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작은형제바위골

저산너머. 2011. 10. 31. 13:31




 

♣ 설악동 ~ 소토왕골 ~ 칠성봉 ~ 작은형제바위골 ~ 천불동 ~ 설악동




은 하강 2번, 긴하강 2번.. 총 4번의 하강..

그동안 베일에 가린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작은형제바위골(작은형제막골)은 결코 만만한 계곡이 아니었다.
지금껏 워킹 코스에선 단 한차례도 하강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은 하강을 피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초반부터 내리꽂다시피하는 급경사는 또 얼마나 길게 이어지던지.....

작은형제바위골은 여태껏 다녀본 곳 중 가장 험한 계곡였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위험하고 거친 계곡을 내려오면서도 전혀 긴장감이나 두려움이 없었다는 점.
마치 환한 달빛의 후광을 받으며 은빛 억새 물결치는 영남알프스의 평탄한 초원길을 걷는 듯 맘편하기만 했다.
왜 그랬던걸까?ㅎㅎㅎ



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잠시 주춤한 듯해 속초 해수욕장의 솔밭을 출발해 설악동에 도착했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는데, 빗줄기가 점점더 굵어져 설악동에서 철수해 낙산사에 들러 시간을 보냈다.
애초 예정했던 이날의 산행은 어쩔 수 없이 포기..

오후 1시반경 비가 그친 듯해 다시 설악동으로 이동해 소토왕골로 진입했는데, 소토왕골을 따라 오르던중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

5년여만에 와보는 소토왕골.
새로 떨어진 낙엽이 수북히 쌓여 길이 묻혀버린데다 비까지 내려 길의 흔적이 사라져버리고, 안경이 빗물에 젖어
앞을 가리니 길찾기가 여의치 않아 중간중간 길을 벗어나기도 했지만, 큰길은 놓칠 염려는 없으니 걱정은 없었다.
좀처럼 그칠줄 모르고 내리는 부슬비에 온몸이 다 젖어간다.
촉촉한 가을비에 젖은 소토왕골의 단풍빛이 더 진득하게 느껴졌다.



잔이 오가며 밤늦도록 그칠줄 모르고 이어지는 설악 얘기.
지금껏 산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눠봤지만 이렇게 넓고 깊고, 막힘없이 산 얘기가 잘 통하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교감 99.9% 쯤? ㅎㅎㅎ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서 초면에 약간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백운대님이 너무 편하게 대해주셔서
그런지 어색할 틈조차 없었고, 마치 오랫동안 산을 함께 했던 형님을 아주 오래간만에 재회한 듯 편하기만 했다.

아무튼 너무도 편안하고, 충만한 밤이었다.



반부터 무척 가파르게 시작된 작은형제바위골은 중단부까지 급경사가 계속되었다.
급경사를 내려오다 길이 끊기면 우회하고, 다시 낭떠러지가 나타나면 또다시 우회하고...
우회도 안되는 곳에선 하강을...

10여미터의 하강 2번, 30여미터의 하강 2번.
마지막 와폭과 연이어지는 20여m 폭포에선 두동의 보조자일로는 부족해 2번으로 나눠서 해야했다.
오래간만에, 그것도 워킹에선 처음으로 해보는 하강이 왜그리 신나던지...ㅎㅎ 

나중에 백운대님이 그러시는데, 앞에서 너무 안돌아봐줘 서운했다고 구박하신다.
너무 자주 뒤돌아보면 얘가 날 무시하나 기분나쁘실 것 같아서...ㅎㅎㅎ
근데 사실 자주 뒤돌아봤고, 내려오시는 길에 아름따다 뿌려드리진 못했지만 물기가 있을 만한 곳이나 스탭이
불확실해 보이는 곳에선 수북히 쌓인 낙엽도 치워드리고 그랬는데...ㅠㅠ


아무튼 작은형제바위골.
하강 4번밖에 못한(?) 너무도 편하고, 즐거웠던 리지 코스였다.



소토왕골의 긴 와폭.

칠성봉 부근에서 바라본 공룡릉.

저항령과 황철봉.

첫하강.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다 올려다본 풍경.

약 25m의 하강 구간. 당시엔 이곳을 다녀온 분이 말씀하시던 가장 큰 폭포이고, 마지막 하강인 줄 알았다. 시커먼 어떤 폭포를 만나기 전까지는....

하강중이신 백운대님. 명부의 암봉을 배경으로한 폭포 하강 모습이 참 멋졌는데, 명암차가 너무커서 다 날라가 아쉽다.

저봉 리지의 바위들이 참 멋졌다.

작은형제바위골에서 거의 유일한 매끄러운 암반의 와폭과 소. 이 와폭은 20여m 직폭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되돌아보는 칠성봉 암릉이 거대한 성곽처럼 느껴졌다.

와폭 지대를 우회해 내려가는 중.

마지막 하강 구간인 20여m 직폭.
양사면이 시커멓고, 위압적인 느낌을 주는 폭포인데, 백운대님과 둘이서 작은형제폭포로 불렀다.
이웃의 큰형제바위골에 더 큰 폭포가 있다면 형님 폭포, 아우 폭포로 부르면 재미있을 듯...ㅎㅎ

이 폭포는 위쪽의 와폭과 연이어져있어 30자로는 불가능해 두번으로 나눠서 하강해야했다.
위쪽 와폭구간에서 10여m를 하강한 뒤, 아래쪽에서 다시 30m를 하강했는데, 아래쪽 하강은 30자 길이가 부족하지도 남지도 않고,
정확하게 딱 맞았다.
같은 30자인데, 이상하게도 백운대님의 자일이 5m 이상 길었던 걸 고려하지 않으면.....ㅎㅎㅎ


폭포를 담고 계신 백운대님.

20여m 폭포 이후 계곡은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수수한 계곡으로 변한다.

작은형제바위골의 천불동 합수점.





설악의 어떤 계곡이 인적이 거의 없다면 그곳은 그만큼 험한 곳이거나 아니면 별다른 볼거리가 없기 때문인 경우가 보통이다.
두가지 모두 해당되는 경우일 수도 있고.....

결론적으로 작은형제바위골은 두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계곡을 내려오며 우측으로 계속되는 저봉 리지와 계곡 맞은편 천화대 일원의 조망 등 기본적인 풍광은 괜찮지만, 마지막
20여m 폭포와 주변부를 제외하면 계곡 자체의 특출난 포인트나 잔재미가 비교적 덜한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