 말라는 듯 계곡 입구에 거대한 쌍룡폭포(흔히 쌍폭으로 불리는)가 장승처럼
버티고 있는, 설악에서도 높고 깊숙한 곳에 위치한 원시적인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계곡입니다.

쌍폭은 그동안 3~4단폭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용아릉에서 바라보고, 사진 원본으로 확인해보니
총 5단으로 봐야겠더군요.
높이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높습니다.
대략 200여m 내외 정도일 듯...
아무튼 설악에서 토왕폭 다음으로 규모가 큰 폭포임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날 용아릉을 타고 내려와 오늘은 쌍폭골을 거쳐 직백운으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코스가 용아릉 탈출로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구곡담~수렴동을 따르다 다음날 곰골로 들어가기에
동선상 딱 좋기도 하지만, 두계곡 모두 오래전에 가본 곳이라 기억이 희미해 다시 찾고 싶었던게 우선..
 
예전에 서북릉에서 쌍폭으로 하산하는 루트로 내려선 적이 있는데, 그땐 앞사람 꽁무니만 따라다녀서
그런지 쌍폭골에 대한 자세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네요.
쌍폭 최상단에서 거대한 쌍폭을 내려다보고, 용아릉의 조망을 바라보던 감동과 쌍폭골이 울창한 숲으로
뒤덮힌 험한 계곡이었다는 정도밖엔...

이제 그 쌍폭골을 그 때의 역방향으로 올라봅니다.
쌍폭골을 따라 오른 후 능선을 넘어 직백운으로 내려갈 예정인데, 관건은 쌍폭골 상단부에서 쌍폭골과
직백운을 가르는 능선의 정확한 지점으로 올라서는 일입니다.
그곳에서 너무 이른 지점에서 올라붙으면 능선의 거대한 암봉과 조우하는 머리아픈 상황에 처하게 될 
터이고, 너무 늦은 지점에서 붙으면 자칫 서북릉 마루에 도달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로 오르게 될 경우 현위치를 가늠하지 못한 채 한참을 헤매게 될 수도 있구요.


간밤에 용아릉에서 일몰을 감상한 후 탈출로를 따라 하산해, 쌍폭 2단폭의 커다란 소 바로 옆 숲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은 처음 쌍폭골을 찾았을 때 약초꾼 부부가 움막을 짓고 살고 있던 곳입니다.
그 후 두어차례 더 왔을때 까지만해도 그 부부가 여전히 살고 있었는데, 그 이후론 어디로 떠나갔는지
보이지 않더군요.
구곡담 본류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곳, 구곡담의 쌍폭 전망대에선 이런 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든 곳에 이런 멋진 공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적당히 숲으로 둘러싸여 아늑한데다, 폭포방향으로는 숲이 열려있어 머리만 들면 바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보이고, 너댓걸음만 걸어내려서면 곧바로 청정수로 가득한 너른 소에 손을 담글 수 있는
꽤 괜찮은 공간입니다.

근래 잦은 비로 폭포의 물소리가 워낙 커서 새벽 늦은 시각에서야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데, 깔판 비닐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랜턴을 켜고 무언가 봤더니 풍뎅이 비슷한
까만 녀석이더군요.
저의 체온이 그리운지 자꾸만 제 침낭안으로 기어들려고 버둥거립니다.
'본의 아니게 너의 터전을 빼앗아 미안하긴 하지만 글타구 너와 동침할 수는 없는 몸이란다..ㅎㅎ'

한창 곤히 잠든 상태인데, 이번에 무언가 귓볼을 간질거리길래 다시 랜턴을 켜 그 넘을 잡아보니 가냘픈 긴~
다리를 한 거미 한마리..
문득 한대 "톡" 쳐서 기절시키면 그 거미는 무슨 거미일지 생각해보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ㅋㅋㅋ


폭포의 세찬 물소리에 이른 새벽 눈을 떠 폭포쪽으로 내려가 주변 풍경을 감상합니다.
드높은 1단폭 상단에 앉아있으니, 설악이 아직 잠이 덜깬 부시시한 얼굴로 "안녕!!" 인사하는 듯합니다.
그런 설악의 새벽 풍경이 마냥 정겹고, 싱그럽습니다.
부지런한 등산객들은 벌써부터 하산중이네요.
저도 잠자리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배낭을 꾸린 후 쌍폭 왼편의 가파르고, 측백나무로 뒤덮힌 우회로 사면을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쌍룡폭포의 구곡담쪽 폭포가 내려다 보입니다. 쌍폭 전망대도 왼편으로 보이고...

