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용아장성릉, 7월의 불뿜는 용아 ① ♬

저산너머. 2011. 7. 11. 00:11



용아에 간다.
이 무더운 7월에 그 길고 긴 암릉위에서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용아릉이라니...
용이 뱀과라서(생김이 뱀과 비슷하니 아마 뱀과가 맞는 듯...) 일설엔 7월쯤되면 멧돼지며, 고라니며, 산양이며, 때론 사람까지
(영시암에서 만난 곰돌이 아자씨 얘기론 얼마전에도 한 등산객이 용에게 잡아묵힐 뻔하다 이틀만에 구조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몸에 좋다는 온갖 것을 잔뜩 잡아묵은 흉악한 용이 독이 잔뜩 올라 불을 뿜기 시작한다는데,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건 그야말로
완전히 불뿜는 용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미 가기로 했으니 어쩌랴.....
고생은 하겠지만, 그래도 설악에 간다는 건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일단 좋은 것 아닌가...

보조자일은 하늘빛님이 준비하기로 하셨고, 난 슬링 두어개와 잠금비너 2개, 보조자일 길이만큼의 두레박 대비용 코드슬링, 예비용 퀵드로,
하강기 각 1개 등 무게와 부피를 감안한 최소한의 장비를 챙겼다.
다들 베테랑이시니 용아의 크럭스인 개구멍바위만 무사히 통과하면 이후는 별다른 문제 없이 여유있게 산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쨋든 가는 거다.
저 7월 용아의 불구덩이 속으로 과감하게.. 다섯 용사가 함께.....

자~ 불뿜는 용아팀 출발~~!!

 

옥녀봉 직전 첫 로프 구간.

옥녀봉 정상에서 휴식을 취한 뒤 개구멍바위를 향해 다시 출발.

용이 불뿜는 게 맞는 것 같다. 
줄줄줄 비오듯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쳐내기 바쁘다.

비석바위 저편 드디어 용아의 크럭스인 개구멍바위가 보인다. 뜀바위는 뜀바위니 말 그대로 건너뛰고...ㅋㅋ

비석봉을 우회해 내려오고 있는 중.

개구멍바위로 오르기 직전의 오버형 턱바위에 도착했다.

이곳은 아주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무거운 박배낭으로 오르기는 약간 애매한 높이에 벙어리 홀드의 오버형 바위턱이다.
박배낭으로 오를 경우 무게 때문에 몸이 뒤집어 지게 된다.
먼저 빈몸으로 오른 뒤 자일로 끌어 올리든, 직접 손으로 끌어 올리든 해야...
위쪽에 고정 자일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마땅한 확보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용아릉의 크럭스인 개구멍바위 통과.
슬링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무거운 박배낭인 점을 감안해 보조 자일을 추가로 설치하고, 자일에 슬링, 다시 슬링에 하네스 대용 슬링을
잠금비너로 채우고 통과했다.

개구멍 바위는 고도감이 꽤 있는 곳인데, 무섭다고 자꾸 크랙 안쪽으로 파고 들면 점점더 진행이 어려워진다.
저렇게 과감하게 바깥쪽으로 나서야...


개구멍바위에서 바라본 내설악 만경대와 오세암.


 

슬링을 설치한 와이어가 녹슬어 자일 회수가 쉽지 않을 것 같으니, 한번 더 내려갔다와야 할 것 같다는 저녁연기님의 말씀이다.
두줄이든 외줄로 실자일로 연결해 회수하든 아무래도 자일을 고정시킨 하단부의 바위틈 사이로 자일이 낄 가능성이 높아 보여 한번쯤
다시 내려갈 작정을 하고 있었다.
빈몸으로야 그리 어렵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다들 동판 한번씩 찍어주시고, 다시 배낭을 메고 출발~~

개구멍바위 위쪽의 로프가 설치된 턱바위 구간 통과중.

찍고 찍히고... 개구멍바위를 지나면서부터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한다.

멋지다.

왼쪽 상단이 개구멍 바위가 위치한 암봉의 정상.
저 암봉부터 주변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기 시작한다.
오른편으로 쌍폭골 좌우릉의 암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청부근도 보이고...

공룡릉이 쫘르르...

개구멍바위 직후의 암봉 그늘에서 휴식중.

