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장수대-아니오니골

저산너머. 2012. 1. 20. 22:55




설악 심설산행 제대로 해본 게 도대체 언제였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이다.

올해는 꼭 제대로 해봐야지, 올겨울엔 반드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올망졸망 산호초처럼 피어난 상고대 봐야지 다짐한지가 또 몇년인지...
심설산행에 대한 갈증이 참 오래이기도 하다.
올겨울 초반부터 몇차례 기회를 엿봤지만 폭설로 인해 번번이 어긋났었는데, 드디어 때가 왔다.

설악에 12월부터 폭설이 유난히 잦았던 올겨울.
하얀 눈속에 포옥 잠긴 설악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진 : 기절거미님) 옛 동부산장에서 하룻밤 머물 예정이었는데, 천장붕괴 위험 때문에 위쪽 한계사지 부근에서 보냈다.

한계사지에서 바라본 가리봉과 주걱봉.

(사진 : 기절거미님) 사중폭포를 스쳐지나 대승폭포 우회로를 오르고 있다.

언제봐도 참 웅장한, 설악의 또다른 힘이 느껴지는 주걱봉. 지난해 저 허옇고 가파른 가리(산)골의 사태지를 오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듯하다.

반쯤 얼어붙은 대승폭.

대승령을 오르다 늦은 아침식사중. 바로 옆 계곡에 물이 흘러 좋았다.

대승령을 향해 오르는 중.
설악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이 적게 내린건지 아니면 햇볕이 잘드는 남사면이라서 그런건지 이곳을 오를때만해도 눈이
그렇게 두텁게 쌓여있을 줄 몰랐는데...


대승령 부근에서 홀로 안산을 다녀오신 힐리님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내내 함께 하셨으면 좋았을텐데, 일정상 따로 산행하실 수 밖에 없어 아쉬웠다.




대승령 삼거리까지는 눈은 깊었지만, 그런대로 진행할 만했는데, 삼거리를 지나 십이선녀탕 능선길(흑선동 우릉)로 접어들자마자 등산로가
완전히 눈에 묻혀 사라져버리고, 러셀 흔적이라곤 전혀 없다.
허벅지까지 빠져드는, 깊은 곳은 허리춤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러셀하며 진행하기가 만만치 않아 1,396m봉이 유난히 멀게만 느껴졌다.
가파른 오르막은 러셀하는데 정말 힘든다.
곰같은 체력으로 지칠줄 모르고 러셀하던 아! 옛날이여~~~ㅠ


대승령과 십이선녀탕 갈림길을 지난후 능선 따라 1,369m봉을 향해 러셀하면서 진행하는 중.

능선에서 바라본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대청봉과 귀때기청봉. 너무도 청명한 하늘이었다.




간간이 강풍이 몰아치고 바람에 눈가루가 하얗게 흩날리는 설릉.
러셀이 누적되면서 서서히 다리가 무뎌질 때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오른쪽으로 잠시 고개를 돌린다.
그럴때마다 짙푸르고 투명한 하늘아래 하얀 눈을 뒤집어쓴 귀때기청봉의 조망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풍경에 육체적인 고통은 이내 사라져버리는 듯하다.
능선에서 간혹 소규모의 커니스도 볼 수 있었다.


귀때기청봉. 저곳엔 눈이 얼마나 쌓여있을까?



눈이 워낙 깊어 러쎌하느라 산행시간이 지연되는탓에 응봉능선 분기점을 지난지 얼마되지 않은 지점에서 아니오니골로 내려서야했다.
덕분에 조망이 눈부신 1,369m봉에 들르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웠다.
파란 하늘에 시계가 투명한 날이라서 조망이 죽음이었을텐데....

본격적인 아니오니골 하산이 시작된다.
능선 사면에서 흘러내린 눈 때문에 허리춤까지 푹푹 빠지는 눈.
함정같이 깊고 위험한 너덜 구멍, 밟으면 그대로 쭈욱 미끄러지는 쓰러진 나무 등걸, 올가미처럼 발목을 휘감는 넝쿨식물 등등 두터운 
눈 아래쪽 곳곳에 위험요소가 숨어있는 긴 아니오니골 최상단부를 최대한 우회해 내려오니 하얀 눈더미 아래로 투명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하산이 다소 수월해진다.


(사진 : 기절거미님) 원래는 모덤터에서 하룻밤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모덤터 도착하기전 날이 이미 어둑어둑해져 계곡이 왼편으로
급격히 꺾이고, 계곡 지형이 협곡으로 변해가는 지점 부근의 완만한 사태지 끝부분에서 하룻밤 보냈다.
이곳에서 모덤터가 지척인 줄 알았는데, 다음날 내려오다보니 꽤나 먼 거리였다.


엉덩이까지 물에 빠져 양말을 갈아신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거칠고 위험한 협곡 지형, 깊은 눈속에 도사린 채 언제 푹 꺼질지 모르는 깊은 바위틈 구멍과 잡목, 어디서 깨질지 모르는 깊은 소의 빙판 등으로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아니오니골 중상단부는 하산이 만만치 않았다.


아니오니골 중상단부의 뚜렷한 이정표인 폭포를 우회해 내려오고 있다.

심설 협곡 하산의 기본 동작.

두번째 석문 아래 작은 비박지에서...

계곡 중상단부는 온통 눈에 덮혀 특별한 풍경도 없고, 험하기도 하고... 중단부 협곡지대를 벗어나면서 조금은 여유를 찾은 듯하다.ㅎㅎ

암반지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퉁이의 바위벽..

하얀색, 갈색, 녹색이 한데 어울어지는 아니오니골의 아기자기한 암반지대, 폭포와 물빛이 유난히 예쁜 아니오니골의 소와 담은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혔지만 한겨울 나름의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원시적인 식생, 계곡의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있어 봄에 찾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아니오니골...


아니오니골 초입의 치성터에서 무사산행을 감사드리며...






<<작성중>>