2단폭 전경. 사진상으로 낮게 보이지만 실제론 꽤 높습니다.

쌍폭 왼편 우회로를 기어오르다 바라본 2단폭.

우회로는 측백나무로 어지럽게 뒤덮힌 곳인데, 한참을 오르다가 잠시 폭포쪽으로 접근해 봅니다. 4단폭과 5단폭이 올려다보이네요.

역시 4, 5단폭.

드디어 쌍폭 최상단에 올랐습니다.

용아릉 본릉의 부채바위가 맨 오른편으로 가장 높게 보이네요..

이곳도 용아릉에서 기억에 남는 곳..

쌍폭 최상단을 출발해 우측 희미한 길을 잠시 걸어오르다보면 왼편으로 이 폭포가 보입니다. 길은 폭포 오른쪽 암사면으로 로프를 타고 오르게 되고...

폭포와 쌍폭골 초입의 무명봉.

폭포 우회로입니다. 예전 기억으론 무명봉 암사면을 트래버스 하는 곳이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완전히 다운하는 곳이더군요. 혹시 다른 우회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무명봉 참 멋지더군요. 북한산 인수봉과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일 것 같은데, 매끈한 페이스와 둥글둥글한 암봉이 참 맘에 들더군요.

서서히 쌍폭골의 본성이 드러납니다. 울창한 숲으로 뒤덮힌, 사람의 손때를 거의 타지 않은 원시의 계곡.

뒤돌아 계곡 초입의 그 무명봉을 바라봅니다.

숨은 폭포.

이 폭포 은근히 정이 가더군요. 동굴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폭포 물줄기에만 햇빛이 닿고 있는 신비로운 풍경.

햇빛도 잘 들지 않을만큼 울창한 숲으로 뒤덮힌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 뒤돌아보니 드디어 도상의 1,236m봉이 보입니다.
이 암봉을 조금 지난 지점에서 쌍폭골은 크게 좌측으로 꺾입니다.


사람의 손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원시적인 멋진 쌍폭골.

 

참으로 깊고, 짙은 계곡입니다.
곡백운처럼 눈부신 조망을 보여주지도.. 넓지도 않아 편하게 쉴 곳도 마땅치 않은 계곡이지만, 이렇게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을 바라만 봐도 마냥 좋네요.
산노래가 절로 흥얼거려 집니다.


"깊고 깊은 숲속에 조그만 집을 찾아 그대여 오세요~~
새소리에 잠깨는 새벽에 따뜻한 커피를 드리죠~~
~~~~~~~~~~~~~~~~~~~~~~~~~~~~~~
~~~~~~~~~~~~~~~~~~~~~~~~~~~~~~
우리들의 즐거운 이야기 꽃~처~럼 피어나고~~
우리들의 아름다운 사랑 태~양처럼 빛나리~~~♬♪"


계곡은 점점 좁아지고, 거칠어져 점점더 통과하기 힘들어집니다.
중간중간 희미하게 나타나던 족적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쌍폭골 상류쪽으로 한참을 더 오르다 보니 작은 폭포 하나가 막아서고 있어 지도를 살펴보다 이쯤이면 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 손목시계에 고도계가 있긴 하지만, 오차가 심해 단순 참고만...
이럴 때 GPS란 넘이 있으면 편하겠지요?
그 지점에서 무작정 오른쪽 능선을 거슬러 오릅니다.


드디어 쌍폭골과 직백운동 사이의 능선에 올랐습니다. 숲사이로 희미하게 서북릉이 보이네요.




쌍폭골에서 울창한 잡목과 덩쿨나무들을 헤치며 천천히 20여분가량 치고 오르니 축구장 넓이정도 될 듯
완만한 숲이 나오더군요.
험한 쌍폭골과 직백운을 가르는 능선에 이런 숲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너른...
자세히 살펴보니 숲 사이로 암봉 하나가 능선 정면으로 보이고, 그 왼편으로 지릉 한줄기가 갈라지는 곳...
순간 "야호~~~" 쾌재를...
제가 처음부터 오르려 했던 그 지점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올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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