친절한 용아씨 (1).
그늘진 곳이라고 조명까지 비춰주시고....ㅎㅎ


무슨 대화였을까?
저녁연기님과 솔방울님의 활짝 웃는 모습이 넘 보기 좋다.
오늘밤 머물 곳까지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용아의 크럭스인 개구멍바위를 무사히 통과했으니 이젠 좀 여유있게 진행할 수 있을 듯하다.


용아의 이정표로 삼을 만한 암봉이다.

이제 사이트가 얼마남지 않았다.
왼편의 드높은 암봉을 오른 뒤, 작은 암봉을 두어개 넘으면...


암봉 정상부로 소나무 두 그루가 있고, 그 좌우로 바위가 대칭을 이루는 형상이 마치 송아지 머리 같다.

솔방울님, 멋져요~~

사모바위.

공룡릉 조망.

사이트는 키작은 소나무 몇그루인 땡볕인 곳이니 그늘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을 맞춰 진행한다.

캬~~ 모델 좋고, 배경도 늠 좋고...^^

드디어 사이트에 도착했다.
사이트에서 바라본 용아 상단부와 중청.
정면의 완벽한 직벽에 세로로 주름진 암봉을 예전에 부채바위라고 불렀었는데, 공식 명칭은 글쎄...
고만고만한 암봉이 도열한 용아릉에서 이정표로 삼을 수 있을만큼 뚜렷이 눈에 띄는 암봉이다.

친절한 용아씨 (2).
사이트에서 소청대피소가 보이면 좀 불편할 수도 있다고 친절하게도 시야에서 살짝 가려주신다...ㅎㅎ


쌍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원래계획으론 용아릉에서 머무는 일정이 아니었는데, 시간상 약간 늦기도 했고, 다들 한번쯤은 머물고 싶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라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

용아에서의 하룻밤은 일단 식수가 최대 관건일 것이다.
가장 작은 배낭을 하나 비워 수통을 모두 챙겨 넣고, 5m 슬링과 랜턴을 준비한다.
근래 장맛비로 수량이 풍부한 때니 우선 폭우후 가는 물줄기가 흐르곤하는 부채바위 아래쪽 바위틈으로 가본다.
물방울이 떨어지긴 하는데, 1리터 한통 채우려면 반나절 걸리겠다.
어제만 왔어도 계곡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될 뻔했는데...ㅠ
이번엔 가야동쪽 골짜기로 접근해본다.

용아릉 중상단부의 양사면은 워낙 가파른 곳이라서 무턱대고 골짜기로 내려가다가는 영영 아니오니일 수도 있다.
특히, 남향이라서 직벽에 가까운 거대한 페이스가 도열한 구곡담 쪽으로는 왠만하면 내려가지 않는게 좋다.
(아래쪽 사진들에서 직접 확인할 수도...)

가야동쪽도 역시 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완만한 곳이 몇군데 있다.
우선 작은 능선으로 살짝 트래버스해 골짜기 지형을 살핀뒤 물이 흐를 만한 곳으로 내려가본다.
한참 내려가다보니 운좋게도 물줄기가 겉으로 드러나는 곳이 있다.
(갈수기엔 골짜기 하단부로 얼마나 더 내려가야할지, 중간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절대 보장 못한다.)


시원한 물을 가득 채우고, 실컷 마시고, 하루종일 흘린 땀도 씻고나서 능선을 향해 올라오는데...
헉~ 갑자기 허기가 지면서 다리에 힘이 쭉 빠져서는 한걸음 떼기도 힘들다.
간식을 좀 챙겨왔어야 했는데...ㅡㅡ
잡목과 넝쿨을 헤치며, 한발 한발 오르는데 그야말로 죽을 맛.
(능선으로 복귀하는데, 30분 이상 걸린 듯...)
그러다 문득, 서쪽 하늘 나뭇잎 사이로 용이 마지막 단말마를 내뱉으며 토해내는 듯한 불길을 봤다.
갑자기 곰같은 힘이 솟아나면서 덕분에 사이트까지 눈깜짝할 사이에 도착...ㅎㅎㅎ

시간이 좀 늦어져 걱정했다는 듯 다들 반갑게 맞아주신다.
정상적이었다면 훨씬 일찍 올라왔을텐데, 오히려 죄송한 생각이...^^


이제 남은 건 우리들만의 즐거운 시간 뿐이다.
그것도 용아의 한복판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