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용아장성릉, 7월의 불뿜는 용아 ② ♬

저산너머. 2011. 7. 11. 11:16

용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암봉.




더없이 즐겁고, 편안한 밤을 보낸 후 새날이 밝았다.
용아의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푸른 새벽 풍경에 마음이 짠해진다.
바람 한 점 없는 지극히 고요한 풍경.

이제 용아의 핵심 구간을 두어시간만 천천히 걸어오르면 된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여유롭기 그지없다.


정말 꿈결같던 용아의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날 새벽..
피난민이 따로 없다..ㅋㅋㅋ
사진 왼편 아래쪽은 100m도 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ㅎㅎㅎ


기상나팔을 불고 계신 하늘빛님.
날이 밝았으니 설악의 모든 능선과 계곡, 산짐승들아 모두모두 깨어나라고.....
나팔소리가 얼매나 우렁차던지 점봉은 물론 방태, 심지어는 오대도 벌떡 일어날 것 같다.ㅋㅋㅋ


이제 하룻밤 편안한 휴식 공간을 선사해주었던 사이트를 떠난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용아 상단을 향해 힘차게...

전망 좋은 바위. 중앙 상단부의 소뿔같은 바위가 부채바위의 측면.

어떤 암봉을 우회했는데, 말이 우회로이지 꽤 험했다.
용아본릉 구곡담쪽 사면인데, 30~40cm 정도 넓이의 낭떠러지길..
이곳은 우회로도 험하고, 직등 코스에 괜찮은 포인트 두곳이 있어 우회하지 말았어야 했는데....ㅠ 
항상 직진하던 곳인데, 이날따라 왜 그랬는지...

이곳도 주변 풍광이 참 좋은 곳이다.


용아는 하단부보다는 중상단부가 암봉들의 규모는 물론 풍경과 주변 조망도 월등히 좋다.

고래등 구간을 오르다 용아에서 가장 멋진 암봉을 배경으로.....

이제 용아 상단의 탈출로까지 얼마남지 않았다. 고래등 구간 위편의 암봉을 우회하면 곧 직벽 암봉군이 눈앞에 나타난다.

쌍폭 상단 오른편의 암봉. 쌍폭에서 항상 흐믓한 미소로 바라보게 되는 멋진 암봉이다.

걸어온 능선을 되돌아본다.

직벽 정상부에서 내려다본 용아의 침봉들.

아침에 출발하면서 직벽을 통과할건지 의견을 들어보니 만장일치로 직벽 직전 구곡담 탈출로로 내려가자이다.
쌍폭에도 잠시 오르기로...
실제로 보면 그닥이지만, 그래도 용아의 명소인데, 직벽을 완전히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탈출로 부근에 배낭을 벗어놓고,
빈몸으로 올라가 직벽을 구경하고 되돌아 내려오기로 결정...


봉정암 암봉군으로 이어지는 용아의 최상단부.

직벽 안부 하산중.

초깜찍 람쥐..

다람쥐 잡아묵으려고 숨어있는건지...

쌍폭위에서...

쌍폭에서 잠시 쉬어간다.
등산로에서 얼마 떨어져있지도 않고, 약간만 트래버스 하듯 오르면 주변 시선을 전혀 의식할 필요없는 편한 공간이...


아지님을 찾아라~~

쌍폭 최상단으로 오르는 길을 찾지 못해 폭포 옆으로 직등하는 팀도 가끔 있다고 했더니, 한참 후에 저 곳에 오르고 싶다고 하셔서
첨엔 그냥 희망사항인 줄 알았다.
근데, 잠시후 아지사이님을 찾아도 안보여 혹시나 해서 2단폭 위를 올려다보니 어느새 2단폭 위에... ㄷㄷㄷㄷ

순간 아지사이님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혹시 거미가 아닐까하고...
산 아래에선 인간으로 둔갑했다가 암벽을 만나면 본모습인 거미로 변신하는, 그러나 누구처럼 기절은 안하는 거미...^^
상당히 가파른, 페이스에 가까운 슬랩+크랙인데, 조심조심 그러나 별다른 망설임도 어려움도 없이 여유있게 내려오신다.
와~ 최강 아지님!
사람들의 발길이 극히 드문 곳인걸 생각하면, 저곳을 올라간 경우는 있어도 내려온 사람(아니, 거미일 수도..)은
혹시 아지사이님이 유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ㅎㅎ


저 여유.. 부럽다.
역시 우리 산엔 바위에 쩍쩍 달라붙는다는 캠프ㅡㅡ


컥~ 이 무더운 날씨에 우모복 입고, 바람막이에.. 땡볕에 달구어진 바위 위라니...
역시 최강~~!!


크윽~ 냄시~~ ㅡㅡ
카메라와 나 둘다 혼절하는 줄 알았단...ㅋㅋ


쌍폭을 내려다보며...

원래 용아릉에서 얘기된 계획으론 쌍폭 상단에 오르기로 했었는데, 다들 지치셨는지 귀찮아 지셨는지 반응이 영~ㅎㅎ
용아릉을 타고 내려와 쌍폭 최상단에 오르면, 웅장한 용아릉 조망을 즐기면서 그동안 걸어온 용아릉 복기하는 맛이 좋은데...


백담사 입구에서 동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며...




용아릉.
워낙 긴 암릉이라서 그런지 갈 때마다 조금씩 새로운 맛이 느껴진다.
특히, 용아 상단부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느낌을 주고, 갈수록 더 좋다는 느낌이 강하다.


기온도 예상만큼 높지 않았고, 구름 적당한 하늘에 바람도 가끔씩 살랑살랑 불어 무더운 계절치고는 산행하기에 좋은 편이었다.

용아 한복판에서 맞던 7월 설악의 밤과 새벽..
함께 땀을 흘리고, 멋진 설악의 풍경을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게 너무도 좋았다.
멋진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더욱 행복한 산행이었다.
돌이켜봐도 꿈결같은, 지금까지 용아릉 산행중 가장 여유있고, 즐거운 산행이었던 것 같다.




제일 무거운 배낭으로 후미를 든든히 지켜주셨던 저녁연기님..
전날 과음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넘버투 역할 하시느라 고생하신 솔방울님..
산행의 무게 중심이자 "불뿜는용아팀" 팀장 하늘빛님..
여리여리한 분인 줄 알았는데.. 사실상 선등을 했어야했던 최강 아지사이님..

무더운 날씨에 무거운 박배낭에.. 모두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